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 띄운 ‘쌍용차 손배’ 판결, 법원은 무엇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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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을 띄운 건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지부)는 2009년 77일간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옥쇄파업을 벌였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체 직원 7179명 중 2646명을 감축하겠다는 쌍용차 구조조정 계획이 도화선이 됐다.
옥쇄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은 지부의 몫이 됐다. 쌍용차는 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 2심은 33억1140만 원을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경찰이 낸 손해배상 청구도 받아들여지면서 지부는 총 47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짊어지게 됐다.
쌍용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만 놓고 보면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금에 지연이자를 합해 지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96억 원이다. 법원이 지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위법...쌍용차, '불순한 의도'도 없어
지부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옥쇄파업이 불법으로 판단돼서다. 노동조합법은 노조의 쟁의행위로 회사가 손해를 입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다. 그러나 불법파업은 이야기가 다르다. 대법원은 "민사상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국한된다고 풀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말하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요건은 이렇다. 우선 쟁의행위를 하는 주체가 단체교섭에 나설 자격이 있어야 한다. 또 근로조건 유지ㆍ개선 등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쟁의행위의 시기와 절차도 노동조합법 규정에 따라야 한다. 폭력이나 파괴 행위가 있어서도 안 된다. 쟁의행위의 주체부터 시기ㆍ절차, 방법, 목적까지 모두 정당해야 비로소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된다.
법원은 지부의 옥쇄파업 목적이 위법하다고 봤다. 파업의 주된 목적이 정리해고에 관한 쌍용차의 권한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심은 "지부는 쌍용차가 회생법원 지침과 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인력 구조조정 방안 자체를 전혀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다"며 "그 자체가 쌍용차 경영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심 판단은 대법원 입장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앞서 정리해고나 사업조직 통폐합과 같은 기업의 구조조정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 이유 없이 오직 정리해고만을 위한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를 반대하는 쟁의행위는 불법이 된다.
쌍용차의 인력 구조조정은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쌍용차가 심각한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회생 여부가 불투명했던 점을 고려하면 불순한 의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리해고 시 사전 합의' 단협 규정에도 "불법파업"
지부는 쌍용차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정당한 쟁의행위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부와 쌍용차 간 단협을 보면 "회사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인원을 정리하고자 할 때는 지부와 합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단협 조항이 있더라도 지부의 파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에 담긴 취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1심은 "이 조항은 쌍용차가 정리해고를 할 경우에는 그에 앞서 정리해고 규모, 방법, 기준 등에 관해 지부와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정리해고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부와 쌍용차가 합의해야만 정리해고를 실시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대법원 입장도 다르지 않다. 대법원은 이보다 앞선 판결을 통해 쌍용차 사건 1심과 같은 취지의 판단을 제시한 바 있다. 단체교섭 대상이 아닌 사항에 관해 노사 합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단협 규정이 있다 해도 사용자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단협 체결 경위와 당시 상황, 경영에 대한 노조의 책임 분담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옥쇄파업이 노동조합법이나 단협으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부한 상태에서 이뤄졌던 점이 지부의 발목을 잡았다. 고도의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 쌍용차 평택공장 생산시설을 전면적ㆍ배타적으로 점거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손해배상 책임은 지부 간부와 일반 조합원 모두에게 돌아갔다. 1심은 "일반 조합원들의 쟁의행위가 단순히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 소극적 저항에 머무르지 않고 폭력이나 파괴 행위를 수반한다면 그러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들은 주도 세력인지 아니면 일반 조합원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손해배상금, 청구액 중 60%만 인정..."쌍용차도 책임 있다"
1심은 쌍용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중 60%만 배상하면 된다고 봤다. 쌍용차는 옥쇄파업 당시 이뤄진 폭력 행위에 비해 지부의 책임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쌍용차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심은 "정리해고 시 지부와 합의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지부와 특별한 합의 없이 전체 직원의 37%를 해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며 "지부와 갈등이 심해지는 과정에서도 옥쇄파업 발생을 방지하거나 파업 발생 이후 손해의 확대를 경감하기 위해 단협 조항 취지에 따라 더 적극적으로 지부와 합의를 진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쌍용차가 지부를 자극해 손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2심은 "옥쇄파업으로 손해가 확대된 데에는 쌍용차 임직원들이나 쌍용차 측이 동원한 용역 직원들이 지부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단전ㆍ단수 조치를 취하는 등 지부를 자극한 것도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30일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었지만 당일 오전 선고기일을 연기했다. 노동계는 경찰이 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대법원이 숙고에 들어간 것 아니겠냐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출처 : 2022년 09월 29일 목요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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