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원청 대표 ‘무죄’ 또 나왔다…원하청 유무죄 갈린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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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다섯 번째 무죄 판결이 나왔다. 건설공사금액이 쟁점이 돼 무죄가 나온 2건을 제외하면 중대재해처벌법 법리를 다퉈 무죄가 나온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법원이 하청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음에도 원청 대표에겐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다. 그간 원하청에 똑같이 유죄 또는 무죄를 선고했던 이전 판결과 달리 원청과 하청의 형사책임을 분리한 첫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지창구)은 지난 1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북 전주시 소재 종합건설사 S 사의 대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S 사 법인에는 벌금 400만원이 선고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S 사의 현장소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하청업체 현장소장(사내이사)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하청업체 법인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작업 방법 결정하고 작업 지휘한 사업주는 하청"
이 사건 하청업체 소속 B 씨는 지난 2022년 10월 S 사의 하수관거 정비사업 공사현장 배관공사에 참여했다. B 씨는 흙막이 지보공(흙막이 공사를 지지하는 부속물)이 철거된 상태에서 공구를 챙기러 굴착 장소에 들어갔다가 토사가 붕괴돼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당시 작업자들은 흙을 충분히 되메우지 않은 상태에서 흙막기 지보공을 해체했고 굴착 장소에 출입하지 말라는 조치도 하지 않았다.
법원은 A 씨에 대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반기 1회 이상 평가ㆍ관리하지 않았다고 보면서도(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5호 나목 조치의무 위반), "이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고 조치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해야 중대재해처벌법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조치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중대재해처벌법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 사고는 굴착 장소에 되메우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흙막이 지보공을 철거하고 그 굴착 장소에 근로자의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원청의 현장소장은 잘못된 방식의 작업을 지시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A 씨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위험성평가를 실시, 그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점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또한 법원은 S 사가 하청업체에 공사를 하도급했고 사고 당시 하청업체의 작업반장과 B 씨 등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안전한 작업방법을 결정하고 작업을 지휘하는 일을 수행하도록 해야 하는 의무자인 '사업주'는 하청업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도급인인 S 사의 직원인 현장소장은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봤다.
형사책임 원하청 엇갈린 첫 사례
이번 판결은 원청과 하청의 형사책임을 분리해 판결한 첫 사례다. 그간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에서 원청과 하청이 함께 유죄를 받거나 무죄를 받은 것과는 다른 사례다.
이번 사건에서 원청 대표 A 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그동안은 원청과 하청에게 함께 책임이 인정되든지, 아니면 함께 책임이 부정됐던 데 반해 이번 판결은 그 책임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 하청의 형사책임이 인정됐음에도 원청의 입장에서 사고에 관한 인과관계, 예견가능성을 부정한 첫 판결"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의무와 수급인의 의무를 사실상 동일시해 수급인이 처벌되면 도급인도 당연히 처벌되는 것처럼 여겨졌던 관행에 제동을 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처럼 원하청의 유무죄가 엇갈린 판결이 법 원칙상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원청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여부가 문제되고, 하청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이행 여부가 문제되는 것처럼 각 의무자에게 부과된 의무가 명백히 다르다"라며 "때문에 하청이 의무 위반을 했더라도 원청이 의무를 잘 이행한 경우라면 원하청 간 유죄와 무죄가 갈릴 수 있고 이번 판결은 원칙적으로 그런 판결도 나올 수 있다고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중대재해 원청 대표 ‘무죄’ 또 나왔다…원하청 유무죄 갈린 첫 사례, 월간노동법률, 2025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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