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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불법파견 인정…고개 든 공공부문 ‘불파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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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56회 작성일 23-06-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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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와 특수경비대 경비업무로 용역계약을 맺었으나 실제로는 예비군중대 사무원으로 일한 이들이 공사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경비업체 소속 A 씨 등이 형식적으로는 경비업무를 수행했지만 실제로는 공사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예비군중대 사무원으로 일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자회사 설립을 선택한 공공기관에서 불법파견 리스크가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엄상필)는 한국가스공사와 경비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비업체 소속 A 씨 등 5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지난달 24일 법원은 "A 씨 등은 형식적으로는 일반경비 및 특수경비 용역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예비군중대 사무원 업무에 관한 파견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경비업체 행정조장인데 '예비군중대 사무원' 업무 수행

A 씨 등은 2004~2019년 사이에 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비업체에 입사해 서울, 광주, 대구 등 공사 지역본부에서 경비, 방호, 보안 업무를 수행했다. 이 가운데 공사는 2013년부터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돼 자체방호계획을 수립ㆍ시행, 이에 따라 2013년부터는 경비업체와 일반경비 도급계약이 아닌 특수경비 도급계약을 체결해 시설경비, 방범, 재난예방 업무 등을 수행했다.

A 씨 등의 근로계약상 직책은 공사의 특수경비대 행정조장이었지만, 문제가 생긴 건 행정조장  업무 외에도 예비군중대 사무원으로 행정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다. A 씨 등은 예비군중대 사무원으로 행정업무를 수행하며 예비군중대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다며 공사와의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이 사건 계약이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도급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경비업 특성에 맞게 업무 수행을 위한 업무시간, 장소, 방법 등을 정했을 뿐 사용자 지위에서 직접 지휘ㆍ감독하거나 고용ㆍ인사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심은 공사 쪽 손을 들었다. 1심은 A 씨 등과 공사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은 "공사는 경비업체와 경비 관련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A 씨 등은 경비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라며 "A 씨 등이 담당한 각종 행정업무 역시 경비업체가 경비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A 씨 등이 행정업무를 전담해 수행했더라도 경비업체 소속 직원 중 A 씨 등만을 분리해 경비업법상 경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1심은 A 씨 등이 경비업법에서 정하는 경비원에 해당한다며 "예비군중대 사무원으로서 한 업무도 경비업체의 경비업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며, 경비대 행정조장의 업무와 구분되는 별개의 업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 씨 등은 자신들이 경비업체의 현장대리인이 아닌 예비군중대장에게 업무 지시를 받아 공사로부터 직ㆍ간접적으로 업무 수행에 관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예비군중대장의 업무 지시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라기보다는 용역계약에 따른 업무 내용의 확인, 협조 및 상호 정보 교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가 현장대리인을 통해 A 씨 등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 것은 2013년부터 공사가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돼 특수경비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경비업법 규정에 따른 시설주로서 지휘ㆍ감독권을 적법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심 뒤집고 "근로자파견 성립…전자결재로 지휘ㆍ명령"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둘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비업체의 예비군중대 사무원의 업무는 그 내용과 범위가 다른 별개의 업무인데, A 씨 등은 형식적으로는 특수경비대 행정조장의 직책으로 근무했으나 실제로는 공사의 지휘ㆍ명령하에 예비군중대 사무원으로 역할과 임무를 수행했다"고 판시했다.

A 씨 등은 공사 소속 근로자들의 보안 및 방호 회의를 기획하는 기안문을 작성하고 해당 회의에 직접 참석했으며, 이때 회의비용은 공사의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결제 후엔 예비군중대장의 아이디로 인트라넷에 접속해 관련 회계처리 업무를 했다. 공사는 공사의 전자결재시스템 매뉴얼에 따라 결재를 올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예비군중대장은 A 씨 등의 출근부에 관리 감독자로서 결재서명을 해 근태를 관리했다.

국가중요시설인 공사가 특수경비 대상이기 때문에 경비업법에 따라 일정 부분 시설주의 감독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도 다시 판단했다. 2심은 "(시설주로서의) 지휘ㆍ명령은 용역계약에서 정한 경비업무 범위에 한정돼 이루어져야 해 A 씨 등이 수행한 예비군중대 사무원 업무까지 공사가 지위ㆍ명령 권한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을 대리한 유태영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1심에서는 당사자들이 수행한 담당 업무에 대해서 깊이 있는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2심에서는 담당 업무에 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판단을 내렸다"며 "원고들은 예비군중대 사무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정규직과 혼재해 방호실에 상주했고, 원청의 업무용 인트라넷으로 공문을 작성한 뒤 정규직으로부터 전자결재를 받았다. 인트라넷, 전자결재 등은 사무직 간에 이루어지는 가장 전형적인 업무상 지휘ㆍ명령, 공동작업 방식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자회사 설립을 선택한 공공기관에서 불법파견 리스크가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정규직으로부터 비정규직까지 이어지는 지휘ㆍ명령 계통이나 업무분장에 대해서 상세하게 내부 규정으로 정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규정은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지휘ㆍ명령의 증거가 된다"며 "2017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명목으로 자회사를 도입한 기관의 실상이 한국가스공사처럼 파견법 위반에 따른 직접 고용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닌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사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9일 상고했다.

출처: 2023년 06월 21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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