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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원이 업적급 비율 조정' SK하이닉스 셀프디자인...2심도 “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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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54회 작성일 23-06-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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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조직별 임원이 직원의 업적급 비율을 정하는 SK하이닉스의 셀프디자인 제도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왔다. 1심과 2심 모두 셀프디자인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보고 동의 절차가 적법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상고심에서 불이익 변경이 인정되더라도 동의 절차가 문제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9-2민사부(재판장 진현지)는 SK하이닉스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근로자들이 셀프디자인 도입 이후 받은 평가등급에 대해 도입 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셀프디자인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원이 업적급 적용률 결정...직원 "불이익 변경" 반발

SK하이닉스는 2018년 기술사무직에 셀프디자인 제도를 시행했다. 셀프디자인은 조직 임원이 성과평가에 따라 개인별 업적급 적용률을 결정하는 제도다.

근로자들은 반발했다. 임원이 임의로 업적급 적용률을 조정할 경우 임금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평가등급을 받더라도 임원 재량에 따라 임금 차등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근로자들은 동의 절차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의동의나 회의 방식을 통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셀프디자인 제도 도입 당시 설명회를 열고 근로자 동의를 받는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절차가 불이익 변경에 대한 동의인지 직원들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근로자 측 주장이다. 회사는 셀프디자인 동의를 받으면서 커미트먼트(Commitment)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이 단어의 의미를 놓고 근로자 간 이견이 생기면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셀프디자인이 근로자에 불이익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업적급은 셀프디자인 도입 전에도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었다. 셀프디자인으로 비율이 조정된다고 해서 이전보다 불이익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불이익 변경이라고 해도 근로자 동의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결국, 셀프디자인 제도가 근로자에 불이익한지, 불이익하다면 동의 절차가 적법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성과 따라 받는 업적급, 확정적 권리 아냐"...불이익 변경 부정한 법원

법원은 셀프디자인이 근로자에 불이익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셀프디자인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근로자 동의가 적법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1심과 2심 모두 같은 결론을 냈다.

취업규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려면 변경된 취업규칙으로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이 박탈돼야 한다. 이때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은 취업규칙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 법리다.

근로자 측은 업적급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셀프디자인 도입 이전에 평가등급에 따라 고정된 업적급 지급률이 적용돼 본인이 받게 될 업적금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존 제도에 의하더라도 근로자가 일정한 수준의 업적을 달성했을 때 특정한 평가등급을 받게 될 것이 확정적으로 예정된 것은 아니었고 조직별로 할당된 총 마일리지 내에서 평가등급을 임의로 부여했던 것"이라며 "조직 내 평가 순위가 비슷해도 평가등급은 매번 다르게 부여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업적급 지급률도 달라질 수 있었다"고 했다.

변경 전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평가등급 비율 변동에 따라 업적급이 달라져 근로자가 특정액의 업적급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권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셀프디자인 도입으로 업적급이 감소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는 셀프디자인을 도입하면서 상대평가로 진행하던 평가등급 부여방식을 폐지했다. 재판부는 평가등급 부여 방식이 변경됐으니 셀프디자인이 도입되기 전 업적급 지급률을 적용하더라도 더 많은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가등급 부여방식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업적급 지급률이 변동됐다는 사정만으로 취업규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됐다고 볼 수 없다"며 "업무 실적이 이전보다 감소해 업적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제도 도입 이후 업적급이 줄어든 것이 취업규칙 변경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셀프디자인 도입으로 하위 평가등급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할당하게 했던 기존 제도가 폐지된 것은 근로자에 이익이 되는 변경"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1심도 "셀프디자인 제도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근로자 수가 방대해지면서 회사 전체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보다 각 조직별로 자율적으로 성과와 보상을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라며 "상위 평가등급을 받은 근로자들의 업적급이 종전 지급률을 적용했을 때보다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만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회사 측을 대리한 김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셀프디자인 제도는 평가자가 평가 등급 비율과 등급에 연동되는 업적급 비율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바꾼 것인데 이전에도 각 평가 등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업적급 기준이 정해져 있던 게 아니어서 근로자의 구체적 이익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법서 동의 절차 문제될 수 있나..."가능성 적어"

불이익 변경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근로자 측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다. 근로자 측이 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동의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이익 변경'에서부터 가로막히면서 동의 절차에 대한 법원 판단은 받지도 못하게 됐다.

그러나 상고심에서 불이익 변경이 인정돼도 셀프디자인이 적법하다는 소송 결과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김완수 변호사는 "회사는 동의 절차를 밟았고 근로자도 회사의 동의 절차가 셀프디자인에 대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그에 대한 찬반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며 "따라서 불이익 변경이라 하더라도 판결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도 셀프디자인 동의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2020년 고용부는 셀프디자인으로 삭감된 임금을 지불하라는 임금체불 진정 사건에서 사측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고용부는 회사가 셀프디자인 설명회를 진행한 후 채팅을 통해 직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아 노사 간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근로자 측은 법원 판단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근로자 측 관계자는 "재판부가 셀프디자인 제도를 근로자 입장에서 이해하지 않은 결과"라며 "셀프디자인은 일면식도 없는 임원진이 직원 평가 등급을 주고 그 비율도 투명하지 않게 부여하는, 불투명한 평가를 더 불투명하게 하는 제도"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출처: 2023년 06월 05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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