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왜 현대차 ‘불출업무’만 적법한 도급으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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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제조공정 중 간접공정으로 분류되는 불출 업무에 대해서만 사내하도급이 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불출은 자동차 부품이 순서대로 배열된 팔레트를 조립공정에 가져다 놓는 작업을 말한다.
법원은 왜 유독 불출 업무만 불법파견이 아니라 적법한 도급이라고 보는 것일까.
20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재판장 이기선)는 최근 현대차 1, 2차 사내협력업체 전ㆍ현직 근로자 A 씨 등 20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로 직접생산공정인 도장 업무를 맡는 1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1명, 간접공정인 서열ㆍ불출 업무를 수행한 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5명이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적법한 도급관계가 아니라 파견근로관계였다는 것이다.
도장은 차체 부식을 방지하는 방청액을 뿌리거나 도료를 칠하는 공정을 말한다. 서열은 조립공정에 공급하기 위해 차량의 사양에 맞게 부품을 선별해 규격 용기(팔레트 등)에 채워 넣는 작업이다.
재판부는 도장과 서열 업무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파견법은 파견된 근로자를 2년 넘게 사용하면 파견받은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한다. 법원은 원청이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했다면 도급이 아닌 파견관계로 보고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사내서열 근로자만 '승'..."법이 금지한 전형적인 파견형태"
다만, 나머지 인원은 적법한 도급관계였다고 봤다. 현대차가 직접 고용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불출 업무만 하는 2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였다. 불법파견이 인정된 간접공정 근로자 5명이 서열 업무를 함께 수행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서열만을 불법파견으로 본 이유는 뭘까. 재판부는 일단 사외서열과 사내서열을 구분했다. 현대차 공장 밖에서 서열이 이뤄지는 사외서열은 도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외서열 상황에서는 현대차가 1, 2차 협력업체를 배제한 채 직접 지휘ㆍ감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내서열은 이야기가 다르다. 현대차가 작업내용과 순서 등을 공유하는 서열모니터를 통해 2차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사내서열은 파견법이 금지하는 전형적인 파견근로의 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불법파견이 인정된 근로자 5명은 모두 사내서열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불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정규직과 1,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방식이 유사하다고 해서 현대차의 지휘ㆍ명령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업무 특성상 직접생산공정과 연계되기는 하지만 연계성만으로 불출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과 현대차 사이에 곧바로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불출 업무는 성질상 분리 도급이 가능하고 당초 계약에서 정한 것 외에 현대차가 불출 업무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시를 할 만한 사항도 없다"고 꼬집었다.
불출 업무의 경우 현대차 공장 안에서 이뤄졌다 해도 이를 지휘ㆍ감독 근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열과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불출 업무의 특성 때문이다.
재판부는 "근로자 측은 불출 업무가 현대차 공장 내부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상당한 지휘ㆍ감독의 근거로 삼고 있지만 불출 업무는 원하는 장소로 운송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업무가 현대차 공장 내부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고 현대차 울산공장은 상당히 대규모인 점을 보면 근로자들이 현대차의 지휘ㆍ감독을 받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1ㆍ2차 업체별, 공장별로 나뉜 항소심...대법 판단은?
이 재판부는 지난해에도 불출 업무를 수행하는 현대차 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만 적법한 도급관계였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판결에서도 서열 업무를 한 근로자들만 현대차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사내협력업체 관리자가 "서열작업을 하지 않고 불출 업무만 하면 서열모니터 등을 볼 필요가 없다"고 한 증언을 받아들였다.
서울고법에서도 현대차 울산공장 1, 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낸 소송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당시 판결은 오히려 한걸음 더 나아갔다. 불출 업무뿐만 아니라 서열 업무를 맡는 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도 적법한 도급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같은 업무를 수행한 1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현대차가 1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는 작업배치권을 행사했지만 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는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재판부가 공장별로 다른 판단을 내놓으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서열ㆍ불출 업무에 대해서는 1, 2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모두 불법파견이라고 본 것이다.
현재 대법원에는 이 사건을 포함해 마찬가지로 서열ㆍ불출의 불법파견을 부정한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 판결도 함께 올라가 있는 상태다.
출처: 2022년 08월 20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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