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배임’ 알고도 모른 척 재무팀장 해고했더니…법원 “해고는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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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의 1억2000만 원 배임을 알면서도 방조한 재무팀장을 해고한 것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재무팀장의 배임 방조를 인정하면서도 해고는 과도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구회근)는 KB자산운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A 씨는 KB자산운용 재무팀장으로 근무했다. 2021년 KB지주사의 감사 결과, KB자산운용 경영관리 본부장 B 씨가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B 씨는 2016년부터 2021년 동안 법인카드를 507건 부당하게 사용해 1억2000만 원을 챙겼다.
B 씨를 해고한 회사의 다음 징계 대상은 A 씨였다. A 씨는 B 씨의 배임 행위를 알고 있었지만 재무팀장으로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한 B 씨에 대한 지주사의 감사 과정에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조작하기도 했다. 회사는 배임을 방조한 A 씨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최종적으로 해고를 통지했다.
A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서울지노위는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A 씨에 대한 징계 사유와 절차는 적법하지만 양정이 과도하다며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이에 회사는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징계 사유를 인정했지만 해고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중노위와 같은 판단이다.
법원은 "A 씨가 동료들에게 'B 본부장의 거주지가 일산인데 잠실에서 계속 법인카드를 사용한다', '두 집 살림이 아닌지 의심된다'는 사내 메신저를 보낸 것을 고려하면 B 씨의 배임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재무팀장으로서 B 씨의 법인카드 유용을 점검하지 않고 환입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B 씨의 요청을 받아 감사 과정에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 일부를 삭제해 조작에 가담한 것은 징계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며 "A 씨에 대한 회사의 징계 사유는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회사의 해고 처분은 과도하다고 봤다. 법원은 "B 씨는 본부장으로 최종 결재권자였고 마케팅을 위해 법인카드를 쓴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며 "하급자인 A 씨가 상급자에게 적극적으로 증빙자료를 요구하거나 다른 부서에 신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같은 일로 재무팀 과장 C 씨도 징계를 받았지만, C 씨는 견책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같은 일로 A 씨만 해고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C 씨에겐 배임행위 방조에 대해 견책 처분을 해놓고 A 씨에게만 해고를 통지하는 것은 부당한 징계 양정"이라며 "A 씨의 비위행위가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수준의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회사의 내부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B 씨의 배임행위는 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이를 재무팀장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 해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조치"라고 했다.
법원은 A 씨가 배임행위 방조로 인해 얻은 금전적 이익이 없고, 그간 근무 평가가 좋았던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A 씨가 11년간 별다른 물의 없이 회사 생활을 해왔고 KB지주사 우수직원 표창을 받은 전력이 있음을 고려하면 해고는 과도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1억 배임’ 알고도 모른 척 재무팀장 해고했더니…법원 “해고는 과하다”, 월간노동법률, 2025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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