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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산 택시 소정근로시간 합의 ‘무효’ 파기환송…“최임법 잠탈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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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45회 작성일 25-05-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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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신설 후 소정근로시간을 세 차례 단축한 택시회사에 대해 대법원이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려는 꼼수에 해당한다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정당하다고 본 원심을 뒤집은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은 세 차례의 단축 합의 중 마지막 합의만 무효로 보고 나머지 합의는 정당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부산지역 택시회사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효력을 다퉈 나온 첫 대법원 판결이다.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부산지역 전체 택시회사 노사에 적용된 것으로, 이번 판결이 같은 쟁점의 부산지역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2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5일 택시기사 A 씨 등 22명이 유신운수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세 번의 근로시간 단축 합의, 최임법 회피인가?

과거 택시회사들은 정액사납금제를 운영해 왔다. 정액사납금제는 운송수입금 중 일부를 '사납금'으로 회사에 납입하고 회사로부터 일정한 기본급을 받는 방식이다. 사납금보다 더 벌어들인 초과운송수입금은 택시 근로자의 수입이 된다.

그러던 중 2007년 최저임금법에 택시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생산고에 따른 임금'은 제외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신설됐다. 이를 계기로 택시회사는 택시기사에게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한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급을 지급하게 됐다. 특례조항 시행 전후로 택시 업계에서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루어졌다.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부산 소재 유신운수 소속 택시기사들로, 2인 1차제 또는 1인 1차제 형태로 근무했다. 이들의 소정근로시간은 2005년 기준 1일 6시간 40분이었다가 2008년, 2013년, 2018년 각 임금협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세 차례 단축했다.

하루 소정근로시간은 ▲2008년 임금협정 5시간 40분(1인 1차제) 또는 5시간 20분(2인 1차제) ▲2013년 임금협정 4시간 40분 또는 4시간 20분 ▲2018년 임금협정 4시간 또는 3시간 40분으로 단축됐다.

A 씨 등은 이 같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려는 꼼수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A 씨 등은 2005년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해 산정한 최저임금 미달액과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뒤집은 2심 "세 합의 모두 유효"

1심은 2008년 임금협정에서 한 소정근시간 단축 합의는 유효하다고 판단했지만, 2013년과 2018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부산에 특례조항이 시행된 건 2009년 7월 1일부터였다. 1심은 특례조항 시행 전 노사 합의가 이루어진 2008년 임금협정은 최저임금 미달을 회피할 의도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고 봤다.

반면, 2013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2013년 임금협정 전후 기본급을 비교했더니 시급이 인상됐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들어 기본급이 같았다. 1인 1차제 기준 2010년 기본급은 54만4000원, 2013년 기본급도 54만4000원이었다.

1심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같은 이유로 2018년 임금협정에서 한 합의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은 1심을 뒤집고 2008년ㆍ2013년ㆍ2018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모두 유효하다고 봤다.

2심은 2008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대해 "특례조항 시행에 앞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고정급과 수당 등 임금체계를 재정비하고 기준근로시간 대비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교섭하고 합의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대응"이라며 "노사가 택시 운행시간이 갖는 특수성과 실태 등을 고려해 기준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2013년, 2018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택시요금 인상에 따른 후속조치에 따라 기준운송수입금 달성을 위한 운행시간이 단축된 사정이 반영된 것"이라며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2심은 2015년경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택시 호출 서비스가 활성화된 점을 들어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정당하다고 봤다. 2심은 "특정한 장소에서 대기를 하다가 호출을 받아 운행하는 방식으로 택시기사의 근무형태가 변경됐고 특히 호출앱을 통해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손님을 골라 받거나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구상해 운행할 수 있는 등 운행시간 대비 운송수입 효율도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대법 "마지막 합의만 유효" 파기환송

그러나 원심은 대법원에서 또 뒤집혔다. 대법원은 2018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2008년과 2013년에 대해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2018년 합의로 인해 소정근로시간이 최초 단축 전 소정근로시간(2005년 기준 1일 6시간 40분)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인 55% 또는 60%에 불과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설령 2017년에 택시요금이 약 14% 인상되고 택시 호출앱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돼 2018년 임금협정 체결 무렵 택시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시간이나 근무형태의 변경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임금협정에서 그 무렵의 택시요금 인상률을 하회하는 정도로만 사납금을 증액하는 경우 사납금 소요시간이 다소 감소해 전체 근로시간 중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운행시간 비중이 증가할 수는 있으나, 사납금 소요시간의 변동이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무형태 변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납금 소요시간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유효하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2018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특례조항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며 "원심이 A 씨 등에 대한 최저임금 미지급액 등의 범위를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 판결 전부를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오랫동안 문제가 됐던 부산지역 택시 소정근로시간 단축 사건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나온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하루빨리 분쟁이 정리돼 택시 사업장에도 월급제가 정착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한편, 같은 날 대법원에서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효력을 다툰 사건에 대한 판결이 또 나왔다. 대법원은 퇴직한 택시기사 B 씨가 대구 소재 택시회사 구상운수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됐다. 구상운수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출처 : 이동희 기자, 대법, 부산 택시 소정근로시간 합의 ‘무효’ 파기환송…“최임법 잠탈 꼼수”, 월간노동법률, 2025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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