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서 근무환경 증언한 노조원...법원 “명예훼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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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근무환경 실태를 증언한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지회) 간부를 대상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파리바게뜨 가맹점과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피비파트너즈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정직ㆍ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피비파트너즈는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제빵 브랜드인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 등의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다. 지회는 피비파트너즈 소속 제빵기사 등으로 조직된 노조다.
재판부는 "피비파트너즈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해서 곧바로 징계사유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이 노조의 정당한 활동 범위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라디오 인터뷰서 근무실태 증언...회사, '정직 3개월' 중징계
최유경 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장실을 제때 이용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업무량이 많지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화장실에 갈 시간을 쪼개서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방 온도가 높아 화장실을 자주 이용해야 할 상황에서도 화장실이 매장 안에 없거나 비위생적이어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또 보건휴가가 반려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피비파트너즈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술해 파리바게뜨 가맹점과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최 수석부지회장이 조합원 7명과 함께 본사를 찾아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는 임원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고성을 지른 행위도 징계사유로 제시됐다. 최 수석부지회장은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게 됐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고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징계 수위도 과도하다는 것이 노동위원회의 일관된 지적이다.
피비파트너즈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법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최 수석부지회장의 발언은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소유한 파리크라상이나 브랜드 사용권을 취득한 가맹점주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최 수석부지회장은 브랜드명인 파리바게뜨만을 언급했다. 회사명인 피비파트너즈는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비파트너즈 인사규정에서 말하는 '회사'는 문언상 피비파트너즈 본인만 가리키는 것으로 모회사인 파리크라상까지 포함된다고 확장해 해석할 수 없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리바게뜨는 해당 브랜드에 대해 별다른 권리가 없는 피비파트너즈보다 파리크라상이나 가맹점주들을 가리킨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부지회장이 증언한 근무실태도 피비파트너즈와는 무관하다고 봤다. 근무환경에 관한 사항은 가맹점주나 파리크라상의 영역인 만큼 최 수석부지회장의 발언을 피비파트너즈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보건휴가가 반려된다는 증언과 관련해서는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조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정당한 활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징계 정당성 쟁점된 '근로시간면제자'...법원 판단은?
조합원 7명과 함께 피비파트너즈 본사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는 임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고성을 지른 행위는 징계사유로 인정됐다. 다만,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규명하려는 취지였고 실질적인 업무방해로 이어졌는지 불분명하다는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항의 방문에 대해 정직 처분을 선택하고 여기에 더해 정직 기한을 상한인 3개월로 정한 것은 과중하다"며 "징계절차에 흠결이 있고 징계사유도 일부 인정되지 않으며 징계양정도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노조 위원장 동의 없이 노조 간부를 징계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도 제시됐다. 노조 전임자를 징계할 경우 노조 위원장 동의를 받기로 한 노사 합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해당 간부가 근로시간면제자이기 때문에 노조 위원장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피비파트너츠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결과다. 법원은 노조 전임자와 근로시간면제자는 서로 의미가 중첩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했다.
피비파트너즈는 옛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들었다. 최 수석부지회장의 징계가 이뤄졌을 당시 적용된 옛 노동조합법을 보면 노조 전임자와 근로시간면제자를 별도 조항으로 구분하고 있다. 피비파트너즈 노사는 전임자를 둘 때 노사 합의를 거치기로 했지만 최 수석부지회장을 전임자로 변경하는 합의를 한 바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옛 노동조합법은 근로시간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널리 '근로자'로 정하고 있고 달리 전임자를 배제하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는 만큼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전임자를 포함해 모든 근로자가 적용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처 : 2022년 09월 20일 화요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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