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시멘트공장 ‘중장비 기사’ 불법파견 인정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68회 작성일 23-02-02 09:39

본문

75ad867c6b162861aff5ba4c7b616a65_1675298303_44.png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씨앤이의 시멘트공장 하청업체 소속 중장비 운전기사들이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법원은 시멘트 제조과정 전반을 통제·관리하는 원청의 업무지시에 따라 중장비를 운전했다고 판단했다.

IMF 당시 분사, 파견법 위반 고소는 무혐의

3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1부(정경근·이호재·민지현)는 중장비 운전기사 A씨 등 13명이 쌍용씨앤이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최근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쌍용씨앤이는 1998년께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중기사업부’ 분사를 결정했다. 같은해 7월 수급업체인 ‘쌍용동해중기전문(동해중기)’ 회사를 설립해 원청 소속 중기사업부 직원 29명 전원이 전직했다. A씨 등은 1999~2017년 사이에 동해중기에 입사해 동해·북평공장에서 중장비 운전사로 근무했다. 원청은 지게차와 트럭 등 중장비를 하청에 무상으로 임대했다.

기사들은 불도저 등 중장비를 운전해 지하에 있는 호퍼(대형 저장설비)에 원료를 밀어 넣어주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 밖에도 폐석운반과 야적, 폐콘크리트 조쇄기 투입 등 작업도 병행했다. 이들은 ‘일일 작업 안전일지’를 통해 작업했다. 쌍용씨앤이측이 동해중기 현장관리자에게 작업을 요청하면 중장비 기사를 지원하는 식이었다.

그러자 A씨 등은 쌍용씨앤이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며 원·하청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9년 5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했다.

항소심 “원청이 작업 과정 통제·관리”
“원청의 업무지시는 필수적”

이와 별개로 A씨 등은 2019년 8월 원청이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원청이 중장비 기사들만 공급받은 것으로, 소위 ‘위장도급’이라고 주장했다.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근로자를 2년 넘게 사용할 경우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반면 쌍용씨앤이측은 동해중기가 조직과 설비를 갖췄으므로 중장비 기사들이 지휘·명령 없이 독립적으로 작업했다고 반박했다.

1심은 하청이 구체적인 작업 방식을 정했다며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작업 실시 여부와 작업 방식은 동해중기에서 결정했다”며 “동해중기 현장관리자로부터 업무요청 사항을 전달받은 방식으로 일부 업무수행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쌍용씨앤이가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청 현장관리자가 업무를 지정한 것이 형식적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원청 직원들의 업무지시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원청 소속 직원들이 통제·관리하는 제조 공정의 각 단계 및 상황에 맞춰 중기운전업무의 내용이나 방식·수행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된다”며 “A씨 등은 제조과정을 전체적으로 통제·관리하는 원청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운전업무를 수행했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 하청 관리자가 원청 직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전달받아 안전일지를 작성한 점을 제시했다. 원청 직원이 중장비 기사들에게 휴대전화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부분도 뒷받침됐다. 현장관리자는 원청의 업무지시를 중장비 기사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하청 대표는 모두 원청 퇴직 간부 출신”

특히 원청 직원들이 기사들에게 원료 투입 시기와 투입량 등을 직접 지시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도급계약만으로는 중장비 기사들의 구체적인 업무내용이나 방식·수행 시기 등이 특정될 수 없다”며 “원청 직원들의 업무지시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청이 일상적 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단순·반복 업무라서 상시 업무지시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전제로 재판부는 A씨 등이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중기운전업무는 시멘트 생산 전체공정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것으로서 유기적으로 연속해 진행되는 작업”이라며 “원·하청 근로자들은 하나의 작업진단으로 편성됐다”고 설명했다.

인사·징계 권한도 사실상 원청에 있다고 판단했다. ‘도급계약 금액’은 중장비 기사가 투입한 노동력과 근로시간에 대한 대가적 성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도급계약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동해중기 대표는 모두 쌍용씨앤이의 퇴직 간부들이고, 하청의 자본금이 5천만원에 불과한 점 등을 토대로 하청이 독립적인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수급업체에 입사해 원청과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으면서 2년을 초과해 계속 근무했다”며 쌍용씨앤이가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문했다. A씨 등을 대리한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불법파견에 관한 판단지표를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판단한 판결”이라며 “1심에서 충분한 판단이 이뤄지지 못해 아쉬웠는데 항소심이 바로 잡았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씨앤이는 중대재해가 연이어 터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2월과 7월 노동자 2명이 추락하거나 석탄회 더미에 매몰되는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쌍용씨앤이 대표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혐의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출처 : 2023년 02월 01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