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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써” 질책도 묵시적 해고...대법 “제반사정 고려해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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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45회 작성일 23-02-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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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가 언성을 높이다가 "사표 써라"라고 한 것을 해고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묵시적으로 해고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이에 대해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해고된 버스기사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관리팀장이 관리상무를 대동해 A 씨로부터 버스 열쇠를 회수하고 사표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단 결근에 "사표 써라" 반복...해고일까

A 씨는 버스회사에서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다. 그가 두 차례 무단 결행하자 관리팀장은 질책하면서 "사표를 쓰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A 씨가 "해고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A 씨는 그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는 A 씨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지 않다가 3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복귀하라고 통보했다. A 씨가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후였다.
 
회사의 입장은 해고한 적이 없으니 A 씨가 근무를 원한다면 바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A 씨는 복직하지 않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사표 쓰라는 말이 부당해고라는 것을 인정하고 부당해고 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하면 복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쟁점은 "사표를 쓰라"는 말이 해고가 될 수 있는지가 됐다. 해고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말한다. 명시적으로 해고 의사표시를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홧김에 일을 그만두라고 한 말에 정말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의사가 있는 것인지는 사안별로 다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전남지노위와 중노위는 해고가 없었다고 보고 A 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1심과 2심도 같은 판단을 했다. A 씨가 버스를 운행하지 않고 관리팀장에게 무례한 언행을 한 것에 대해 화를 내다가 우발적으로 한 말이라고 판단했다. 사직서의 제출을 종용하는 의미지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의도였다고 봤다.
 
관리팀장에게는 A 씨를 해고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대법 "묵시적 해고, 제반사정 모두 고려해 판단해야"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묵시적으로 해고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해고가 이뤄진 경위와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면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해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리팀장은 A 씨와 말다툼을 하기 전에 버스 열쇠를 반납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 씨가 반납하지 않자 관리상무와 함께 A 씨를 찾아가 열쇠를 직접 회수하면서 사표를 쓰라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관리팀장이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버스 열쇠 반납을 요구하고 회수한 것은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며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반복한 것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단순히 우발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어 "관리팀장에게 해고 권한이 없더라도 관리상무를 대동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다"며 "특히 A 씨의 노무 수령을 확정적으로 거부하는 경우 회사가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도 이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면 회사 차원의 결단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A 씨가 3개월간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회사가 아무런 독촉을 하지 않았다면 회사 대표이사도 묵시적으로 해고를 승인했거나 추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는 해고당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사직서를 내지 않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사표를 쓰라'는 표현이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것에 불과할 뿐 해고의 의미가 아니라거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니 근로계약관계가 존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은 관리팀장이 A 씨에게 버스 열쇠를 반납하라는 문제를 보낸 경위, 그 과정에서 관리상무가 관여한 정도와 그가 해고에 대해 가지는 권한과 정도, 대표이사가 관리팀장이 주도한 노무 수령 거부행위를 묵시적으로나마 승인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조사해서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면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출처: 2023년 02월 21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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