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교섭 거부에 지배ㆍ개입까지”…신일정밀 부당노동행위 모두 인정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3-05-24 09:20

본문

0cc8f05c3ca3b4a6a806c7f901465e8b_1684887550_63.png

굴삭기 부품인 선회베어링 제조업체인 신일정밀의 부당노동행위를 모두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신일정밀이 전국금속노동조합 신일정밀지회에 행한 단체교섭 거부ㆍ해태, 폐업 예고, 쟁의행위 불법 규정 게시물 부착, CCTV 근태 감시 등이 모두 노조를 탄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는 신일정밀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11일 "회사가 2020년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ㆍ해태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폐업 예고,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게시물 부착, CCTV로 노조 간부 및 조합원의 근태를 감시하고 문답서를 발송한 행위 등 모두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중노위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봤다.
 
지노위부터 1심까지…모두 근로자 측에 손
 
신일정밀의 노사 갈등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는 신일정밀노동조합과 2020년 임금교섭을 진행하던 중 금속노조로부터 신일정밀노동조합이 조합원 총회를 거쳐 금속노조 신일정밀지회로 조직형태가 변경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후 회사와 지회는 조직형태 변경 절차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놓고 다투고, 임금교섭을 재개한 뒤엔 지회의 전임자 요구를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폐업을 예고, 지회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중 회사는 생산에 참여하는 직원에게 위기극복 장려금과 생산성 장려금 지급을 약속하고 지급했으며, 신규채용을 하기도 했다. 또한, 지회의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게시물을 사내에 부착하고 이를 조합원 집으로 발송했다. CCTV를 통해 지회 간부 4명과 조합원 1명에 대한 근태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문답서를 요구한 일도 있었다.
 
금속노조는 회사의 이 같은 행위가 모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자 측 손을 들어주며 구제신청을 일부 인정했다. 강원지노위는 회사가 사내에 게시물을 부착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는 회사가 사내에 게시물을 부착한 것까지도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해 회사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 역시 중노위 재심판정이 적법하다며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법원, "부당노동행위 명백해…중노위 판정 적법"
 
먼저, 법원은 회사가 교섭권자의 법적 지위를 확인하겠다며 조직형태 변경 관련 소집공고, 회의록 등 근거자료를 요구하면서 임금교섭 재개를 거부한 것은 단체교섭의 거부ㆍ해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회사는 노조가 상급단체 변경을 이유로 교섭절차 중단을 요구했을 때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로 변경돼 교섭주체가 변경될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교섭주체 지위를 의심하거나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지회의 전임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섭을 거부한 것도 단체교섭 거부ㆍ해태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전임자 관련 사항을 삭제하라는 입장만을 고수하면서 교섭절차에 성실히 임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이전 합의에서 교섭 대상을 임금협약으로 한정해 전임자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합의와 달리 임금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것을 교섭 대상으로 요구한다고 해서 회사에 교섭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가 폐업 공고를 한 것은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봤다. 회사는 단가 인하로 인한 경쟁력 저하, 실적 감소 등으로 불가피하게 폐업을 결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위기 타개를 위한 충분한 노력이 없었고, 폐업 의사를 공고하고 불과 17일 후 이를 철회한 것을 보면 애초 폐지 의사가 있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파업 중 생산에 참여하는 직원에게 위기극복 장려금과 생산성 장려금을 지급한 것과 파업 돌입 후 신규채용을 한 것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특히, 장려금 지급 기한을 '전면파업 종료 시까지'로 명시한 것이 근거로 지목됐다.
 
법원은 지회의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 사내 게시물을 부착하고 이를 조합원 가정에 발송한 것도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게시물이 지회의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위협한 것이고, 이를 근로자에게 알리기 위한 의도였다면 우편물이 아닌 문자메시지와 같은 대체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편물로 발송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회 간부 4명과 조합원 1명에 대한 CCTV 감시 또한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법원은 지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 전엔 약 7개월 동안 11회(총 80분가량) 이루어졌던 CCTV 검색이 조직형태를 변경한 후엔 약 6개월 동안 26회(총 756분가량)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
 
관련해서 지회는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회사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리고 재정신청까지 기각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행정소송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고 해서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 존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수사기관에서 불기소처분이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회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중노위 판정의 적법성을 뒤집을 만한 예외적인 사정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회를 대리한 강빈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신일정밀의 2020년 당시 경영진에 의해 자행된 모든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이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 변호사는 "2020년 신일정밀의 부당노동행위는 양상과 종류가 이례적일 정도로 다양하고 악랄한 부당노동행위 종합선물세트였다"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존재를 법원으로부터 늦게나마 확인받은 것이 가장 큰 의의이고,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신일정밀의 이전 경영진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0년 임금교섭 갈등으로 2020년 10월 시작된 지회의 파업은 해를 넘겨 213일간 이어졌다. 당시 지회는 213일간 진행된 파업을 마무리하며 "회사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투쟁에 나섰고 213일간 후회 없이 싸웠다"며 "현장으로 돌아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출처: 2023년 05월 22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