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실혼 관계도 산재 유족급여 지급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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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소득이 있는 사실혼 관계라도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정상규)는 사망한 근로자 A 씨의 자녀 B 씨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B 씨 등은 공단이 유족급여를 사망한 근로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C 씨에게 지급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실혼 관계더라도 유족급여 수급 대상인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뎐 유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씨는 공사 현장에서 작업반장과 말다툼 중 발생한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B 씨는 장례를 치르고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공단은 자녀들에게 장의비를 지급했지만 유족급여는 주지 않았다.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산재보험법은 유족급여 지급 대상을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이라고 규정한다.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던 유족의 판단 기준은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근로자의 소득으로 생계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유지하고 있던 유족으로서 학업ㆍ취업ㆍ요양, 그 밖에 주거상의 형편 등으로 주민등록을 달리했거나 동거하지 않았던 사람'도 포함된다.
공단은 그 대상자가 A 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C 씨라고 판단했다. A 씨는 B 씨의 어머니인 D 씨와는 이미 이혼한 상황이었다. A 씨는 이혼 후 C 씨와 그의 아들과 함께 거주했다. A 씨는 소득을 C 씨의 계좌로 입금해 C 씨 명의 카드로 생활했다. 함께 생활하는 빌라의 임대료도 A 씨와 C 씨가 함께 지불했다.
C 씨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A 씨는 '사위'로 소개됐다. A 씨와 C 씨의 아들은 서로를 아버지와 아들로 불렀다. C 씨의 휴대전화에는 A 씨의 연락처가 '내사랑'으로 저장돼 있었다.
그러나 B 씨는 공단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A 씨의 친족들이 C 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A 씨 아버지의 묘비에도 이혼한 D 씨가 A 씨의 배우자로 기재돼 있다는 것이다. 또 A 씨가 사망 전 D 씨와 재결합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실도 증거로 내세웠다.
무엇보다 C 씨는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 대상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C 씨는 A 씨의 소득과는 별도의 소득을 얻고 있어 근로자의 소득으로 생계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재판부는 A 씨와 C 씨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C 씨가 주민등록지를 옮기지는 않았지만 A 씨와 함께 거주했고 이들은 공동의 생계자금을 형성해 생활비를 공동으로 부담하며 생활해왔다"며 "사망 직전까지 자주 전화, 문자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부부로서의 유대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C 씨가 유족급여 수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와 C 씨의 생활비용 분담, 유대관계의 내용 등을 감안할 때 부부로서의 인적 유대와 아울러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이뤄 부부공동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C 씨를 'A 씨의 소득으로 생계의 상당 부분을 유지하고 있던 유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충분하고 C 씨에게 별도의 소득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다르게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B 씨 측은 항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취하하면서 사건은 6월 15일자로 확정됐다.
출처 : 2022년 11월 25일 금요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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