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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뒤집은 안전보건공단...공공부문 민간위탁 리스크 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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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76회 작성일 22-09-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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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공단이 민간위탁기관인 근로자건강센터 소속 직원을 불법파견 형태로 운용했다는 1심 판결이 뒤집혔다. 2심은 공단이 센터 직원을 지휘ㆍ감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단이 직접 센터 직원을 지휘ㆍ감독했기 때문에 사실상 파견근로나 다름없다는 1심 판단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사건이 공공기관 민간위탁기관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2심 판단이 유지되면 민간위탁기관이 불법파견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간위탁기관마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 다른 만큼 파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심 "안전보건공단 근로자건강센터, 불법파견 아냐"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최인규)는 전날 광주근로자건강센터(광주센터) 직원이었던 A 씨가 공단을 상대로 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광주센터는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공단과 위탁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기관이다.
 
재판부는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A 씨를 고용한 후 공단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공단을 위해 일하게 하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 재판부는 앞서 포스코 협력업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식당 불법파견 사건에서 모두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A 씨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광주센터에서 일했다. 위탁운영기관이 조선대 산학협력단에서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으로 변경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A 씨는 공단이 자신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대 산학협력단과 공단 사이의 위탁계약이 사실상 근로자 파견계약이었던 만큼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날을 세웠다.
 
파견법은 파견된 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면 파견받은 사용자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공단이 제시한 성과관리 지표에 따라 센터가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센터 운영이 자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단이 센터 운영을 통제했다면 센터 직원도 공단의 통제 아래 업무를 수행했다는 논리 구조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은 평가 결과에 따라 전국 센터 운영기관을 등급별로 분류한 뒤 다음 연도 사업비 예산을 차등 지급하거나 사업 참여를 배제시키거나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센터 운영은 운영기관의 자율에 따라 이뤄졌다기보다는 공단으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구속을 받아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 운영 자율적...업무가이드 이행 여부도 확인 안 해

 
2심 판단은 달랐다. 공단은 최소한의 전문 인력을 배치할 것만을 요구했을 뿐 운영계획은 센터 자율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역에 맞는 특성화 사업계획을 수립해 자율적으로 운영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공단이 센터 방문자 비율을 올릴 방안을 주문한 데 대해서는 "위탁인인 공단으로서는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내방비율을 높여 업무를 수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계약상 의무 이행을 구하는 것이고 각 센터에 내방비율을 높이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거나 그 방안을 따를 것까지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업무 수행 방법과 지침 등을 담은 업무수행가이드에 관한 판단도 뒤집혔다. 공단은 업무수행가이드를 제작해 각 센터에 배포했다.
 
1심은 가이드를 단순한 참고용 자료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봤다. 업무 방법과 절차를 상당히 자세하게 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선대 산학협력단은 공단이 제작한 업무수행가이드를 기준으로 광주센터를 운영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2심은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 전혀 다른 결론을 냈다. 가이드가 업무 수행 방법과 절차를 자세하게 담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판단이 같았다.
 
그러나 공단이 가이드에 따라 업무 수행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던 점이 결정적이었다.
 
2심 재판부는 "공단은 각 센터 직원들이 가이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는지, 가이드에서 정한 양식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전혀 관리ㆍ감독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각 센터는 일부 업무수행에 관해 자체적으로 새로운 절차와 방식, 기준을 수립해 시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전산시스템, 지휘 수단 아니다"...파견 요소 모두 부정
 
센터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통합전산시스템 '어울림시스템'도 지휘ㆍ명령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각 센터는 어울림시스템을 통해 공문 송수신, 운영비 정산, 자산관리, 실적 입력 등의 업무를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1심은 "공단은 어울림을 통해 전국 센터의 실적을 확인하고 상시적으로 운영을 직ㆍ간접적으로 관리해 왔다"고 했다.
 
반면, 2심은 "어울림시스템은 공단과 센터 사이의 업무 협조나 실적 보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것으로 공단이 센터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기능이나 개별 근로자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능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업무상 지휘ㆍ명령을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어울림시스템을 통해 공단과 센터가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게 됐다는 1심 판단에 대해서는 "어울림시스템은 공단 내부 전산망과 연결돼 있지 않고 센터 직원들에 대한 업무지시나 실적평가 수단으로 이용되지도 않은 점에 비춰 보면 공단이 각 센터를 독자성이 전혀 없는 산하기관과 같이 운영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2심은 파견을 판단하는 나머지 기준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센터 직원 채용, 내부 업무분장과 관련해서는 공단의 사전ㆍ사후 승인 절차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2심의 설명이다.
 
센터 업무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독립적 조직과 설비를 보유한 점도 2심 판단에 힘을 실었다.
 
민간위탁 종사자만 19만여 명...판결 파장, 평가 엇갈려
 
이번 사건이 공공부문 민간위탁기관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공공부문 민간위탁기관은 2019년 기준 약 2만3000곳에 이른다. 종사자 수는 19만6000여 명이다.
 
2심 판결을 환영하는 쪽에서는 민간위탁기관의 적법성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센터가 전문성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는 전형적인 유형의 민간위탁기관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단을 대리한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광주센터는 전문성을 갖고 전형적인 형태로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위탁기관"이라며 "수많은 민간위탁기관이 있는데 법원이 민간위탁의 적법성에 관한 판단을 내려준 것이어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민간위탁기관마다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방식이 다른 만큼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파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A 씨를 대리한 손익찬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일부 업무만 위탁을 주는 경우도 있고 어떤 기관이나 시설 운영 전부를 위탁을 주는 경우도 있어서 위탁의 양상이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A 씨 측은 2심 판단에서 간과된 내용이 있다고 보고 조만간 상고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출처 : 2022년 09월 23일 금요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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