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피켓시위한 노조, 주거침입 아냐...대법, 원심 깨고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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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와 전보에 반발해 매장을 방문한 대표이사를 향해서 피켓시위를 하다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으로 기소된 노동조합 조합원이 무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장소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이 아니라는 대법원 입장에 따른 판단이다. 또 피케팅에 참여한 조합원 수와 방법, 목적 등을 따져보면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봤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국마트산업노조(마트노조) 조합원 7명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과 2심은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마트노조 조합원 7명은 2020년 5월 해고와 전보 인사발령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를 방문한 대표이사를 따라다니면서 피켓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관리자인 홈플러스 강서점장의 의사에 반해 마트 내부로 들어와 대표이사와 직원들의 현장점검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다.
영업시간에 마트에 들어가면 주거침입?...대법 "무죄"
쟁점은 개방된 장소인 마트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였다. 이들이 피켓시위를 한 곳은 홈플러스 강서점 2층으로 개방된 장소다. 매장으로 들어갈 때는 손님들이 이용하는 정문과 매장 입구를 통해 특별한 제지를 받지 않고 들어갔다.
1심과 2심은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들이 마트로 들어온 건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고 마트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마트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개방돼있는 장소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들어간 홈플러스 강서점 2층 매장은 영업시간 중에는 출입자격 등의 제한 없이 일방적으로 개방돼 있는 장소"라며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돼 개방된 매장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올해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식당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가 주거침입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기존 법리를 깨고 법리를 변경했다.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으면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아니라는 취지다.
그 후 유사한 판결이 이어졌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는 물건을 훔치러 서점에 들어간 피고인에 대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 달 뒤인 6월에는 시청 로비에서 시위를 하다가 기소된 사건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돼 개방된 건조물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업무방해죄도 성립 안 해"...기존 법리 확인
대법원은 업무방해죄도 인정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매장에서 피켓을 들고 30분간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을 따라다니면서 "강제전배 멈춰라, 통합운영 하지마라, 직원들이 아파한다, 부당해고 그만하라"고 외쳤다.
원심은 이들의 행동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당하기 충분했는지는 피해자의 의사나 진술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피고인의 행위, 인원, 성별과 나이, 피해자 측 인원과 지위 등까지 고려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원심을 뒤집었다.
이는 대법원이 2016년 업무방해죄에서 위력의 판단 기준을 내놓은 것에 이어 다시 한번 그 기준을 확인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상 위력은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의의 상황 등에 비춰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가 돼야 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ㆍ장소, 목적, 인원 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1~2미터 이상 거리를 둔 채 뒤따라 다닌 점, 피해자들의 업무를 물리적으로 막지 않은 점, 욕설과 협박 대신 존댓말을 사용해 요구사항을 외친 점 등을 참작했다.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고 판매촉진행사를 하기도 하는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업무를 어렵게 할 정도라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피케팅 목적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해고와 전보 인사명령 등과 관련해 대표이사에게 직접 복직과 전보 인사명령 등과 관련해 대표이사에게 직접 복직과 전보 인사명령 철회 등을 요청하려 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인사정책 결정권과 인사 재량권을 가진 대표이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에 항의하려 한 것이지 관리업무를 막거나 중단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피고 측을 대리한 조혜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대법원이 기존 법리를 변경한 것은 아니고 구체적으로 행위의 형태와 인원수, 피케팅의 형태가 어땠는지, 그리고 그 행위로 인한 경영진들의 업무 방해 정도가 어땠는지 등을 더 구체적으로 보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처 : 2022년 09월 21일 수요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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