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저성과자 프로그램 ‘적법’...2심 판단도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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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를 선정해 별도로 교육을 진행하는 SK하이닉스의 성과향상프로그램(PIP)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38-3민사부(재판장 민지현)는 이날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근로자 A 씨 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근로자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1심은 "SK하이닉스가 상시적 구조조정을 위한 편법적인 수단으로 원고들을 퇴출할 목적으로 인사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2심 결론도 다르지 않았다.
당초 소송을 제기한 인원은 4명이었지만 1심 판결 이후 한 명이 정년퇴직하면서 3명으로 줄었다.
저성과자만 모아 10주간 교육...원고 "사실상 저성과자 퇴출 목적"
PIP는 SK하이닉스가 2013년 도입한 성과향상프로그램이다. 매년 초 인사평가를 실시해 3년간 2회 이상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 중 일부를 성장한계인력으로 선정하고 10주간 역량향상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을 마치면 3주간 대기발령 상태에서 성과향상계획서를 작성하고 복귀할 업무를 정한다. 복귀 후 인사평가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으면 성장한계인력에서 제외된다.
낮은 등급을 받으면 연봉에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연봉은 기준급과 업적급으로 구성돼 있다. 기준급은 전년도 평가 결과에 따라 평가등급별 인상률과 직급별 조정률을 적용해 결정한다. 최하위 등급에게는 경영성과급(PSㆍPI) 중 PS(초과이익분배금)가 지급되지 않고 성장한계인력으로 선정되면 PI(목표달성장려금)도 받지 못한다.
PIP는 이미 구성원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2018년 설립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는 출범과 동시에 PIP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도 성장한계인력이었다. A 씨 등은 PIP 제도가 인사권은 남용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저성과자 성과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희망퇴직을 거부한 근로자를 저성과자로 분류하고 자존감과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면서 퇴직을 유도하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회사가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현행법과 취업규칙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삭감된 임금과 그동안 받지 못한 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기도 했다.
법원 "PIP, 퇴출 목적 아냐"...근로자 주장 '기각'
1심은 회사 측 손을 들었다. PIP가 근로자들을 퇴출할 목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1심은 "인사평가는 동료 간 평가를 참고해 종합적으로 이뤄졌고 구체적인 내역을 해당 직원에게 공개해 대상자와의 면담을 통한 피드백 절차를 거쳤다"며 "평가 절차와 실제 평가 결과에 비춰 보면 SK하이닉스가 자의적으로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이들을 선별해 퇴출 목적으로 최하등급을 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의 PIP가 A 씨 등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실상 퇴출프로그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PIP에 참여한 인원은 연평균 10.7명 정도로 그 중 2.5명 정도가 성장한계인력에서 벗어났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 중 2명도 실제로 등급이 향상되기도 했다. 정년을 맞은 1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원고들 모두 재직 중인 상태다.
대기발령 기간(3주)에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업적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도 적정하다고 봤다. 1심은 "인사대기는 현업에 배치되기 전 수행할 업무를 선정해 원활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준비기간"이라며 "현업 배제 기간이 3주인 점을 보면 인사대기와 그에 따른 업적금 미지급이 법령에 위반하거나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나 권리남용으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 씨 측은 그룹장과 팀장, 인사담당자가 퇴직과 전직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는 증거를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1심은 퇴직을 권유하는 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중간관리자와 인사담당자와 대화 내용만으로 상시적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으로 조직적으로 근로자들의 퇴출을 의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은 희망퇴직을 권유받으면서 법정 퇴직금 외에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제시받았고 인사평가, 향후 회사 내에서 성장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충분한 숙고를 거친 다음 성과향상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A 씨 측은 성과평가에 따른 임금 동결과 삭감이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PIP 도입 자체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이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도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 이를 기각하면서 1심 판단이 유지됐다.
A 씨 측을 대리한 탁선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녹취록을 보면 부서장이나 관리자들이 '회사에서 (퇴직)인원을 할당해서 어쩔 수 없다', 'PIP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힘들어서 고통만 받을 거다'라고 말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은데 법원은 회사에서 단지 퇴직을 권유하고 특별 퇴직을 안내한 것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현재 PIP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출처: 2022년 08월 19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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