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노조 차량 ‘리스크’ 덜었다…대법 “조합원 수로 지원 차등, 차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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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일괄공제(체크오프)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복수노조의 차량 임차비용을 배분한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은 사용자가 소극적 공정대표의무만을 부담한다는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20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 15일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공정대표의무 위반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원심은 공정대표의무 위반 '인정'
포스코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노조)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조직된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2019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통해 포스코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선정됐다.
포스코는 두 노조에 차량 3대를 지원하기로 하고 임차비용을 11 대 1로 배분했다. 배분 기준은 조합비 일괄공제 내역에 따른 조합원 수로, 포스코노조가 포스코지회보다 11배 많은 임차비용을 회사에게 지원받았다.
포스코지회는 일괄공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을 배분한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상북도지방노동위원회에 공정대표의무 위반 심판을 신청했다.
사건의 쟁점은 사용자인 포스코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공정대표의무란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말한다.
경북지노위는 "회사의 노조 차량 배분이 합리적 이유 없는 소수노조에 대한 차별"이라며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포스코는 중노위를 상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회사가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배분과 노조 차량 사용기간 배분을 같은 기준으로 했다"며 "노조 차량 배분에 관한 협의가 도출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가 일괄 공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정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스코지회가 실제 조합원 수에 대한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노조 사무실과 달리 차량은 노조의 일상 업무 처리를 위한 필수 요소가 아닌 편의적 요소에 불과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심을 뒤집고 2심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2심은 노조 차량 배분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을 '배분 당시'가 아닌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참여 시'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괄공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노조 차량을 배분한 것에 합리성이 있다"면서도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차별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차량 배분을 위한 합리적 기준은 '배분 당시'가 아닌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참여 시'로 정함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2심은 회사가 적극적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의 주요 사업장들이 원거리에 분산돼 있어 차량 지원은 필수적 사항"이라며 "회사는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기 위해 객관적인 제3자에게 일괄공제 내역 외의 방법으로 소수노조의 조합원 수를 파악하는 등의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량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소수노조가 특정기간만 차량을 사용하는 방식으로는 차량의 실질적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회사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원심 또 뒤집혀…대법 "일괄공제 조합원 수는 합리적 기준"
대법원은 사용자가 소극적 공정대표의무만을 부담한다는 법리를 재등장시켰다. 지난해 대법원은 근로시간 면제 한도 배분이 쟁점인 포스코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건에서 사용자가 소극적 공정대표의무만을 부담한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내놨다.
당시 대법원은 "사용자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 내용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이행하는 것과 관련해 어느 일방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소극적 의무라고 봐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번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회사가 포스코지회에 노조 차량 배분 시까지 조합원 수에 대한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음에도 포스코지회가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일괄공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 배분을 결정한 것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시설ㆍ비품 배분 기준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참여 시'로 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도 파기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이 근로시간 면제, 시설ㆍ비품 배분의 기준 시점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참여 시'로 정하지 않고 있다"며 "노조 차량 배분이 교섭창구단일화 1년 뒤에 일어났고, 1년 사이에 각 노조 조합원 수 비율에 상당한 변동이 있어 배분 당시 일괄공제 조합원 수로 차량을 배분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노조 사무실과 차량 배분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노조 사무실과 달리 차량은 노조가 스스로 임차해 사용하는 것에 제약이 없다"며 "차량 배분이 실제로는 임차비용 지원 방식으로 이루어져 일괄공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사 측을 대리한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법원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는 소극적 의무라는 판단 기조를 이번 판결에서도 이어갔다"며 "법원이 사용자가 소극적 공정대표의무만을 부담한다고 판단하면서 기업 현장에선 회사가 복수노조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 나름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합리적인 기준'이 무엇인가는 사안마다 다를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 일률적인 배분 기준을 정하면 자칫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사안마다 특성을 반영해 합리적인 기준을 노조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기업들, 노조 차량 ‘리스크’ 덜었다…대법 “조합원 수로 지원 차등, 차별 아냐”, 월간노동법률, 2025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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