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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채용은 부당노동행위”…불파 리스크 해소에 제동 건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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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3-05-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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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자회사 채용을 통해 불법파견 리스크를 해소하던 방식에 제동이 걸렸다. 자회사 입사를 조건으로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시키고 응하지 않은 근로자는 다른 지역으로 전보시키는 등 불이익을 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현대위아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의무를 지는 사용자라고 보고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현대위아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0일 "현대위아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ㆍ간접적으로 지휘ㆍ감독하면서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해 온 부당노동행위 금지 의무를 준수할 사용자"라며 "현대위아는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잠탈할 목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신설법인(자회사) 고용 승계에 개입해서 소송 취하 또는 부제소에 대한 노조 의사결정에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소송 취하 안 하면 울산"...대법 선고 앞두고 꺼내든 '자회사'
 
2020년 현대위아는 평택공장을 폐쇄하고 설비를 울산공장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생산량이 줄어 공장 임대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이유다. 협력업체 노조와 현대위아, 협력업체는 고용안정대책기구를 구성해 고용승계 방안을 논의했다.
 
회사 측 제안은 이랬다.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고 향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부제소 합의)를 하는 근로자는 평택에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을 승계한다.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돼 울산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
 
근로자 측은 불법파견 직접고용의무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면서 반발했다. 당시 현대위아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협력업체 네 곳 중 한 곳을 제외하고 근로자 측이 승소하던 상황이었다.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기업이 불법파견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다. 대표적인 곳이 SPC다. SPC는 2018년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받자 자회사 PB파트너스를 설립해 근로자들을 고용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2021년 현대ITC 등 지역별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근로자를 고용했다. 현대제철도 현대위아와 유사하게 부제소 합의를 조건으로 자회사 채용 대상자를 받았다. 현대트랜시스, 현대모비스도 이미 자회사를 출범시켰고 포스코도 자회사 설립 계획을 밝혔다.
 
결국 현대위아는 2020년 6월 자회사 WHI를 설립해 평택공장 협력업체 근로자를 고용했다. 당시 협력업체 근로자 75명이 부제소 합의를 했고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이던 근로자 40명이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 조합원 102명은 자회사 채용에 응하지 않아 울산으로 전보됐다.
 
지회는 현대위아가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경기지노위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중노위 판단은 달랐다. 원청인 현대위아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의무가 있는 사용자이고 울산에 근로자들을 전보시키면서 부제소 합의를 요구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 현대위아 사용자성 인정..."자회사는 직접고용의무 잠탈 목적"
 
법원도 중노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현대위아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라고 봤다.
 
이는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 않더라도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현대위아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 일정과 방식, 규칙 등을 정하고 직ㆍ간접적으로 지휘ㆍ감독하면서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며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고용사업주인 사내협력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지배ㆍ개입 부당노동행위 금지 의무를 준수할 사용자"라고 했다.
 
이어 자회사 고용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현대위아는 파견법상 집적고용 의무를 잠탈할 목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 대표를 통해 소송 취하자와 부제소 합의자만 고용승계해 원래 공장에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며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의사결정에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노동조합 운영과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고 꼬집었다.
 
현대위아 측은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사항은 회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자회사 채용은 협력업체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자회사 설립으로 현대위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사측 안대로 소송 취하 등이 이루어지고 통합 신설법인이 설립되면 현대위아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면하게 되는 등 확실한 이익을 얻는다"며 "반면 필연적으로 협력업체 통폐합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협력업체 경제적 이익에는 반하지만 협력업체 대표들은 사실상 현대위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대위아는 도급인으로서 권한을 이용해 협력업체와의 도급계약을 변경하고 신설법인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며 "사내하도급 계약관계에서 공장 이전이나 도급업체 변경 등은 통상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지는 도급인의 사전 승인이나 도급인과 수급인의 긴밀한 협의 등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유정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장은 "이번 사건은 원청이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원청이 하청 노조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사용자가 된다고 판시한 사례가 별로 없었는데 이 법리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자회사 채용이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 첫 판단이기도 하다. 김유정 변호사는 "불법파견 소송에서 원청 패소가 확실시되는데도 원청은 하청 노동자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대법원까지 시간을 끌면서 자회사 채용 등 파견법 위반을 잠탈하기 위한 꼼수를 써서 직접 고용 의무를 회피해 왔다"며 "이러한 행위도 부당노동행위 될 수 있다고 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가 자회사 채용 자체를 부당노동행위로 본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자회사 채용에 응하지 않으면 평택에서 울산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할 정도로 근로자의 불이익이 컸다.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보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에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부당노동행위는 될 수 있다는 게 김유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유정 변호사는 "자회사 채용은 부제소 합의를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이라는 것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전보든 다른 공정으로 배치가 되든 계약 해지를 하든 불이익을 준다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처: 2023년 05월 30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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