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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첫 실형' 한국제강 대표 법정구속...'전과'가 형량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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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3-05-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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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대표이사 A 씨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첫 실형 선고다. 법인에는 벌금 1억 원이 선고됐다.

첫 중대재해처벌법 실형 선고에 경영계와 법조계는 술렁이고 있다. 징역 1년은 중대재해처벌법 법정형 하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아쉬움도 나오지만 중대재해처벌법 1호 선고 사건 형량이 집행유예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무거워진 셈이다. 

형량이 무거워진 데에는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제강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전력이 여러 번 있고 산재사망 사고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국제강에 안전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은 A 씨의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 재발 방지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2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강지웅)는 전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하청 대표이사 B 씨에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이, 한국제강 법인에는 벌금 1억 원이 선고됐다.
 
"안전보건관리자 평가 절차 마련 안 해"...재판 넘겨진 대표이사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ㆍ보수를 담당하던 하청업체 근로자가 떨어진 방열판에 깔려 사망했다. 크레인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매달려 있던 방열판이 근로자를 덮쳤고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방열판은 무게 1.2톤, 가로 300cm, 세로 140cm에 달하는 중량물이다. 그러나 방열판을 매달고 있는 섬유벨트는 오래돼 표면이 딱딱해졌고 불티에 용해되거나 긁힌 흠이 있는 상태였다. 기본 사용 하중 표식도 사라져 안전성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검찰은 A 씨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두 위반했다고 판단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A 씨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하청업체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능력이 있는지 평가하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지도 않았다. A 씨가 의무를 이행했다면 B 씨가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로서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했을 것이고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다.
 
검찰은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B 씨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했다. 한국제강 법인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동시에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산안법 위반 3회ㆍ재판 중 또 중대재해...법원 "죄책 무겁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A 씨는 징역 1년을, B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국제강 법인에는 벌금 1억 원이 부과됐다. 같은 달 나온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에서 대표이사의 형량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법인에는 벌금 3000만 원이 선고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원청 대표이사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한국제강이 과거에도 산재가 여러 번 발생했던 사업장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다수의 동종 전과가 있어 그 책임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앞서 지난 2010년 한국제강은 검찰청과 고용노동부의 합동점검에서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2020년에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에서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또다시 벌금형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산재사망이 발생해 대표이사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산재사망 직후에 실시된 고용부 정기 감독에서도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적발돼 벌금을 받았다.
 
특히 이번 중대재해 사고는 앞선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생했다.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하고 3개월 후에 실시된 고용부 감독에서도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재차 적발됐다.
 
재판부는 이 점을 지적하면서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A 씨는 산재 사망 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는 와중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A 씨 측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에 관한 조치를 일부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의무 이행을 위해 노력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이 참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할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는 것을 정상참작 사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법이 제정ㆍ공포된 날로부터 시행일까지 1년의 유예기간이 있었다"며 "한국제강의 경우 유예기간 중에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다른 사업장에 비해 긴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목적과 사업장의 전과를 고려하면 A 씨의 죄책이 상당히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중대재해시민넷 대표 권영국 해우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첫 실형이 선고된 건 의미 있지만 징역 1년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선고될 수 있는 가장 낮은 형량이라는 이유에서다. 권영국 변호사는 "실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형량 자체는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도급 관계에서 하도급 근로자가 사용하는 장비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책임이 있는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안전에 대해 엄중한 형사책임을 부과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합의했는데 '괘씸죄' 적용?...처벌 왜 무거워졌나
 
A 씨와 B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사망한 근로자에게도 사고 발생이나 피해 확대에 어느 정도 과실이 있는 점, 피해자 유족과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은 형량을 결정할 때 참작 사유가 됐다. 한국제강은 중대재해 발생 이후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모두 이행하고 과태료를 자진 납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씨에 선고된 형량은 징역 1년에 법정구속이다. 법인에 선고된 1억 원도 다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벌금이 3000만 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무겁게 책정됐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포인트는 범행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자백했고 유족과 합의도 이루어져 유족이 선처를 탄원한 사건임에도 실형을 선고하고 더 나아가 법정구속까지 했다는 점"이라며 "실형이 선고된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 다수의 동종 전과가 있다는 것인데 법 취지를 고려해 중형을 선고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형이 선고된 가장 큰 이유는 동종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됐던 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중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형량을 높인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재판부는 한국제강이 산업안전보건법 단속으로 벌금 3회 받았고 산업안전보건법 사망사고로 재판을 받는 도중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등 안전보건에 관한 노력이 거의 없었다고 봤다"며 "과거 동종 유사 사건이 많이 발생했음에도 안전불감증으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을 괘씸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한국제강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 기간 도중에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과거 대표이사의 형사처벌 문제도 있는 등 일반적인 사업장과는 사정이 다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이 사건은 충분히 실형이 나올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었던 케이스"라며 "아무리 합의를 하고 반성을 했더라도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했고 의무 위반 사업장으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면 형량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유파트너스 사건과 다르게 A 씨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으로 동시에 기소됐다는 것도 형량이 무거워진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홍성 변호사는 "A 씨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위를 동시에 갖고 있다"며 "두 가지 중 더 무거운 형량만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의무만 위반한 사안과 산업안전보건법 의무를 함께 위반한 사안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들..."재발 방지 중요성 커져"
 
이번 판결에 대해 인과관계 논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려면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으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인 온유파트너스 사건에서도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어떻게 근로자의 사망으로 이어졌는지 단계적으로 논증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온유파트너스 사건에 비해 인과관계가 자세히 논증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단순히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정도로만 인과관계를 설명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첫 실형에 경영계는 우려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산업안전본부장은 "대표이사가 실형을 받은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고 많은 사업장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충분한 논의 없이 제정됐고 시행령도 늦게 제정돼 준비할 여력이 없었지만 이런 측면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확대될 텐데 중소사업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며 "법원은 중대재해에 대해 사업주를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하면서 형을 강하게 선고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법정형이 나온다면 상당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로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 판결이 두 건밖에 나오지 않았고 항소심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법원의 판결 경향이 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법원은 두 판결에서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과 취지를 중요하게 고려해 연이어 실형을 선고했다. 정부는 처벌보다는 기업의 자율적 예방을 통해 중대재해를 규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기조가 법원 판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판결로 중대재해 재발 방지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산업재해 연이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불리한 양형 요소가 돼서다.

조상욱 변호사는 "중대재해가 빈발하는 사업장은 굉장히 경계심을 갖게 하는 판시"라며 "중대재해는 구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한번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나 컴플라이언스 체제 정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2023년 05월 02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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