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피제 첫 시행한 신용보증기금 ‘위법’...후속 사건 영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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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기금의 임금피크제 산정 방식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신용보증기금이 임금피크제 기간에 받게 될 기본급에서 연차휴가보상금을 제외한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연차휴가보상금을 제외할 수 있다고 명시한 취업규칙이 없어서다.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보상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연봉계약을 맺기는 했지만 법원은 개별 연봉계약보다 유리한 취업규칙이 우선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일반 근로자와 같이 임금인상분을 매년 누적해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근로자들의 연봉계약 특성상 임금인상률을 누적해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임금인상률을 누적 적용한다는 취업규칙이 없으니 개별 근로계약의 형식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국내 첫 임피제' 신용보증기금...문제 된 두 가지 쟁점은?
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정봉기)는 신용보증기금 전ㆍ현직 근로자 24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의 기본급은 임금피크제 운영기준 등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산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봉계약에서 운영기준에 미달하는 연봉을 지급하기로 한 부분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신용보증기금은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이다. 임금피크제를 처음 도입한 2003년에는 만 55세 직원 중 희망자에 한해서만 시행했다. 2016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법정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임금피크제 기준보수 산정 방식과 임금인상률을 어떻게 반영하는지가 도마에 올랐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핵심 쟁점은 임금피크제 기본급에 연차휴가보상금을 제외하는 것이 적법한지다.
신용보증기금의 임금피크제 운영기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기본급은 기준보수에 연차별 지급률을 곱해 산정한다. 기준보수는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기본연봉과 성과연봉, 연차휴가보상금을 합한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임금피크제 운영기준에 따라 기본급을 계산해서 개별 연봉계약을 체결한다. 이 연봉계약에는 근로자들이 향후 5년간 받을 임금 총액과 매년 받을 임금이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5년간 받을 기본연봉이 3억 원이라면 1년차에는 1억 원, 2년차에는 8000만 원, 3년차에는 6000만 원, 4년차에는 4000만 원, 5년차에는 20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는 식이다. 회사는 이 금액을 12개월분으로 나눠 매달 임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연봉계약에서 임금 총액은 향후 받을 연차휴가보상금을 제외하고 산정됐다. 연차별 지급률에 이미 연차휴가보상금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계산한 연봉 총액대로 계약을 맺었지만 뒤늦게 문제를 제기했다. 기본급을 다시 산정해 임금피크제 기간에 받은 경영평가성과급과 연차휴가보상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두 번째 쟁점은 임금인상률이 누적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은 개별 연봉계약에서 정해진 기준보수에 그해 임금인상률만을 반영해왔다. 전년도 임금인상률이 2%고 올해가 3%라면 일반 근로자와 같이 2% 인상된 기준보수에서 3%가 더 인상되는 게 아니다. 동일한 기준보수에 작년에는 2%만, 올해는 3%만 인상되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 방식이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임금 인상은 매년 상승하는 물가에 따라 실질적인 소득을 보전하려는 취지인 만큼 물가상승률을 누적한 값으로 기존보수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근로기준법에 위반한다고 날을 세웠다.
"개별 계약보다 유리한 취업규칙이 우선"...첫 쟁점, 근로자 승소
법원은 첫 번째 쟁점에 대해서는 근로자 측 손을, 두 번째 쟁점에 대해서는 회사 측 손을 들었다.
연차휴가보상금 산정에 관해서는 근로자에게 유리한 취업규칙이 우선 적용된다고 봤다. 연차휴가보상금을 제외하고 기본급을 산정한다는 취업규칙이 없어서다. 연봉계약에서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부분은 무효가 됐다.
재판부는 "신용보증기금의 임금피크제 운영기준과 임금피크제 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 기준 등 규정을 살펴보면 기본급에서 향후 지급받을 연차휴가보상금을 공제한다는 근거 규정을 찾을 수 없다"며 "임금피크제 운영기준에 따른 산정방식에서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지급받게 될 연차휴가보상금만큼 감액될 것이라는 사정을 예측할 수 있을 만한 조항도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연차별 지급률에 이미 연차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이사장 결재서류를 증거로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사장 결재서류는 내부결재 자료에 불과할 뿐 연차휴가보상금을 기본급에서 제외할 근거는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임금피크제 직원에게 적용되는 성과급 지급기준을 제정하면서 설명 자료를 통해 연차휴가보상금을 제외한다는 것을 설명했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소용없었다. 설명 자료는 취업규칙이라고 볼 수 없어서다. 법원은 설명 자료가 취업규칙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연봉계약 체결 당시 연차휴가보상금이 제외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이 연차휴가보상금을 제외한 산정방식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건 이를 묵시적으로 승인했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 산정방식과 임금피크제 운영기준에 따른 산정방식이 다르다고 미처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원 "'임금인상률 누적 적용' 취업규칙 없어, 차별 아냐"
그러나 임금인상율 누적 적용에 관해서는 회사 측 손을 들었다. 매년 받을 임금이 확정돼 있는 연봉계약 형식에 따르면 임금인상률을 당연히 누적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임금인상률을 누적 적용해야한다는 취업규칙도 존재하지 않아 회사 측 주장에 힘이 실렸다.
법원은 우선 취업규칙에 임금인상률을 누적 적용하기로 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노사가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 등에 관한 합의서에는 임금인상률의 적용방식, 즉 임금인상률을 누적 적용해 기본급을 산정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다음 개별 연봉계약의 형식을 살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경우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총 연봉과 매년 지급받는 연봉의 구체적인 금액을 기재한 한 건의 연봉계약이 체결되면서 각 연차별 연봉이 계약 체결 시 개별적으로 확정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임금체계는 일반직 직원들의 경우와 달리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전년도에 지급받은 임금이 그다음 년도 임금 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라며 "각 연차별 연봉을 미리 확정해 연봉계약을 체결하는 임금체계 방식은 매년 새롭게 정해지는 임금인상률의 누적 적용을 예정한 임금체계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각 연차별 연봉을 미리 확정해 연봉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 기간 임금을 정하기로 한 이상 일반직 직원들과 같이 매년 임금인상률을 누적해 각 연차별 연봉에 적용하는 것이 당연히 예정돼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임금인상률을 누적 적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근로자에 비한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고 봤다. 일반 근로자를 비교대상 근로자로 볼 수 없어 차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정욱 법무법인 예강 대표변호사는 "개별 근로계약에서 정한 보수라도 취업규칙에 미달된다면 그 취업규칙이 우선돼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한 판결"이라고 이번 사건의 의미를 설명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표했다. 김 변호사는 "임금 인상은 매년 상승하는 물가를 감안하는 것으로 임금인상률을 누적 적용하지 않게 되면 실질적으로 임금이 하락하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2차 소송 제기한 노조...후속 사건 영향 줄까
지난 5월 대법원이 한국전자기술구원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앞선 대법원 판결과 같이 임금피크제의 유무효를 다투는 사건은 아니다. 근로자들이 개별 연봉계약을 맺는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연봉계약과 취업규칙 간 해석이 문제 된 사건이다.
법원이 연차휴가보상금을 제외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신용보증기금은 경영평가성과급과 연차휴가보상금, 명예퇴직금을 다시 산정하게 됐다.
특히 이번 판결은 신용보증기금 노조가 제기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송은 신용보증기금 노동조합이 주축이 돼 진행했다. 신용보증기금 노조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만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같은 내용으로 2차 소송을 제기했다. 1차 소송이 제기된 후 임금피크제에 참여한 이들이 소송에 참여했다. 소송 인원은 전ㆍ현직자 190명이다. 2차 소송도 동일한 임금피크제에 대해 동일한 쟁점을 다투고 있어 1차 소송 결과는 2차 소송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출처 : 2022년 11월 03일 목요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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