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생산ㆍ품질ㆍ포장공정도 '불법파견'...카젬 전 대표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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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카허 카젬 전 한국지엠 사장이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함께 기소된 한국지엠 임원과 협력업체 대표는 벌금형을 받았다. 법원은 한국지엠이 직접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생산관리공정과 품질관리공정, 포장공정에 대해서도 한국지엠이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는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된 카허 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한국지엠 임원 4명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 원이, 한국지엠 법인에는 벌금 3000만 원이 선고됐다. 협력업체 대표 13명은 200~5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곽 판사는 지난 9일 "각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과 한국지엠 관계의 실질은 파견법이 규율하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 "생산ㆍ품질관리, 포장공정도 불법파견"
법원은 컨베이어벨트에 따라 이뤄지는 직접생상공정 뿐만 아니라 생산관리와 품질관리, 포장공정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곽 판사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 의한 자동차 생산 방식의 특성상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공정 중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뤄지는 공정을 수행하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시간과 작업속도, 작업량은 직접적으로 컨베이어벨트 운영시간과 속도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컨베이어벨트 외에서 이뤄지는 생산관리공정이나 품질관리공정 근로자의 경우도 그 작업시간과 작업속도, 작업량은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뤄지는 작업과 연계돼 있어 컨베이어벨트 운영시간과 속도에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장공정 담당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역시 한국지엠이 세운 주간 생산계획과 근무계획에 따라 작업을 진행했고 매주 계획된 물량 외 긴급 물량이 있는 경우 한국지엠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작업순서를 바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생산관리공정은 차체공정이나 조립공정에 필요한 자재와 부품을 적재적소에 보급하는 공정을 말한다. 품질관리공정은 차량을 검사하고 완성된 차량 보호를 위해 랩을 부착하고 왁스를 바르는 공정이다. 포장공정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품을 포장하는 작업이다.
곽 판사는 "한국지엠은 생산관리공정의 경우 서열ㆍ보급할 부품의 품명, 순번 등 구체적인 작업수행 내용이 기재돼 있는 지시서를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각 작업장에 설치된 전산출력장치를 통해 이를 출력해 그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포장공정의 경우 "한국지엠이 전산시스템을 통해 작업에 필요한 구체적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방청공정에 대해서는 "한국지엠 정규직 근로자가 방청이 필요한 완성차량을 운전해 방청장으로 이동시키고 방청하도록 엔진룸을 열어 방청작업을 수행하게 했다"고 부연했다.
협력업체 근로자의 업무가 한국지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는 점도 설명했다.
곽 판사는 "각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공정은 포장공정을 제외하고 하나의 완성차 생산을 위한 일련의 작업으로 한국지엠 정규직 근로자들의 공정과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며 "포장공정의 경우도 그 작업 전후에 이뤄지는 한국지엠 정규직 근로자의 업무와 맞물려 있고 한 주에 마감해야 하는 주문 안에 한국지엠 정규직 근로자의 포장작업과 협력업체 근로자의 포장작업이 혼합돼 있어 서로 맞춰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곽 판사는 "카허 카젬 전 사장과 한국지엠 임원 4명, 한국지엠은 고용유연성 제고와 인건비 절감, 노동관계법 적용 회피 등을 통한 기업 이윤 극대화를 위해 파견근로자의 고용불안이나 고용조건 차별은 도외시 한 채 불법파견을 받았다"며 "카허 카젬 전 사장은 당시 한국지엠의 대표자로서 파견법 위반 범행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고 한국지엠 역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지엠이 사내협력업체 200여 명을 직접고용해 불법파견 해소를 위해 노력한 점, 피고인들도 글로벌지엠과의 관계로 결정권 행사에 제약이 있었던 점, 피고인들의 위법성 인식 정도가 높지 않았고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
이에 검찰 측은 지난 16일 양형 부당, 법리 오인 등을 이유로 인천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단은 카허 한국지엠에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지회는 "지난 2018년 카허 카젬 전 사장을 불법파견 위반으로 고소하고 무려 5년이 지나서야 1심 판결이 나왔다"며 "이번 선고는 그 죄에 비해 가볍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벌금형에서 조금이나마 진전된 점은 다행스럽다"고 했다. 과거 닉 라일리 한국지엠 전 대표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는 벌금 700만 원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어 "한국지엠과 그 책임자들은 불법파견에 대한 진실된 사가는커녕 범죄를 감추기 위해 꼼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민사소송 대법원 판결이 다가오자 신규발탁채용 하겠다고 했지만 직접생산공정과 1차 하청에 한해 진행하는 것에 진정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일에는 한국지엠 창원부품물류센터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불법파견도 인정됐다. 인천지법은 한국지엠이 생산공정과는 떨어진 물류센터에서 부품의 입고ㆍ저장ㆍ피킹ㆍ파킹ㆍ출고 업무를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출처: 2023년 01월 27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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