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차ㆍ기아 간접공정도 불법파견”...‘2차 생산관리’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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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의 직접ㆍ간접생산공정 업무 일부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수행한 것은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대차의 경우 공정 전반에 걸쳐 불법파견 판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도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단을 받은 첫 사례다.
다만, 간접공정으로 분류되는 서열ㆍ불출 등 생산관리 업무를 수행한 2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만 법원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1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생산관리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ㆍ기아, 직ㆍ간접공정 모두 '불법파견'...일부 제외
대법원은 27일 오전 현대차ㆍ기아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47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지휘ㆍ감독을 받아 직ㆍ간접공정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년 넘게 사실상 현대차에 파견된 근로자처럼 일했던 만큼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사건은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기아 사건은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가 맡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차체ㆍ도장ㆍ의장 등 직접공정뿐만 아니라 소재제작ㆍ생산관리(서열ㆍ불출)ㆍ출고(PDI)ㆍ포장 등 간접공정도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특히 수출선적장으로 차를 운송하는 업무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방식이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 불법파견에 해당된다고 봤다. 현대차는 사외에서 수출선적 업무가 이뤄지고 기아는 사내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단이 유일하게 엇갈린 공정은 현대차 생산관리 영역이다. 1차 협력업체 소속인지 여부로 판단이 나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일단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2차 협력업체의 생산관리 업무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판단하지는 않았다. 근로자 파견 판단기준에 따라 자세하게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낸 것이다. 아직 완성차 업계가 2차 협력업체 생산관리 업무에 한해 불법파견 리스크를 덜어냈다고 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대법원은 "부품생산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한 원고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 파견 판단요소에 관한 사정들을 더 구체적으로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해 이 부분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설명했다.
2차 협력업체 소속이더라도 생산관리 업무가 아닌 영역에 대해서는 모두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대법원은 또 협력업체 근로자들 중 정년을 넘기거나 협력업체와 근로관계가 중단됐던 근로자들의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했다.
노동계, 후속 사건 결과 '기대'...형사재판에도 영향 불가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소속된 금속노조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법원 판결은 사람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해당 업무와 공정의 불법파견 여부를 판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대차그룹이 진정으로 문제해결 의지가 있다면 전체 공정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후속 판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간접공정이 완성차 업계 불법파견 분쟁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대법원 판단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아닌 협력업체 근로자도 현대차가 직접 고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대차가 2014~2015년 사내에 배포한 유인물을 보면 최종 판결이 날 경우 소송 당사자나 노조원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인원에 대해 차별 없이 적용하겠다는 입장이 명시돼 있어서다.
다만, 생산관리 업무를 맡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는 회사 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 대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 판결을 내려는 경향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이 어떤 식으로든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영계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한해 불법파견 판단이 미뤄진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사내하청 업무 대부분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에 우려한다"면서도 "현대차와 직접계약관계가 없는 부품조달 물류업무에 대해서는 구체적 심리를 위해 파기환송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판결과 최근 판결 경향을 종합하면 완성차 생산공정 중 직ㆍ간접공정은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총무성 업무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흐름이 포착된다.
파견법 위반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1700여 명을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허 카젬 전 한국지엠 사장의 형사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재판부는 앞서 "대법원 판결을 보고 참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간접공정 불법파견이라는 취지 아냐"
경영계는 대법원이 무리한 판결을 했다고 날을 세웠다. 경총은 "도급은 생산 효율화를 위해 독일ㆍ일본 등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보편적 생산방식"이라며 "현대 산업사회에서 작업의 연계성 등을 들어 불법파견이라고 한다면 도급은 처음부터 불가능해지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판결을 섣부르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파견에 관한 법원 판결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에 관한 건인 만큼 일반화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간접공정은 도급 대상 업무가 될 수 없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해당 도급 공정 수행 과정에서 불법파견 지표가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환경이 변화됐기 때문에 불법파견에 관한 개별 사실 지표를 해석할 때는 해당 산업과 업무의 속성을 충분히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옛 파견법상 직접 고용 간주 효과가 발생한 이후 협력업체와 근로관계가 중단 또는 종료된 경우 근로제공이 중단된 기간을 대상으로 임금 청구가 가능한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됐다고 주장하는 경우 옛 파견법에 따라 고용간주 효과가 발생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사업주의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정년이 경과함으로써 그 효과는 소멸한다"고 판시했다.
사용사업주의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정년이 옛 파견법에 따라 정년 전에 형성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정년 후 근무기간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미지급 임금 등을 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판결로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양 위원장은 기아 화성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 민주노총 첫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이다.
출처: 2022년 10월 27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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