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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9개월 만에 헌재 가나...두성산업, 위헌심판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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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83회 작성일 22-10-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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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1호 사업장 두성산업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사업주에게 경영책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이유다.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후 최초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 논란은 이미 제기돼 왔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예견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분노한다면서 법원에 신청을 즉각 기각하라고 촉구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13일 창원지방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헌법재판소에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되는 법룰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재판 당사자가 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면 법원이 그 내용을 판단해 제청 여부를 결정한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당사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음으로 기소된 두성산업이다. 두성산업은 지난 2월 근로자 10명이 유해화학물질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돼 독성간염이 발병한 사업장이다.

검찰은 지난 6월 두성산업 대표이사와 회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두성산업이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검찰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면서 창원지법에서 두성산업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다. 화우는 두성산업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
 
창원지법이 위헌법률제청 신청을 받아들이면 재판은 중단되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게 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한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 청구도 가능해진다.
 
도마 오른 '안전보건확보의무'...위헌성 검토해보니

두성산업 측이 문제를 제기한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은 제4조 1항 1호와 제6조 2항이다. 제4조 1항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에게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종사자에 대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규정한다. 그 의무 중 1호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조치다.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ㆍ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2.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② 제1항 제1호ㆍ제4호의 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화우는 이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의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하다는 이유다.
 
1호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가장 위헌 소지가 높은 규정 중 하나다. 1호의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데, 시행령 규정만 9개로 구성돼 있어 해석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제6조는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규정한다. 경영책임자는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부상자나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부과도 가능하다. 이에 더해 법인은 손해액의 5배까지 민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배 소지가 있다는 게 화우의 설명이다. 형사책임은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 규정의 보호법익과 형벌의 범죄예방효과를 고려해 정해져야 한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침해 최소성 원칙과 법익 균형성의 원칙 등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형사처벌 조항은 평등원칙 위반도 문제 될 수 있다. 평등원칙은 다른 형벌규정의 형량과 비교해 정당하고 균형 있는 형사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와 비교해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형사책임은 더 무겁게 규정돼 있다.
 
첫 기소부터 위헌심판..."예견된 일, 위헌 논란 신호탄 될 것"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위헌심판제청 신청이 제기된 건 예견된 수순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당시부터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위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법 제정 당시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노동법률>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규제의 광범위성으로 많은 논쟁이 있었고 향후 해석론과 위헌성을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욱 변호사는 문제가 된 제4조 1항 1호에 대해서 "시행령에서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행위를 추상적ㆍ개방적으로 규정하게 되면 규범에 대한 준수가능성이 저하되고 그 규정과 인식가능성 사이의 간격이 매우 크다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헌성을 지적한 건 법 집행기관인 검찰도 마찬가지다. 송지용 서울지검 검사(당시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1부장)는 지난 3월 대검찰청이 발행하는 <형사법의 신동향>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검토하는 글을 게재했다.
 
위헌 의견은 울산지검에서 개최된 중대재해ㆍ산업안전 세미나에서도 나왔다. 노정환 울산지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관리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할 시행령에서조차 이 법령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논란은 추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신청에서 문제가 된 건 두 가지 조항이지만 그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주체인 '경영책임자'의 범위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또 '재해', '관계법령', '이행에 관한 조치', '필요한 조치', '충실히 수행' 등 불명확한 규정이 다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우 변호인단 소속으로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안창호 변호사는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초로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라며 "이를 통해 불명확한 범죄구성요건과 과중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위헌성이 확인돼 관련 규정이 보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실행가능한 명확한 내용으로 보완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제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심판제청 신청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고 첫 기소 사건부터 위헌심판제청 신청이 이뤄졌다는 건 앞으로도 기소되는 사건마다 위헌성 논란을 제기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며 "결국 위헌성 논란으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법의 규범력이 굉장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기소로 이어지는 게 더 어려워져 법 자체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고 말했다.
 
첫 위헌심판제청 신청에 분노한 노동계...민주노총 "신청 즉각 기각해야"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노동계는 날을 세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돈은 벌고 싶지만 처벌은 받기 싫은 인면수심의 기업과 가지고 있는 법기술을 활용해 돈벌이에만 여념이 없는 대형 로펌의 행태에 분노한다"는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은 두성산업 측의 위헌 주장에 대해 "이러한 주장은 경영계가 그동안 재탕, 삼탕 주장해 왔던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를 통해 이미 반박돼왔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10여 개가 넘게 세세하게 규정하고 점검이나 종사자 의견 수렴 등의 횟수와 기간까지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이 시행된 지 9개월도 안 됐고 기소나 재판도 1건만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그 사업장이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고 참혹하다"며 "창원지법은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즉각 기각하고 재발 방지는커녕 일고의 반성도 없는 두성산업 경영책임자를 엄정 처벌하라"고 강조했다.
 

출처: 2022년 10월 13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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