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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노사 합의’ 기준이어도 여성 승진 0명이면 “승진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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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5-11-0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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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합의에 따른 평가 기준으로 승진을 결정했더라도 여성 근로자가 한 명도 관리직으로 승진하지 못했다면 승진 차별에 해당해 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강도 업무 수행을 위해 남성 근로자를 채용한 것은 채용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이준영)는 반도체 부품회사 KEC 여성 근로자 A 씨 등 4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 했다.
 
20년 근속해도 여성은 관리직 안 돼…법원 "승진 차별"
 
KEC는 경북 구미공장에서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다. KEC에서 남성 생산직 근로자는 선발 후 대부분 J2등급을 부여받았지만, 여성 생산직 근로자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직급인 J1등급을 부여받았다.
 
승진에서도 성별 간 차이가 존재했다. 입사 시 J2등급으로 시작한 남성 근로자 21명 중 7명이 관리직이 될 수 있는 S등급으로 승진했지만, 여성 근로자 48명은 근속연수가 20년이 넘는 근로자들이 있었음에도 한 명도 S등급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승진 소요 연수에서도 성별 간 격차가 2배 가까이 났다. 남성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직급 한 단계 승진에 평균 4년이 걸렸지만, 여성 생산직 근로자는 7.12년이 소요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7년 KEC를 여성 관리자 비율이 낮고 개선 노력이 현저히 부족한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 위반 사업장으로 공표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회사에 개선 조치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개선 조치가 없자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인 A 씨 등 여성 근로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남성 생산직 근로자 임금과의 차액과 정신적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회사의 채용과 승진 차별을 모두 인정했다. 1심은 회사가 성별을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봤다. 1심은 "여성 생산직 근로자는 남성과 달리 S등급으로 단 한 명도 승진하지 못했고, 한 직급 승진을 위한 소요 연수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며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관리직이 될 수 있는 S등급은 설비 부품을 운반해 정비할 수 있는 육체적ㆍ전문적 능력이 있어야 해 공고 출신 남성을 채용하고 승진시킨 것"이라며 "승진에 차이가 발생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1심은 "회사가 주장한 공고 출신 남성만 할 수 있는 업무인 '기능직'은 인사 규정상 존재하지 않는 직무"라며 "남성 생산직 근로자들이 일부 설비 부품 정비ㆍ교체를 위한 업무를 했지만 이것이 특별히 고도의 육체적 능력을 요구하거나 노동 강도가 강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1심은 채용상의 차별도 인정했다. 1심은 "남녀 간 직무 구분도 명확하지 않고, 연속 생산공정에서 남녀가 구분 없이 일했다"며 "B 씨 등 6명의 여성 생산직 근로자들이 공고를 졸업했음에도 남성과 달리 J1등급으로 채용한 것은 성별에 따른 차별이며 이것에 합리적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은 회사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 처우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1심은 "근속기간이 짧은 근로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성 근로자들이 20년 이상 성실하게 근무해 왔음에도 회사가 S등급으로 승진할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았다"며 "이는 헌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건전한 사회 통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 회사에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회사는 채용 시부터 10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성별에 따른 차별 처우는 변론 종결 시에도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차별 처우가 지속되고 있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강도 직무 위한 남성 채용은 차별 아냐"

그러나 2심은 채용 차별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회사가 주장한 기능직 업무가 실존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공고 출신 남성 근로자들이 담당한 기능직 업무인 '키퍼'는 업무가 복잡하고 육체적으로 힘들어 공석이 생겨도 내부 근로자들이 지원하지 않던 직무"라며 "지원자가 없어 회사는 기능직 업무를 담당할 근로자를 별도로 채용해야 했고, 공고 출신 남성 근로자들을 J2등급으로 채용해 해당 업무를 맡긴 것으로 채용 절차 자체가 달라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승진 차별이 존재한다는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은 "여성은 S등급으로 한 명도 승진하지 못 했고, 한 직급 승진도 소요 연수가 남성에 비해 2배가량 더 걸렸다"며 "남성 근로자와 승진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차별에 합리적 사유도 없다"고 했다.
 
2심은 승진 결정이 노사 합의에 따른 평가 기준을 토대로 이루어졌더라도 지속적으로 승진 차별이 발생한 경우 회사가 손해 배상 책임을 진다고 봤다.
 
2심은 "회사는 승진 결정이 노사 합의에 의한 인사 규정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규율성 등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항목이 있었고, 이것에 의해 결과가 달라졌다"며 "회사가 성별에 따른 승진 차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과실에 해당해 손해 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 측을 대리한 장석우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남녀 승진 차별 사건에서 법원은 형식적 평등이 아닌 결과적 불평등을 더 면밀하게 보고 기준을 제시했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장기간의 구조적인 승진 차별을 회사가 계속적, 반복적으로 방치할 경우 손해 배상 책임을 진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법원, ‘노사 합의’ 기준이어도 여성 승진 0명이면 “승진 차별”, 월간노동법률, 2025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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