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상 손배, 절반은 ‘사업장 점거’ 때문...고용부, 실태 발표
페이지 정보

본문
노조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ㆍ가압류에 관한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 손해배상 청구 원인의 절반 가까이가 사업장 점거에 의한 생산라인 중단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장 점거는 대부분 위력이 사용되거나 그 과정에서 폭행ㆍ상해가 수반돼 문제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ㆍ국가ㆍ제삼자가 노조, 노조 간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ㆍ가압류 사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판결이 선고된 73건 중 판결내용이 없는 소액심판 사건 5건과 국가ㆍ제삼자가 제기한 사건 5건을 제외한 나머지 63건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병합사건은 1건으로 취급하고 세월호 집회, 업무실수로 인한 손배 제기 등 노사관계와 무관한 사건은 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했더라도 제외했다.
이번 조사는 2009년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건이 2009년 제기된 쌍용차 사건이고, 주요 손배 소송 대부분이 2009년 이후 제기됐기 때문이다. 2009년 이전 소송은 관련 자료 부족 등으로 현황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고용부 설명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 8월까지 약 14년간 손배 소송은 151건(73개소)이 제기됐다. 청구액은 총 2752억7000만 원이었고 49건(350억1000만 원)이 인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손배 소송은 24건(13개소ㆍ청구액 916억5000만 원)이다. 나머지 127건은 판결이 확정(61건ㆍ48%)되거나 소 취하(51건ㆍ40.2%), 조정ㆍ화해(15건ㆍ11.8%)를 통해 종결됐다.
1심이 진행 중인 사건은 9개 사업장, 12건으로 총 청구액은 756억2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제철 246억1000만 원, 대우조선해양 480억5000만 원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2ㆍ3심이 진행 중인 사건은 4개 사업장, 12건으로 총 청구액은 160억3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2009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한 쌍용차 파업이 2건(116억7000만 원), 2010년과 2012년 현대차 사내하청노조가 직접고용을 요구한 파업 8건(32억90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현재 2ㆍ3심이 진행 중인 사건 중 이전 재판에서 노조의 손배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은 1건, 책임이 인정된 사건은 11건(전부인용 2건)으로 확인됐다. 인용율은 91.7%, 인용액은 75억 원에 달했다.
종결 사건 127건(64개소ㆍ청구액 1836억2000만 원) 중 소 취하 또는 조정ㆍ화해로 종결된 건은 66건(52.0%)으로 최종 판결에 이른 경우(61건ㆍ판결 확정으로 종결)보다 많았다.
손해배상 소송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이 전체 소송 건수의 94%(151건 중 142건)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청구액의 99.6%, 인용액의 99.9%를 차지한다.
또 전체 손배액은 일부 대규모 사업장의 분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손배액에서 9개 사업장의 청구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80.9%, 인용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93.6%였다. 9개 사업장은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현대차, 한국철도공사, 문화방송, 한진중공업, KEC, 갑을오토텍 등이다.
나머지 64개소는 전체 청구액 가운데 19.1%, 인용액의 6.4%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손배 문제는 노사관게 전반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배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노사 간 합의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도 많았다. 손배 소송 중 절반 이상인 52%가 소 취하 등을 통해 해결됐다.
인용율을 들여다보면 노조에 대한 손배 소송의 인용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전체 민사 손배 소송 인용율(57.1%)보다도 높은 67.1%로 집계됐다.
판결 과정에서 법원이 손배액과 손배 책임자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었다. 법원은 불법(쟁의)행위더라도 손해 발생이나 손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손배 책임을 인정했다. 또 일반 조합원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제한했고 손배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개별ㆍ구체적 사안에 따라 사용자의 귀책사유, 불법(쟁의)행위 동기 등을 참작해 손배 책임을 경감(66.7%)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해배상 청구 원인 중 절반가량은 사업장 점거에 의한 생산라인 중단 등에 따른 손실(31건ㆍ49.2%) 때문이었다. 이 유형의 경우 인용율은 90.3%에 달했다. 전체 손배 청구 인용액(332억2000만 원) 중 98.6%(327억5000만 원)다.
사업장 점거는 대부분 위력이 사용되거나 그 과정에서 폭행ㆍ상해가 수반돼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집회ㆍ시위ㆍ농성은 손해배상 청구 원인이 22.2%(14건)로 뒤를 이었다.
불법쟁의행위로 손배 책임이 인정된 경우엔 주로 수단이 문제가 됐다. 대부분 수단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부정됐고(89.3%), 위력 등을 사용해 사업장을 점거한 경우(88%)가 많았다.
법원은 또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청구액이 많다는 점을 권리남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쟁의행위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사용자에게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배 청구 권리가 있다는 것이 법원 입장이다. 따라서 청구액이 많다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려는 목적으로 소를 제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배 청구에 관한 해외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상 책임을 면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과 영국은 법률로, 프랑스와 독일은 판례로 규율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쟁의행위 목적이나 절차가 위법하면 손배 청구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구조다. 그러나 불법쟁의행위를 면책하는 법률 규정은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고용부 설명이다.
고용부는 개인의 손배 책임을 면책하는 법 규정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경우 노조뿐만 아니라 조합원 개인의 책임이 인정(일본ㆍ독일ㆍ미국 등)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실제 일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손배 청구 사례는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손해의 범위나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 등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입법례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고용부는 "영국은 상한액을 정하고 있으나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노조에 적용되지만 개인 상해, 재산의 소유ㆍ점유 등에는 적용이 제외되는 등 제한적으로 규정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일본ㆍ미국 등은 쟁의행위 발생 경위 등을 개별ㆍ구체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등 판결을 통해 법률상 한계를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출처: 2022년 10월 24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 이전글[가족수당 차별 말랬는데] 정부도, 법원도 외면하는 인권위 권고 22.10.25
- 다음글M&A 위해 채용한 임원도 ‘근로자’...법원 “상시적 업무 담당” 22.10.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