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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노위, "현대제철ㆍ롯데글로벌로지스, 하청과 교섭해야"...교섭단위 판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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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88회 작성일 23-01-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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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제철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연달아 인정했다. 하루 차이로 나온 두 판단은 매우 유사하다. 실질적 지배력설을 근거로 원청이 특정 교섭 의제에 대해 하청노조와 교섭할 의무를 진다고 판단했다.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어떻게 거쳐야 하는지도 설명했다.  

9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중노위는 현대제철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하청노조에 대해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두 판정은 지난해 12월 6일과 7일 연이어 나왔다. 판정 결과만 보면 모두 노조 측의 패배였다. 6일 나온 롯데글로벌로지스 판정에서는 롯데슈퍼 물품을 운송하는 화물기사 노동조합인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노동조합이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에서 중노위는 노조 측 신청을 기각한 초심판정을 유지했다.

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 신청에서도 노조 측 신청을 기각한 초심판정과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한 달 후 판정문이 공개되자 판세가 뒤집혔다. 중노위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현대제철 모두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노위 판정문은 통상 판정 이후 한 달 후에 나와 그 전에는 자세한 판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노조 측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교섭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두 사건 모두 실질적 지배력설을 근거로 들었다. 실질적 지배력설은 명시적ㆍ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관해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근로계약관계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근로자를 판단하는 것보다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입장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노조법상 사용자지만...교섭 의제 특정돼야"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노동조합은 롯데슈퍼 물품을 운송하는 지입차주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운송계약을 맺은 10개 운수사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업무를 한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지난해 4월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를 거부하자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노조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수년간 업무합의서를 통해 근로조건을 결정해 왔다면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지입차주들은 노조를 설립하기 전에도 '차주회'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지부 형태로 단체를 결성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각종 근무조건을 결정하는 업무합의서를 체결해 왔다. 업무합의서는 지입차주 단체와 운송사, 롯데글로벌로지스 삼자가 함께 체결했고 차량 감차 조건, 용차료, 각종 비용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기지노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업무합의서를 법률적 효력이 있는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롯데글로벌로지스뿐만 아니라 운송사가 근로조건 결정에 역할을 해온 점도 판단 이유가 됐다.

노조는 중노위로 향했지만 중노위도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경기지노위 판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은 인정했다.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입차주와 단체교섭을 해야 할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는 해당하지만 교섭 의제를 특정하지 않아 원청이 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원청은 실질적 지배력을 미치는 의제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 노조가 교섭 의제를 특정하지 않았으면 원청은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의제인지 판단할 수 없어 교섭을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중노위는 "경기지노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단체교섭 요구에 응낙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사용자는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노조가 구체적인 교섭 의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교섭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ㆍ결정력을 행사하는 한도 내에서 원사업주(운송사) 외의 사업주(롯데글로벌로지스)에게 단체교섭 의무가 인정되더라도 원사업주 외 사업주 입장에서는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들로 조직된 노조로부터 어느 정도 구체화된 단체교섭 의제를 제시받은 이후에 원사업주와 부분적ㆍ중첩적으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교섭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할 경우 원청이 교섭에 나서려면 하청노조가 단체교섭 의제 특정을 선행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대제철, 하청과 산업안전의제 논의해야"...앞선 중노위 판정과 동일

현대제철 사건은 현대제철 사내하청지회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요구한 사건이었다.

현대제철 원하청 교섭에 대한 중노위 판단은 두 번째다. 첫 사건은 지난해 3월이다. 지회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에서 중노위는 산업안전의제에 한해 원하청교섭을 인정했다.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미치는 의제에 한해서 교섭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지회는 뒤이어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신청을 했지만 초심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에게 교섭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명시적ㆍ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어 현대제철을 사용자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중노위 판정은 달랐다. 중노위는 이번 사건에서도 실질적 지배력설을 근거로 산업안전보건의제에 대해 현대제철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앞선 현대제철 중노위 판단과 동일하게 본 것이다. 다만, 현대제철이 지회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원청과 하청의 교섭단위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중노위는 "현대제철은 산업안전보건의제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가 인정돼 지회의 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인정되지만 지회는 사내하청 협력업체의 교섭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미 거쳤고 사용자의 교섭단위에서 별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교섭요구 사실 공고 의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섭요구 사실 공고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절차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복수노조 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그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중노위는 지회의 교섭단위가 '사내하청'이라고 판단했다. 하청노조 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마쳤다면 원청 노조와는 창구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유는 이렇다. 중노위는 "사내하청 근로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사내하청 사용자뿐만 아니라 원청 사용자까지 확대되더라도 단체교섭 대상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인 것은 변화가 없다"며 "근로자들의 이해관계의 공통성을 기반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해야 하는 교섭단위는 하청사업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청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친 하청노조는 원청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설립된 다른 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이 원청까지 확대된다 하더라도 이는 제삼자인 원청에게 교섭의무가 인정된 특정 교섭의제에 한정되는 것이고 기본적인 단체교섭은 하청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여전히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원청은 하청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하청노조에 대해 교섭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고 하청사업주와 중첩적으로 부분적인 교섭의무를 부담하는 데 그친다"고 덧붙였다.

닮아있는 두 판단...후속 사건 영향은?

두 사건은 사실관계와 세부적인 쟁점만 다를 뿐 전반적으로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특정 교섭 의제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고 교섭단위는 하청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봤다.

하청의 교섭단위에 대한 판단은 롯데글로벌로지스 판정에서도 동일하게 등장했다. 중노위는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노조의 교섭단위는 '개별 운송사들의 사업'이라고 봤다.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노조는 지회와 다르게 운송사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지 않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사건에서 중노위는 "'개별 운송사들의 사업'을 단위로 교섭창구 단일화 의무를 선결적으로 이행해야 하고 이 절차를 거쳐 확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력을 가지는 원청 사용자에게도 교섭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중노위 판단은 후속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후속 사건이 지노위에서 진행 중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노조는 경기지노위 판정이 나온 이후인 지난해 8월 교섭의제를 특정해 다시 교섭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경기지노위 심문을 앞두고 있다. 

2차 사건에서는 교섭의제를 특정하라는 중노위의 지적이 보완된 만큼 지노위 판단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치지 않은 것은 1차 사건과 마찬가지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롯데글로벌로지스 2차 사건에도 당연히 영향을 주겠지만 쟁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지 않았으니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CJ대한통운 원하청 교섭에 대한 행정법원 선고도 다가오는 12일에 예정돼 있다. 중노위는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건에서 실질적 지배력설을 근거로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고 인정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출처: 2023년 01월 09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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