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대법 “경찰 파업 진압 위법”…쌍용차지부 국가 손배소 파기환송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02회 작성일 22-12-05 09:08

본문

8a85ea2650ed2bdce24f7c01a4bb12e1_1670198875_03.png
 

국가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쌍용차지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낸 30억 원 상당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은 위법한 진압에 대한 저항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면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파업 진압 과정에서 국가의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손상된 헬기와 기중기에 대해서 조합원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결론 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정부가 쌍용차지부와 조합원 10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원심은 경찰의 직무 수행이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것으로서 적법한 직무수행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로 인해 조합원들의 생명과 신체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됐는지 등을 심리해 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헬기ㆍ기중기에 저항하다 '30억 원' 떠안은 조합원
 
쌍용차지부는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에 반대하면서 평택공장을 점거했다. 경찰은 점거파업 진압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헬기와 기중기까지 동원됐다.

경찰은 헬기에 물탱크를 부착해 조합원이 있는 공장 옥상을 향해 최루액을 살포했다. 옥상으로부터 30~100m 제자리 비행을 하면서 조합원들을 헬기 하강풍에 노출되게 했다. 기중기에는 약 7톤 무게 빈 컨테이너를 매달아 공장 옥상에 설치한 장애물을 부쉈다. 그리고 컨테이너를 옥상에 내릴 것 같은 동작을 취하기 위해 기중기를 급조작했다.

조합원들은 새총으로 볼트를 발사하고 화염병을 던지면서 맞섰다. 그 과정에서 경찰용 헬기와 임차한 기중기가 손상됐다. 투입된 기중기는 손상될 경우 이를 수리하고 휴업보상을 하기로 약정하고 민간 크레인업체로부터 임차한 것이었다.

정부는 쌍용차지부와 지부 간부, 일반 조합원, 금속노조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헬기와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손해와 기중기 업체에 지급해야 할 휴업보상금, 진압 중 부상당한 경찰의 치료비, 손상된 무전기와 진압장비 비용을 모두 청구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만 인용해 손해배상 11억2900여만 원을 인정했다. 일부 인용이지만 손해액의 대부분을 청구하는 헬기(5억2000만 원)와 기중기(5억9000만 원) 손해가 인정된 것이다. 원심에서 11억 원이던 손해배상액은 대법원 선고까지 6년 5개월이 걸리면서 지연이자가 붙어 30억 원으로 불어났다.
 
대법 "경찰 진압 위법...원심, 정당방위인지 심리했어야"
 
대법원은 헬기와 기중기에 대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진압이 위법했는데도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우선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구 경찰장비사용규정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의도적으로 헬기를 낮은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해 옥외에서 농성 중인 사람을 상대로 직접 그 하강풍에 노출시키는 것은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과 다르게 사용해 타인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라며 "헬기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용해 불법적인 농성을 진압하는 것은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함으로써 적법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그로 인해 조합원들의 생명ㆍ신체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됐는지, 경찰이 진압 작전을 펼친 데에 조합원들이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가해행위로 인해 헬기가 손상된 것인지에 관해 심리해 봤어야 한다"며 "이를 심리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원심은 기중기에 대한 조합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해 인정했다. 대법원은 조합원의 책임을 80%나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경찰이 조합원들이 기중기를 공격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했기 때문에 손해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는 진압 작전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기중기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고 대항행위로 인해 기중기가 손상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진압 작전 중 기중기가 손상되는 것은 원고 스스로가 감수한 위험"이라고 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 느린 속도로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인 기중기를 그 용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사용했다면 그 손상에 관한 원고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휴업손해도 조합원에게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당시 조합원들이 크레인을 손상시켜서 민간 업체에 휴업 손해가 발생할 것까지 예견할 수는 없었다는 판단이다.

영업용 물건이 파손됐을 때 영업을 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손해까지 청구하려면 가해자가 그 손해를 알 수 있어야 한다. 물건을 파손시켜서 영업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불법 집회, 시위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과잉진압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과잉진압에 대한 대응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 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만 이 판결의 의미를 과잉진압행위에 대한 모든 대응행위에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기환송심, 정당방위 인정이 관건...노조 "경찰, 소송 취하해야"
 
소송 당사자인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대법원 선고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2심이 끝나고 대법원 선고까지 6년 5개월이 걸렸다"며 "2018년부터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조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국회 대응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음을 모았고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 승소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원심을 깨면서 결국 헬기와 기중기 손해배상 부분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판단 받게 됐다. 관건은 헬기에 대한 정당방위 인정되는지다. 또 기중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어느 정도 인정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조합원들을 대리한 장석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변호사는"헬기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도 동일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정부에 소송 취하를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사실상 결론이 난 사건을 파기환송심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다"며 "국가는 하루빨리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조합원에 대한 가압류 철회해 마지막 남은 체면이라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2022년 12월 02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