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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택시로 대기시간 줄어, 근로시간도?…대법 “최임법 잠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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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5-03-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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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간편하게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심은 "카카오택시 서비스로 택시기사가 탑승객을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감소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카카오택시 서비스로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이 감소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19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 13일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숙연)는 퇴직한 택시기사 A 씨 등 36명이 택시회사 S 교통과 H 상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 "카카오택시로 대기 단축돼…단축 적법"
 
목포시 택시회사인 S 교통과 H 상사 택시기사들은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고정급을 임금으로 받아왔다. 노사는 2006년 택시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합의했다.
 
이후 2007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돼 하루 운송수입금 중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이 최저임금에서 제외되는 특례 조항이 신설됐다. 특례조항은 택시회사가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고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납금제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이었다.
 
목포시에 특례 조항이 시행된 건 2010년 7월부터였다. S 교통과 H 상사 노사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소정근로시간을 각각 4시간, 2시간 50분까지 단축했다.
 
그러나 퇴직자들은 노사 합의가 최저임금법 잠탈 목적으로 무효라며 단축 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은 회사의 손을 들었다. 원심은 변경 합의가 노사 모두의 손실 회피를 위한 것이지 최저임금법 잠탈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회사는 법 위반이 될 우려와 큰 폭의 고정급 상승으로 손실이 우려됐고, 근로자도 고정급 증액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이 감소하고 각종 세금이 증가해 총수입이 줄어들 우려가 있었다"며 "단축 합의가 법 개정 취지와는 맞지 않지만 이로 인해 노사가 모두 손실을 본다면 손실 회피를 위한 단축이 제도 잠탈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기존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운영시간을 반영한 것도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2006년 노사 합의에 의한 소정근로시간은 1주 40시간을 근무일수 6일로 나누어 나온 값으로 실제 운행시간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며 "택시기사의 소정근로시간 산출은 변수가 많고 실제 근로시간 산출은 간접 추정만 가능해 노사가 합의했다면 효력과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로 대기시간이 감소해 근로시간이 감소했다고 봤다. 원심은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로 택시기사들이 탑승객을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감소했다"며 "실제 근로시간이 감소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은 "단축 비율, 급격성 등 고려해야" 파기환송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 변경이 최저임금법 잠탈 목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새로운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 직전에 이루어졌고, 소정근로시간 감축이 법 개정에 따른 최저임금 상승분 정도였다"며 "목포시 의뢰로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택시기사 1인당 운송수입금은 1시간당 평균 1만2575원으로 합의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카카오택시 서비스의 등장으로 대기시간이 줄고 근로시간이 감소했다는 원심 판결도 파기했다.

재판부는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기반 서비스로 실제 근무시간이 감소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설사 실제 근무시간이 감소했더라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적법성 판단은 소정근로시간이 얼마나 급격하게 단축됐는지(급격성), 단축 비율, 운영 실태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서 근무형태와 운행시간이 변경됐다고 볼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노사 합의의 적절성은 최저임금 회피 목적과 아울러 실제 근로시간 합의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의 불일치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택시회사 소정근로시간 합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 경향에 따른 것으로, 대법원은 2019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회피 목적인 경우 무효라고 판결했고 지난해 5월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시간 간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 경우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최저임금법 잠탈 목적으로 무효"라며 "상당한 불일치 여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급격성, 비율, 빈도를 고려해 판단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판단기준으로 "단축 합의의 구체적 경위와 시기, 단축 소정근로시간 적용 시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변동 추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급격성, 비율, 빈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법 잠탈 목적의 합의인지 여부를 판단했다.
 
플랫폼 통한 근로시간 단축, 여전히 '쟁점'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성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기존 판결을 적용해 결론을 냈다"며 "하급심에서는 간혹 기존 대법원 판결과 다른 판결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어느 정도 법리 정리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동일 법률사무소 해방 대표변호사는 "대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적법성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관련 법리가 정돈되고 있다"며 "이는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임금체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납금제의 폐해와 최저임금 회피 시도를 규제하려는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은 분쟁 감소와 명확한 자료를 근거로 한 투명한 임금체계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건과 달리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서비스로 인해 실제 근로시간이 단축됐다는 입증이 가능하면 법원 판단은 달라질 수도 있다.
 
정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는 대법원이 카카오택시 활성화로 대기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원심 판단을 증거 부족으로 뒤집었지만 근로시간 변화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가 있었다면 다른 판단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사업자가 정보 주체인 택시기사들의 동의 없이 근로시간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워 플랫폼 기술 발전에 따른 근로시간 조정은 택시회사들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반영해 고정급을 지급하라는 새로운 쟁점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는 근로자들이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아니라 실제 근로시간을 반영해 고정급을 지급하라는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대부분의 택시 회사들이 2교대로 배차해 승차 거부를 할 수 없는 택시 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은 10시간 이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카카오택시로 대기시간 줄어, 근로시간도?…대법 “최임법 잠탈”, 월간노동법률, 2025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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