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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헬스 트레이너 근로자성…“고용부 가이드라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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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5-02-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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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과 하급심에서 헬스 트레이너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고용노동청에선 헬스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단도 함께 나오고 있다.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법원 판결을 반영한 고용노동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 "경제ㆍ조직적 종속성 있으면 근로자"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 강지현 판사는 헬스 트레이너 A 씨가 피트니스 센터 대표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ㆍ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5년부터 B 씨와 PT 자유직업 소득계약서를 작성하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했다. A 씨는 오후 2시에서 오후 11시까지 업무하며 기본급과 식대를 지급받았고 4대 보험(고용보험ㆍ국민건강보험ㆍ국민연금ㆍ산재보험)에도 가입돼 있었다.

A 씨는 2023년 퇴직하며 B 씨에게 미지급 임금 1872만5600원과 연차유급휴가수당 501만6560원, 퇴직금 5158만7620원의 지급을 청구했지만 B 씨는 A 씨가 근로자가 아니라며 이를 거절했다. A 씨는 B 씨를 상대로 임금ㆍ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A 씨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봤다. A 씨는 센터에서 개별적으로 축구 강습을 했다가 B 씨로부터 저지당한 바 있다.

강 판사는 "A 씨가 센터 내에서 개별적으로 축구 강습을 하려고 했지만 이것을 B 씨가 강압적으로 막은 것을 고려하면 A 씨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며 "B 씨가 A 씨의 근무 장소와 지도 대상을 결정했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A 씨는 PT 업무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했다. 법원은 "A 씨는 PT업무 외에도 센터의 기구ㆍ청소 상태 점검, 고객 민원 대응 업무를 수행했고 별도의 보수가 없는 무료 PT도 근무시간에 따라 B 씨의 배정으로 수행했다"며 "B 씨의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인정된다"고 했다.

A 씨는 급여를 계속ㆍ정기적으로 지급받았고, 휴가를 쓸 땐 보고가 필요했다. 강 판사는 "A 씨는 기본급 90만 원과 식대 10만 원을 계속ㆍ정기적으로 지급받았고, 직급 상승에 따라 기본급이 상승하기도 했다"며 "배우자 출산휴가도 B 씨의 허락을 받아 사용한 점을 고려하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가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B 씨로부터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B 씨는 A 씨에게 미지급한 임금, 연차유급휴가수당,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헬스 트레이너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첫 인정한 2023년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2023년 대법원 판결은 센터와 위탁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지급받은 헬스 트레이너에 대해 "위탁계약을 체결했지만 트레이너가 개별 강습을 할 수 없었고, PT 업무 외에 청소ㆍ매출 관리를 해왔다"며 "급여도 제공하는 근로와 연관돼 있고 센터가 업무시간과 장소를 엄격하게 관리해 지휘ㆍ감독 하에 사용종속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대표공인노무사는 "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아닌 계약서의 실질적인 내용을 토대로 사업주의 유리한 지위를 도출해 실적에 따라 급여가 다소 변경되더라고 이를 근로제공의 대가로 해석하고 있다"며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라는 인적 종속성뿐 아니라 경제적ㆍ조직적 종속성을 중심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실관계서 다른 판단…"가이드라인 마련해야"

그러나 법원 판단과 달리 노동청에선 헬스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PT업무와 청소ㆍ고객관리 업무를 함께 수행한 헬스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서울서부지청은 "트레이너가 수행한 청소ㆍ고객관리 업무는 PT 계약에 수반되는 성실유지관리업무"라며 "트레이너가 센터에 PT 계약을 보고한 것도 보수 정산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이것만으로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청소ㆍ고객관리 업무 수행을 근로자성 인정 징표로 본 법원과는 다른 판단이다.

하 노무사는 "법원은 인적 종속성보다 경제적ㆍ조직적 종속성을 중심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노동청의 경우 아직까지 판례의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서부지청은 지난해 8월에도 헬스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바 있다. 서울서부지청은 "트레이너와 센터와의 계약서에 겸업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없어 계약의 전속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트레이너에게 지급된 영업지원금도 매월 PT 매출에 따라 차등 지급돼 근로의 대가가 아니어서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명시적으로 겸업을 금지하는 문구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겸업이 실질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했다. PT 매출 실적에 따른 급여 변동도 지급 자체가 정기적ㆍ계속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근로의 대가라고 봤다.

하 노무사는 "헬스 트레이너와 같이 전문성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다"며 "계약의 형식적인 내용만으로 사용종속성이 부정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적에 따라 급여가 변동되더라도 법원은 이를 근로의 양과 질에 연동된 것으로 봐 근로 제공의 대가로 판단했다"며 "법원과 노동청의 판단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하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판례를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 노무사는 "노동청은 아직 지휘ㆍ감독 여부만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경제적ㆍ조직적 종속성을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법원 판결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존재해 고용부 차원에서 헬스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엇갈리는 헬스 트레이너 근로자성…“고용부 가이드라인 필요”, 월간노동법률, 2025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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