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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급 없는 우유배달원도 근기법상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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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63회 작성일 25-10-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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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급 없이 배달 가구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 우유배달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판사 정은영)은 28일 우유배달 중 차량과 함께 추락해 엉덩이뼈가 부러진 배달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2023년 11월 B유제품 대리점 대표와 배달계약을 체결하고 가정집을 돌며 우유를 배달하는 일을 했다. 사고는 지난해 8월12일 새벽 3시에 발생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하차하던 A씨는 그만 1미터 아래 밭으로 추락해 차량에 깔리면서 갈비뼈와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등 다발 골절과 요추 염좌 진단을 받았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이 A씨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산재보상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대리점주 지휘·감독 아래 근무”

쟁점은 A씨가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느냐다. A씨는 대리점주로부터 배달 구역과 순서를 지정받았고, 물품 출고시간을 오전 1시께로 정해 같은 날 오전 중 배달을 마쳐야 했다. 물품 출고시에는 종류·개수를 확인하고, 배달시에는 명단을 점검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오배달·누락·민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도 이뤄졌다.

대리점주는 우유를 가방 안에 넣는 방식, 위치 조정, 대금청구서 교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또한 물품 적재 방식, 주변 정리, 수금 내역 정리·보고 방법 등에 관한 지시를 내렸다. A씨는 고객의 민원이나 품목 변경 요청을 사업주에게 보고했고, 지시에 따라 일부 민원을 직접 처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사업주는 A씨에게 업무량을 할당하고 배달 구역과 순서를 지정했으며, 물품 출고시간을 정해 오전 중 배달 완료를 요구했다”며 “A씨는 지정된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속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방법에 관한 지시와 업무수행에 대한 구체적 관리 양상에 비춰볼 때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보수는 근로 대가, 자차 사용은 사업장 비용절감 목적”

계약서에는 주 2회 배달가구당 7천원, 주 1회 배달가구당 3천500원을 지급하기로 돼 있었다. 법원은 “보수가 배달량을 기준으로 정해졌고, 노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지급됐다”며 “이는 노동 자체의 대가로서 고정급 성격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했지만, 재판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비용절감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유류비를 별도로 지급받았다”며 “이윤 창출이나 손실 위험을 스스로 부담했다고 볼 사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A씨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지 않았고 사회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으며,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경향 확대

이번 판결은 배달·대리운전·학습지교사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최근 법원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은 대리기사, 차량 호출서비스인 타다 운전기사 등에 대해서도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우유배달원의 경우는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가 드물다. 법원은 그간 우유배달원의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배달량에 따른 수수료 외에 고정급이 없었으며, 다른 회사의 제품 배달이 허용된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이번 판결은 고정급이 없어도 배달량을 기준으로 보수를 지급받고, 자기 소유 차량을 이용한 우유배달원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결정으로 평가된다.

출처 : 김미영 기자, “고정급 없는 우유배달원도 근기법상 근로자”, 매일노동뉴스, 2025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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