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신고 예술단원 ‘쌍방 가해’ 징계, 법원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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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성희롱 피해를 당한 시립예술단 뮤지컬 단원들을 ‘쌍방 가해’로 묶어 징계했다가 법원이 부당징계라고 판결했다. 상호 성희롱 신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 단원들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징계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다.
성희롱 신고에 해고, 재심서 정직·감봉 3월 감경
파주시 ‘단원 싸움’ 몰자 인권위 진정에 구제신청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파주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지난 10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예술단 내 갈등은 남성 단원들의 성희롱과 직장내 괴롭힘이 불거지며 촉발됐다. 여성 뮤지컬 단원 A씨 등 3명은 남성 단원 3명을 파주시에 성희롱 가해자로 신고했다. 또 연출자와 안무자의 횡령·의혹에 대해 파주시 감사과에 진정을 냈다. 그러자 남성 단원들은 다음달 A씨 등이 성희롱을 했다며 ‘역신고’로 맞불을 놓았다.
파주시 성고충심의위원회는 2020년 9월 여성과 남성 단원의 행위를 모두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남성 단원 3명의 ‘역신고’도 진술이 일치한다는 이유로 A씨 등의 성희롱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자 파주시는 그해 12월 남성 단원 2명과 여성 단원 3명 전부를 해고했다. 남성 단원 1명은 경고 처분을 받았다.
단원들은 즉시 재심을 신청했다. 2021년 2월 여성 단원 A씨와 B씨는 정직 3개월, 나머지 단원 C씨는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단원들은 이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과 직장내 괴롭힘을 구제해 달라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했다. 공공운수노조 파주시립예술단지회는 그해 2월 성명을 내고 “가해자들이 보복성으로 역진정한 사건을 피해자의 진정 사건과 동시에 조사해 단원 간 진흙탕 싸움으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A씨 등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반면 중노위는 A씨 등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초심을 뒤집었다. 파주시는 2021년 10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파주시는 “징계양정기준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해고처분이 내려져야 하나 여러 사정을 감안해 정직 및 감봉으로 감경했다”며 징계양정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성희롱 대부분 불인정 “징계 과도”
“주도권 쥔 남성 단원 언행에 못 이겨”
법원은 A씨 등에 대한 징계가 과도하다며 중노위 판정을 유지했다. A씨 행동은 일부만 성희롱으로 인정하면서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판단했다. B씨의 경우 모두 성희롱이 인정되지 않았고, C씨 언행은 성희롱이 맞지만 징계수위가 지나쳤다고 봤다. 재판부는 징계사유서나 의결서에 구체적인 맥락과 경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이 성적 농담을 하거나 신체와 나이를 비하해 수치심을 줬다는 이유로 징계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특히 남성 단원들의 ‘우월적 지위’가 여성 단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남성 단원들은 주도권을 행사하며 여성근로자들에게 성희롱을 빈번히 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남성 단원들의 태도에 못 이겨 퇴사한 여성 단원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단원들은 (남성 단원들의) 언행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장난으로 넘어가거나 맞대응했다고 주장한다”며 “남성 단원들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언행들이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볼 때 이 같은 동기도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여성 단원들이 과거 특별한 징계전력이 없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A씨 등을 대리한 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파주시는 근로자 상호 간에 성희롱 신고가 있었다는 사정 등을 들어 근로자들에게 일괄적인 징계를 내렸는데, 이번 판결은 일터에서의 관계상의 우위 및 장기간의 부적절한 언행, 피해자들의 대응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맥락을 세밀하게 살펴 징계의 타당성을 판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2023년 03월 15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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