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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통상임금 ‘신의칙’ 인정한 법원, 대법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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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8회 작성일 25-02-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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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사건에서 고정성 폐기 법리를 적용한 판결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법원은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의 재직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STX조선해양 통상임금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하급심이 회사의 '신의칙 위배'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만 판단했을 뿐, 또 다른 쟁점인 신의칙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어질 파기환송심에서 신의칙 판단을 불씨로 남긴 셈이다.
 
2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박영재)는 지난달 23일 STX조선해양 전ㆍ현직 근로자 A 씨 등 107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 "재직 조건부 상여금, 통상임금 맞다"
 
STX조선해양은 2010년 5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매년 설, 추석, 짝수 월(2ㆍ4ㆍ6ㆍ8ㆍ10ㆍ12월)에 정기상여금을 지급했다. 회사는 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해 왔다.
 
통상임금은 연장ㆍ휴일ㆍ야간근로수당, 미사용연차휴가수당 등 법정수당의 지급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 항목이 늘어나면 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법정수당도 함께 늘어난다.
 
A 씨 등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근로수당 등을 추가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회사는 '지급일 당일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재직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STX조선해양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ㆍ2심 판결 당시엔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갖췄는지'로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했다.(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단기준에 따르면 재직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이 아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여금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보기 어렵고, 지급 조건이 성취될지 여부가 불확실해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도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하는 새 법리를 내놨다. 새 법리로 인해 재직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받게 됐다. 대법원은 새 법리를 적용해 STX조선해양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하급심 "회생에 부정적 영향" 신의칙 받아들여
 
이번 사건에서 신의칙도 쟁점 중 하나였다. 신의성실의 원칙, 즉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따라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말한다. 이러한 신의칙이 통상임금과 만난 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 지급으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적용해 소급분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STX조선해양은 이번 사건에서 이 법리를 내세워 "근로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근로수당 등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STX조선해양 노사는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각종 수당의 규모를 예측해 임금 협상을 진행해 왔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면 근로자들이 받게 될 임금이 노사가 예측했던 것보다 과도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여금이 약정통상임금의 800%인 점 등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해 회사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초과근로 등에 대한 가산임금은 임금 협상 당시 노사가 협상의 자료로 삼은 가산임금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STX조선해양은 2012~2015년까지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2013년을 제외하면 손실상태였다. 2016년 6월엔 법원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근로자 측의 청구가 회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 신의칙 판단 안 해…파기환송심서 나올까
 
그런데 대법원은 신의칙에 대한 판단을 아예 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에서 신의칙 쟁점을 불씨로 남겨 놓은 것이다. 현재로선 회사 측에서 또다시 신의칙 주장을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파기환송심에서 STX조선해양의 신의칙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판결이 나오게 된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많은 기업들이 신의칙을 주장했지만, 얼마 안 가 신의칙 법리는 큰 비판에 직면했다. 신의칙 적용을 결정짓는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었다.
 
혼란이 계속되자 2019년 대법원은 시영운수 통상임금 사건에서 신의칙을 적용할 때 경영상 어려움을 신중하고 엄격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2021년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사건을 통해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지 판단할 땐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실질임금 인상률, 통상임금 상승률, 기업의 당기순이익,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 인건비, 매출액, 기업의 계속성, 산업계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결국 2019년 이후 신의칙 적용은 더욱 어려워졌고 신의칙을 인정한 판결도 가뭄에 콩 나듯 나왔다. 통상임금 사건에서 신의칙 법리가 사실상 폐기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STX조선해양 통상임금 사건에서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건우 법무법인 우리로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한 법리를 적용해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보낸 것이 핵심"이라며 "회사 입장에선 신의칙을 또 주장할 수 있겠지만, 통상임금을 다시 살피라고 한 대법원 판결 취지나 청구 금액을 고려하면 근로자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STX조선 통상임금 ‘신의칙’ 인정한 법원, 대법 결론은?, 월간노동법률, 2025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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