대우조선 하청노조 ‘업무방해’ 유ㆍ무죄 어디서 갈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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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우조선해양에서 임금인상 투쟁을 벌인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 간부와 조합원이 업무방해 혐의로 집행유예와 벌금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지회가 집회 과정에서 벌인 행위들 중 유무죄를 나눠 판단했다. 폭력 등을 수반한 업무방해와 재물손괴는 유죄로 판단하고, 별다른 물리력 행사를 하지 않은 사업장 침입과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효율적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나머지 간부 및 조합원 10명에게 벌금 100~700만 원을 선고했다.
대우조선해양 소속 파워공 노동자(도장업체 그라인더 작업자)들이 임금인상 투쟁을 벌인 건 지난 2021년이다. 지회와 대우조선 협력업체 소속 파워공 200여 명은 ▲일단 2만 원 인상 ▲퇴직적치금 폐지 ▲단기 계약 폐지 ▲법정 연차휴가 보장 ▲법정 공휴일 유급휴일 적용 ▲블랙리스트 철폐 등을 요구하며 2021년 3월 31일부터 작업을 거부했다. 임금인상 투쟁은 같은 해 4월 22일 노사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유죄 이유는? "폭행에 모욕까지…정도 지나쳐"
유죄 판단은 대부분 위력이나 폭력을 사용해 업무방해를 한 경우에 이루어졌다.
2021년 4월 8일 지회와 파워공 260여 명은 대우조선 내 지원센터 앞에서 확성기와 부부젤라를 이용해 소음을 일으키고 지원센터에 진입하기 위해 대우조선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진입에 실패하자 지회 조합원 몇몇이 대우조선 내 1도크 골리앗크레인으로 이동해 크레인 철로를 점거하고 철로 근처에 핸드레일을 펼쳤다. 이로 인해 2시간 30분가량 선박 자재 운반에 차질을 겪었다.
법원은 이 같은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피고인이 법정과 검찰 진술에서 직원들과 몸싸움을 한 사실과 크레인 철로를 막고 일반차량 통행로 부근에 핸드레일을 펼친 사실 등을 인정했다"며 "공동으로 위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같은 날 집회를 하던 중 김형수 지회장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지원센터를 막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과 명찰을 촬영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을 향해 '회사의 개'와 같은 과격한 발언을 이어갔다.
법원은 이 같은 김형수 지회장의 발언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직원들 개개인 명찰을 확인하고 개별적으로 모두 기억하라는 취지로 발언한 건 모욕죄의 피해자를 특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개'와 같은 발언은 현장에 있던 직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파워공 노동자와 지회 간부가 부딪힌 일도 있었다.
2021년 4월 6일 유최안 부지회장은 집회 중 작업을 하고 있는 협력업체 레인 소속 파워공 노동자 A 씨를 발견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A 씨와 연결된 호스를 꺾어 산소공급을 막은 뒤 "내려오라"고 소리쳤다. 이어서 다른 레인 소속 파워공 노동자들에게도 파업에 참여하라고 소리쳤다. 이 과정에서 레인 관리자들과 실랑이가 발생했다.
법원은 유최안 부지회장의 행위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지회 측은 "조선소 작업장은 소란스러워 높은 곳에서 작업 중인 파워공에게 연결된 산소 호스를 꺾어 신호를 주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통상적으로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레인 소속 작업자는 경찰 조사에서 레이저를 쏘거나 줄을 당겨 파워공들에게 신호를 하고, 급박한 경우에만 산소 호스를 꺾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진술했다"며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파워공들에게 연결된 산소 호스를 꺾어 그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통상적인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어 유최안 부지회장이 '내려와라. 파업에 참여하라'며 소리쳐 파워공들이 작업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도 업무방해를 인정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집회나 노동조합 활동은 필수이지만, 피고인들은 정도를 넘어 업무 방해, 건조물침입, 재물손괴 및 상해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며 "그 행위나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하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특히, 김형수 지회장의 경우 집회를 전체적으로 주도한 인물이라며 이를 양형요소로 고려했다.
▲지난 2021년 4월 21일 금속노조는 경남 거제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9개 도장업체에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진=금속노조)
"파괴행위 없고 사업 운영에 지장 없어" 무죄 판단해
반면, 사업장에 진입하거나 집회를 진행하면서 특별한 물리적 행사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엔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보고 무죄가 인정됐다. 집회가 소속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개최됐고, 사용자의 효율적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일어났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다.
2021년 4월 7일 지회 조합원들과 파워공 노동자들은 집회를 위해 대우조선 출입을 시도했지만 청원경찰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 이에 이들은 청원경찰을 밀어내며 출입문을 넘어섰고, 1도크까지 들어가 건조물에 침입했다. 이러한 침입은 이후에도 9차례 이어졌다.
이어 같은 날 지회 조합원들과 파워공 노동자 280여 명은 선박 건조 작업 중인 1도크 인근 레일을 점거하고 크레인 조양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확성기와 부부젤라로 소음을 발생시켰다. 이는 2시간가량 이어졌으며, 이후에도 같은 일이 6차례나 발생했다. 4월 20일엔 1도크 내 고소차에 올라타 1시간 동안 선박 생산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지회 측은 이 모든 행위가 노동조합법 제4조에 따른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법 제4조는 노동3권 보장과 근로조건 유지ㆍ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대해 정당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지회 측 손을 들어주며 이들의 행위가 사업장 침입,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법원은 "출입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으나 특별히 폭행, 협박, 물리력을 사용해 강제적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해당 집회는 지회가 소속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개최됐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들의 행위가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1도크 인근 레일을 점거해 크레인 조양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사진과 영상에서 레일 주변에서 집회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가동 중인 크레인 작업을 중단하기 위한 레일 점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집회 과정에서 도크를 일부 점거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부분적ㆍ병존적 점거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집회 시간이 짧으면 30분, 길어도 2시간 정도로 길지 않았다는 점도 판단근거로 들었다. 무엇보다 집회 과정에서 폭력과 파괴행위 등과 같은 방법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법원은 "소음을 낸 사실은 인정되지만 소음의 정도를 측정한 객관적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출처: 2023년 07월 13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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