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손배소 파기환송심, 승자는 없었다…노사 모두에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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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6월 대법원이 노동조합 쟁의행위 손해배상 책임에 관해 두 가지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심 판결이 연달아 나오면서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 모두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당시 대법원이 새로 제시한 법리는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의 책임 비율을 노조 내 지위와 역할 등을 고려해 각각 산정해야 한다는 것 ▲생산이 멈췄더라도 이후 생산량이 만회됐다면 고정비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두 가지였다.
전자는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조합원마다 '개별로' 산정해야 한다고 했을 뿐, 손해배상 책임 자체를 제한하거나 경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동계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후자는 생산 중단으로 고정비 손해가 발생했다는 입증을 기업이 해야 해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워질 거라는 경영계의 비판을 받았다.
그로부터 1년 반여가 흐르고 그때 노동계와 경영계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한 파기환송심 판결들이 나왔다.
법원, 불법파업 참가자들에 "20억 원 배상하라"
전날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재판장 박운삼)는 현대자동차가 쟁의행위에 참여한 금속노조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조합원들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각각 5%와 15%로 제한하면서도 회사가 청구한 손해액 20억 원을 그대로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0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회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을 불법으로 점거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불법 점거로 공정이 278.27시간 중단돼 손해가 발생했다면서 조합원 4명에게 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조합원 4명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합원에게 모두 동일한 손해배상 책임을 잘못됐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해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조 지시에 따라 위법한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은 쟁의행위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 해도 불응하기는 어렵다"며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노조의 의사 결정이나 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때 조합원의 책임 비율은 ▲노동조합에서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각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파기환송심 판결은 조합원 4명 중 3명에게는 공동해 20억 원, 나머지 1명은 앞선 3명과 공동해 13억5709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3명에겐 책임 비율 15%, 1명에겐 책임 비율 5%를 부과한 결과다.
파기환송심은 현대차가 입은 고정비 상당의 손해액이 271억 원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15%의 비율로 계산하면 40억7127만 원이 나오는데, 회사가 청구한 20억 원을 초과해 15%에 대한 배상액은 20억 원만 인용됐다. 5%에 대한 배상액은 13억5709만 원으로 회사의 청구액을 초과하지 않아 그대로 인용됐다.
조합원 4명은 금속노조 간부와 현대차 정규직 대의원, 해고된 사내하청근로자 신분이었다. 부산고법은 "이들에게 이 사건 쟁의행위를 결정ㆍ주도한 사내하청노조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부산고법은 15%의 책임 비율을 결정하며 "사내하청노조의 조합원이 아니어서 이 사건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쟁의행위에 적극 참여하고 불법점거 현장에서도 주도적으로 활동했다"며 "소화기를 방사해 회사 측 관리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저지했고, 관리자들을 폭행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대법원 판결 당시 노동계가 우려한 점을 그대로 반영했다. 파기환송심은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달리 산정했을 뿐, 손해배상 책임은 그대로 물었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오자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금속노조는 불법파견에 반대하는 파업에 대해 손배를 인정한 재판부를 규탄하는 입장을 밝힌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사용자 범죄에 대항해 파업했을 때 그 책임을 묻게 해서는 안 된다"며 "먼저 범죄를 저지른 쪽은 사용자인데, 이에 저항했다고 노동자에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법원 "생산량 회복됐으니 노조에 배상 책임 없다"
반면, 경영계의 우려가 그대로 실현된 파기환송심 결과도 나왔다. 지난 6일 부산고등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박운삼)는 현대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및 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회사 측 청구를 기각했다.
노조의 불법 점거로 생산라인이 멈췄더라도 이후 생산량이 회복됐다면 손해가 존재하지 않아 배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파기환송심 끝에 확정된 것이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012년 8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의장 라인을 불법으로 점거했고, 이로 인해 5시간 가까이 생산이 중단됐다. 회사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5억3138만 원의 고정비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은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노조에 손해액의 60%인 3억2000여 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는 '생산량이 감소한 것'만으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판매와 매출이 감소해 매출액에서 회수할 수 있었던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때'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이를 토대로 현대차의 자동차 생산 및 판매 방식을 살폈다. 현대차는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를 매매계약하면 그에 맞는 자동차를 생산해 완성품을 고객에게 인도했다. 이때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인도일이 늦어질 순 있지만, 바로 매출 감소가 발생하진 않는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쟁의행위로 인해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했을 수는 있으나, 생산의 지연이 매출 감소로 직결되지 않고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을 여지가 있다"며 "원심은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는지에 관해 전혀 심리ㆍ판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판결은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부산고법은 "현대차의 생산관리체계를 통한 추가 생산으로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회복됐다"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현대차가 주장한 고정비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회사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경영계는 즉각 비판 성명을 냈다.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회사의 연간 생산계획은 미확정된 단순 목표치로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인데, 그럼에도 생산계획 달성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달라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히 노조의 불법 점거로 수백 대의 자동차 생산차질이 발생하고 점거에 가담한 조합원들이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은 상황에서 '회사의 손해가 없다'는 판결을 당사자인 회사는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판결의 대상이 된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는 조합원 수명이 조직적으로 수차례 회사 공장을 점거해 폭력을 행사하고 기물을 손괴해 막대한 생산 차질을 일으킨 사건"이라며 "이 같은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생산 차질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고, 사실상 불법행위 가담 조합원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면해주는 것은 앞으로 노조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출처 : 이동희 기자,현대차 손배소 파기환송심, 승자는 없었다…노사 모두에 타격 ,월간노동법률, 2025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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