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없는 외국인도 2년 넘으면 무기계약직…GS건설 ‘부당해고’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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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라도 2년 이상 근무했다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주권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기간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뒤집는 판결로, 이 판결이 향후 기업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는 지난 6월 12일 GS건설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 A 씨와 B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영주권 無 외국인도 기간제법 '적용'…"갱신 거절은 부당해고"
영국 국적의 A 씨는 거주(F-2)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GS건설에서 영어 강의를 했다. 미국 국적의 B 씨는 결혼이민(F-6) 비자로 입국해 GS건설에서 행정 업무를 담당했다. 회사는 두 사람과 근로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해 각각 4번, 3번 계약을 갱신했다.
GS건설은 2023년 두 사람과의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근로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두 사람은 기간제법에 따라 총 근로기간이 2년이 넘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며 계약 갱신 거절이 해고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두 사람에게 기간제법이 그대로 적용돼 회사의 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기간제 계약기간이 2년을 초과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며 "무기계약직인 두 사람에게 회사가 계약 만료만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계약기간 만료만을 해고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고 해고 사유와 시기도 통지하지 않았다"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했다.
회사는 두 사람의 비자가 국내 체류 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간제법이 정하는 예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거주(F-2) 비자는 5년, 결혼이민(F-6) 비자는 2년의 국내 체류 기간 제한이 있고, 기간제법은 다른 법이 정한 예외가 있으면 기간제 계약기간이 2년을 넘어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도 기간제법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이 국내 체류 기간 상한을 정한 것은 외국인 체류 자격 관리를 위한 것일 뿐 이것으로 고용 기간 상한을 정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며 "체류 기간이 만료되어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기간 연장이 가능해 고용 기간을 별도로 정할 필요가 없어 기간제법의 예외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기존 고용부 행정해석을 뒤집는 판결이다. 고용부는 외국인 근로자가 영주권을 갖기 전까지는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
그러나 법원이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기간제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면서 행정해석의 변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도 주의가 필요하다.
정봉수 강남노무법인 대표공인노무사는 "지금까지 고용부는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라면 재외동포(F-4) 비자 근로자까지 기간제법의 적용을 제외해 왔다"며 "결혼이민(F-2) 비자는 장기체류가 가능해 기간제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더라도 법원이 이번 판결처럼 거주(F-2) 비자까지 기간제법을 적용한다면 고용부도 빨리 행정해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며 "기업은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관리할 때 비자의 종류에 따라 기간제법 적용 여부를 면밀히 따져서 근로조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윤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기존의 고용부 행정해석보다 기간제법 적용 예외 사유를 더 엄격하게 해석했다"며 "법원은 체류 기간의 제한이 있는 외국인 근로자도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단해 행정해석과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 판결에 따르면 영주권 없는 외국인 근로자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기업은 앞으로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채용 인원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년 넘으면 정규직 취업규칙 적용…"명절상여금 지급"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은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정규직 취업규칙이 적용되는지였다. 회사는 취업규칙에 정규직 근로자에게 명절상여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기간제 근로자였던 두 사람은 명절상여금을 지급받지 못 했다. 두 사람은 근로계약에 따른 재량상여금만 지급받았다.
두 사람은 소송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뒤에는 자신들에게도 정규직 취업규칙이 적용돼 명절상여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환 전 기간제 기간에도 노사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으로 명절상여금이 지급됐어야 한다며 법원에 미지급분을 청구했다. 회사는 전체 근로자 3830명 중 420명이 가입한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명절상여금 지급을 명시했다.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단체협약은 동종 근로자 전체에게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회사에 명절상여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이 기간제 근로자에게만 명절상여금 지급을 배제하고 있어 두 사람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후에는 적용이 배제될 이유가 없다"며 "무기계약직에 대한 별도의 취업규칙이 존재하지 않아 정규직 취업규칙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회사가 두 사람에게 재량상여금을 지급해 온 점을 고려해 명절상여금 미지급분의 50%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근로계약에 의해 지급된 재량상여금이 명절상여금과 유사한 성격이 있어 명절상여금의 50%는 이미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회사에 명절상여금 50%에 대해서만 지급 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두 사람이 기간제 근로자였던 기간에는 회사에 명절상여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두 사람의 일반적 구속력 확장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명절상여금에 대해 단체협약을 체결한 노조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아니다"라며 "노사 단체협약에 비조합원에게도 효력이 확장된다는 별도의 조항도 없어 두 사람이 기간제 근로자인 기간에는 회사에 명절상여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기간제 근로자에게 명절상여금을 미지급한 것이 기간제법상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의 건설 사무직 근로자와 두 사람의 업무 내용이 다르고 채용 경로와 자격 요건에서도 차이가 있다"며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명절상여금 미지급이 기간제법상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두 사람은 회사가 외국인 무기계약직에게 명절상여금을 미지급한 것이 근로기준법상 차별 처우 금지 위반이라며 불법행위 손해배상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회사가 외국인 무기계약직에 대한 별도의 차별 처우를 했다고 볼 수도 없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이 정규직과 기간제의 근로조건 차이를 두는 경우 업무 내용과 노동 강도에 명확한 차이가 있음을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조 변호사는 "정규직과 기간제의 근로조건 차이를 두는 것이 기간제법에 위반되지 않기 위해서는 둘 간의 업무 내용과 노동 강도에 명확한 차이가 있어 근로조건을 달리 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이 불리한 처우인지 여부를 임금 세부 항목 별로 판단하고 있어 임금 항목, 지급 방식 등을 명확히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노무사도 "정규직과 기간제의 근로조건 차이가 기간제법 위반이 되지 않으려면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명확한 차이를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명시해야 한다"며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 내용이 달라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 대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간 근로조건 차이를 두는 것도 근로기준법상 차별 금지 위반이 되지 않으려면 외국인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의 고유적 특성이 다르다는 점이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명시될 필요가 있다.
조 변호사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 소통 문제 등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곤란, 체류 기간 제한으로 인한 장기 근속 어려움 등으로 인해 고유 업무에 차이가 있음이 인정돼야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영주권 없는 외국인도 2년 넘으면 무기계약직…GS건설 ‘부당해고’ 판결, 월간노동법률, 2025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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