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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만든 택시기사 해고 대표에 법원 ‘벌금 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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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45회 작성일 23-02-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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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바람에 이혼하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습니다. 그런데도 회사 대표는 벌금형에 그치고,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미지급 임금마저 제대로 주지 않고 있습니다. 신이 있다면 천벌을 내릴 것입니다.”

노조를 결성한 이후 해고된 택시기사 A(56)씨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사 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이 확정된 지난 23일 직후 <매일노동뉴스>에 이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행정소송에서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됐지만, 여전히 해고 기간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해고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그는 또다시 법정 다툼을 이어 가고 있다.

“민주노총 노조, 엄청난 부담” 회유

2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3일 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천안시 서북구 소재 택시업체 S사의 대표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조를 조직한 노동자를 해고했을 때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노조법의 법정형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형량이다.

사건은 2019년 6월12일 회사에 공공운수노조 S사분회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약 3년간 근무한 A씨가 분회장을 맡았다. 당시 회사에는 택시산업노조 산하 분회(1노조)만 있는 상태였다. 그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최저임금법을 피하려 하는 회사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이 무렵부터 사측의 회유와 압박이 이어졌다. 노조 설립신고 직전에 대표 B씨는 A씨에게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설명회 자리에 왜 갔냐. 노조를 만들려고 하냐”며 “2개 노조보다 1개 노조가 있는 것이 좋겠다. 단일 노조로 갈 수 있도록 1노조와 협의하라”고 했다. 이는 뒤에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노조가 생기자 3일 만에 A씨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계약기간 1년이 종료됐다는 이유를 들이댔다. B씨의 아들이자 회사 상무인 C씨는 최저임금 등 분쟁을 언급하며 “민주노총에 가입해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설득했다.

노조가 계약종료 철회를 요구해 사측이 응했지만 압박은 계속됐다. A씨에게 기존 택시보다 연식이 오래된 택시를 배차했다. 이는 뒤에 불이익 취급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받았다. 그러면서 승인 없이 택시를 몰고 나갔다며 정직 1주일의 징계를 내렸다. A씨가 단골손님의 예약으로 부득이 일찍 택시를 출고했지만, 회사가 이를 징계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빌미가 돼 그해 10월 해고됐다. A씨는 징계 이후 “말도 안 되는 일로 노동자를 징계하는 사주X의 대가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뻐개서 확인하고 싶네요”라는 내용을 게시했다. 회사는 취업규칙이 정한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존속할 수 없는 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입사 이력서에 허위 학력과 경력을 기재했다는 부분도 해고 사유로 삼았다. 하지만 채용공고에는 학력·경력 무관이라고 적혔다. 이 밖에 ‘빨간색 노조 조끼’를 입어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도 징계사유에 추가했다. B씨는 A씨를 명예훼손·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모두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해고사유는 표면적” 노조 개입 인정

사법부도 A씨 손을 들어줬다. 노동위원회의 부당정직·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판정에 회사는 소송을 이어 갔다. 그러나 법원도 정직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같은 판단을 내렸다. 1심은 해고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징계양정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아무런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고, 종전 근무태도가 해고처분을 정당화할 정도로 불량했다는 사정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해고는 노조 조직에 대해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라고 분명히 했다. 이력서 증명을 빌미로 A씨를 해고하려고 의도하는 등 해고사유로 삼은 부분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거 징계가 없었던 사실을 토대로 정직처분 역시 분회장 활동 이후 이뤄진 것으로 봤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확정했다.

형사사건 판단도 같았다. 행정소송 시작과 동시에 기소된 B씨는 부당노동행위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회사 상무가 노조활동을 하지 않으면 근로계약 해지 통보를 철회하겠다고 발언한 내용 등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한 점을 제시하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 A씨가 1년 기간제로 고용됐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기간이 연장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교통사고 발생 등 표면적 이유로 해고했다고 판단했다.

B씨는 항소심에서 A씨가 일방적으로 녹음한 파일이 증거로 제출됐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단순한 의견 표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노조설립 임박 시기에 개별적으로 만난 점 △노조설립에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노조활동 중단시 복직 의사를 밝힌 점 등을 토대로 해고처분을 염두에 두고 노조활동에 개입했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노조를 조직한 A씨는 2019년 10월 이력서 학력·경력 허위 작성과 대표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 노조를 조직한 A씨는 2019년 10월 이력서 학력·경력 허위 작성과 대표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3년치 고정급만 지급? “최저임금도 안 돼”

3년여간의 긴 법정 공방은 일단락됐다. A씨를 대리한 김덕현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부당노동행위 판단은 사용자가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로 자칫 소극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는데,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행정소송 판결 확정 이후 복귀해 지난해 7월 퇴사했다. 그런데 회사는 해고 기간인 3년간의 고정급 월 93만원만 미지급 임금으로 인정해 총 3천300만원만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월 87만원 상당)은 제외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19년 7월 초과운송수입금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0월 고정급·초과운송수입금·부가가치세 경감세액·퇴직금을 합한 7천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차 소송을 통해 임금을 받아내야 하는 셈이다. A씨는 퇴사 이후 지역 택시업체 협의회에 소문이 나 재취업은 어렵다고 호소했다. 현재는 정비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해고됐던 동료는 4년 이상 싸워서 지난달에 겨우 밀린 급여를 받았다”며 “요구한 급여를 계산해 보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돈을 주지 않으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조직했던 노조도 현재는 없어졌다고 한다. 그는 “해고된 이후 60세 이상 촉탁직인 조합원의 계약을 연이어 종료해 결국 조합원이 남지 못해 자연스럽게 분회가 소멸하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출처 : 2023년 02월 27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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