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해고’ 케이오, 변제 불능 아냐”...2심 판결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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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근로자 8명을 정리해고한 케이오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받았다. 2심은 1심 판단에 더해 정리해고 당시 케이오가 변제 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추가 판단을 내놨다. 정리해고를 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1심에서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6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6-2행정부(재판장 위광하)는 케이오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항소심에서 회사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해고를 통보한 당시 경영상태가 변제 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등 추가로 인원삭감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케이오는 아시아나 항공기 청소를 담당하는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다. 2020년 코로나19로 항공 운항이 줄어들자 희망퇴직을 거부한 케이오 근로자 8명이 해고됐다. 코로나19로 경영상태가 악화돼 고용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 모두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케이오는 해고한 노동자를 복직시키라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해 "중노위 판단과 같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 것 외 나머지 부분에 있어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부당함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케이오, 변제 불능 상태 아냐"...더 나아간 2심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회사의 경영 상태에 대한 판단을 추가했다. 항소심에서 케이오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계속된 임금채권 변제로 사업을 계속하기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변제 불능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의 판단은 케이오가 변제 불능 상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초, 케이오 129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342명이 무급휴직을 신청했다.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실시한 후 실제로 근무한 인원과 유급휴직 인원의 인건비, 미납세금 등을 고려해 당시 케이오의 시재금(보유 중인 현금)을 검토한 결과 변제 불능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케이오가 근로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2020년 4월 29일 당시 케이오의 경영상태는 근로자 129명의 희망퇴직과 342명의 무급휴직 신청만으로도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할 수 있어 추가로 인원삭감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케이오가 변제 불능이 아니었다는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중노위와 1심이 인정했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부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회사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주요 근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영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이 판단 부분이 정확하게 경영상 필요까지 부정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측이 인건비를 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정리해고를 했어야 했다면서 주장한 게 변제 불능이었는데 그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사측에 경영상 필요에 관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측은 기존에 제출했던 자료와 뚜렷하게 다른 자료를 제출하지는 못했다.
김 변호사는 "2심 재판부가 경영상 필요에 대해 추가 질의를 했음에도 기존에 있던 자료를 가지고 판단을 하게 됐고 그 결과 변제 불능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을 했으니 1심 판결보다 어느 정도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케이오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실시한 것도 지적했다.
케이오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담당자에게 정부 지원금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안내를 받아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원금을 받았더라도 극심했던 경영상 위기를 극복하지는 못했을 거라는 게 케이오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케이오는 당시 과반수 노동조합에 기준 미달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반려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경우 정리해고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며 "케이오가 고용센터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은 이상 고용센터 담당자의 안내만으로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반려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이오 스스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반려되는 상황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인식했음에도 신청하지 않은 행위는 케이오의 고의 여부와 지원금에 의한 경영상 위기 극복 여부와 상관 없이 그 자체만으로 근로자들의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행위"라고 꼬집었다.
소송하다 정년 지난 해고자들...복직 했지만 신입사원으로?
부당해고는 무효다. 부당해고가 인정되면 해고자는 복직할 수 있고 해고 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케이오 해고자들은 1명을 제외하고 일터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정년이 지난 해고자는 복직을 할 수 없어서다. 이들은 부당해고로 확정 판결이 나오면 부당해고 기간 임금 상당액을 받을 뿐이다.
정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 1명은 지난 7월 케이오로 돌아갔다. 김계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의 이야기다.
다만 김 지부장의 복직은 '복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부당해고로 복직하는 건 해고가 있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김 지부장의 복직은 재입사에 가까웠다. 2014년에 입사한 김 지부장에게는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의 사번이 부여됐다. 새로운 근로계약서와 함께 신입사원 지원서도 작성하라고 요구받았다.
결국 회사와 실랑이 끝에 신입사원 지원서는 작성하지 않았고 근로계약서에는 '부당해고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니 신입사원이 아니'라는 문구를 추가하면서 복직이 이뤄졌다.
그러나 연차휴가가 해고 전과 같이 부여되지 않아 연차휴가를 쓰면 결근처리가 되는 등 불이익은 남아있다는 게 김 지부장의 설명이다. 정년이 지나 복직하지 못한 해고자들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근로자 측은 케이오가 선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법원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건이 지노위와 중노위, 1심, 2심까지 오면서 해고자들의 정년만 지나게 됐다. 김 지부장의 정년도 1년 정도 남은 상황이다. 회사가 상고한다면 김 지부장의 정년이 지나기 전에 대법원 판단이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리해고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는 명백한 부당해고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노위부터 계속 부당해고로 인정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사측이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복직 시기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케이오 측의 상고 의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출처: 2022년 10월 06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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