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농성 중 집회했다면? 대법원 “방조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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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간부들이 조합원들의 농성 과정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를 개최한 것을 업무방해방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력행위가 쟁의행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면 방조범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이 농성에 참가한 산별노조 간부에 대해 2021년 9월 무죄 취지로 판결한 이후 적용 기준이 엄격해지는 추세로 보인다.<본지 2021년 10월5일자 13면 “산별노조 간부 점거농성 참가 ‘업무방해 방조’ 아냐” 참조>
조합원 ‘조명탑 농성’ 철도노조 간부들 천막 설치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오전 업무방해방조 혐의로 기소된 엄길용 전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 등 노조간부 7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기소 8년 만의 결론이다.
철도노조 조합원 A씨 등 2명은 한국철도공사의 순환전보 시행에 반대하고자 2014년 4월9일 차량사업소에 설치된 조명탑에 올라가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였다. 공사는 감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조명탑 전원을 차단했고, A씨 등은 공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노조간부들이 조명탑 아래 천막을 설치해 집회를 열고 A씨 등에게 물품을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검찰은 조합원의 업무방해 범죄를 용이하게 했다고 보고 2015년 4월 기소했다. 노조간부들은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를 개최한 것은 정당한 노조활동일 뿐 조명탑 농성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조명탑 농성 지원’ 행위를 유죄로 인정했다. 엄 전 본부장 등 7명은 벌금 50만~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집회를 개최하고 물건을 올려 준 것은 정범인 A씨 등의 업무방해 행위를 용이하게 하거나 결의를 강화해 방조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심은 방조죄를 인정하면서도 형량이 과하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벌금 30만~100만원으로 감형했다.
“농성 밀접한 행위 아냐” 대법원 인과관계 부정
하지만 대법원은 조합원 농성과 집회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우선 A씨 등은 노조의 계획과 무관하게 조명탑을 점거했고, 간부들이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를 개최한 행위는 순환전보 방침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는 노조활동의 일환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농성자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한 것은 고립된 조합원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차원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 행위가 점거에 일부 도움이 된 측면이 있었더라도, 조명탑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야간 입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정범들의 범죄에 대한 지원행위나 법익 침해를 강화·증대시키는 행위로서 정범들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방조범 성립을 인정할 정도로 업무방해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무방해 방조 인정 엄격 추세
“제3자 조력 인정돼야”
‘방조범’은 정범에 종속해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방조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중점으로 판단해 왔다. 앞서 대법원은 2021년 9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점거농성 지원’ 사건에서 최병승 전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의 업무방해방조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가 업무방해방조에 해당하는지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이 위축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쟁의와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것에 그친다면 방조범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철도노조 간부들을 변호한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노동자의 쟁의행위에서 제3자의 조력을 폭넓게 받을 필요가 있고, 그러한 지지와 연대 행위가 표현의 자유·일반적 행동의 자유 및 단결권으로 보호되는 정당한 행위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출처 : 2023년 06월 30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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