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격’ 수습한 국정원 직원 PTSD…법원, “공무상 질병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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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수습을 담당한 국가정보원 직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이유로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불승인 판단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특정 사건에 의한 정신질환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해선 사건을 직접 경험했거나 정신과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은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서경민 판사는 지난달 14일 국정원 직원 A 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 10년 뒤 PTSD 주장에 "공무상 질병 아냐"
국정원 직원 A 씨는 동해 남북 출입사무소에서 대북안보활동을 담당했다. A 씨는 활동 중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수습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은 2008년 금강산을 관광 중이던 우리나라 관광객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A 씨는 스트레스로 우울증, 공황장애, PTSD 진단을 받았다. 이에 A 씨는 2022년 1월 자신의 정신질환이 국정원 상사 B 씨의 직장 내 괴롭힘과 과거 금강산 피격 사건 수습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발병했다며 인사혁신처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상 요양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A 씨는 법원에 공무상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의 정신질환과 공무수행 간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진료기록 감정의는 "PTSD는 죽음, 심각한 부상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발생한 경우 발병하는 것으로 A 씨가 총기사망사건 처리를 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발병하기 어렵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정신질환도 PTSD보다 가벼운 적응장애로 추정된다"는 소견서를 제출했다.
서 판사는 "진료기록 감정의의 소견서를 고려할 때 공무수행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금강산 피격 사건은 A 씨의 정신질환 발병 10년 전에 일어난 일로 두 사건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전격성 1형 당뇨도 앓고 있었다. A 씨는 과중한 업무로 질병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정원은 A 씨를 서울로 전보조치하며 시설 운영관리 관련 행정업무가 포함된 직무로 배치했다"며 "과도한 업무 배당으로 질병이 악화됐다는 주장은 근거 없다"며 이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A 씨는 국정원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A 씨의 근태를 고려했을 때 상사 B 씨의 말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A 씨는 2021년 병가 14일, 지각ㆍ조퇴 194회, 질병 휴직 51일을 기록해 2년간 최하위 근무평가를 받았다.
서 판사는 "A 씨가 피해를 입었다는 상급자의 말은 A 씨의 근태와 근무평가 점수를 고려했을 때 공무원 간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는 폭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국정원이 A 씨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무혐의로 종결한 것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건 직접 경험ㆍ지속적 진료' 있어야 인정 확률 높아
이번 사건에서 금강산 피격 사건 이후 10년간 A 씨의 정신과 진료기록이 없었던 점이 법원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이 업무상 이유 또는 사건으로 발병했다는 점이 인정되려면 지속적인 정신과 진료기록 또는 사건 발생 직후의 진료기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봉수 강남노무법인 대표공인노무사는 "정신질환이 공무수행으로 인한 것임이 인정되려면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할 자료가 필요하다"며 "A 씨가 지속적인 정신과 진료기록을 제출하지 않고 10년이 지난 상황에서 공무상 질병을 주장하는 것은 직무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종태 노무법인 봄날 대표공인노무사도 "공무상 질병은 업무 특성과 강도,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며 "업무상 질병이 인정될 만한 다른 이유들이 부정된 상황에서 A 씨가 금강산 피격 사건이 발생한 뒤 10년이 지나 정신질환의 원인이 금강산 피격사건임을 주장하는 것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공무원과 달리 국정원, 경찰, 소방의 정신적 긴장 수준이 높다는 업무적 특수성이 공무상 질병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특정 사건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으려면 사건을 직접 경험했거나 사건 직후의 정신과 진료기록, 장기간 지속적인 진료기록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금강산 피격’ 수습한 국정원 직원 PTSD…법원, “공무상 질병 아냐” ,월간노동법률, 2025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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