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동관행도 근로조건, 용역업체 바뀌어도 노동관행 승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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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용역업체에서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해 임금을 지급한 '노동관행'이 있었다면 변경된 용역업체가 이 노동관행을 승계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동관행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법원은 노동관행을 근로조건으로 인정하고 변경된 용역업체에서 이를 승계해야 한다고 봤다.
25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안영지원 민사1단독 노유경 판사는 지난 20일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보안ㆍ경비업무를 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 A 씨 등 55명이 케이에프앤에스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용역업체 바뀌자 '노동관행' 사라졌다
주한미국대사관은 2020년 6월부터 용역업체 케이에프엔에스에 보안ㆍ경비업무를 위임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던 근로자들이 케이에프앤에스로 고용승계됐다.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케이에프앤에스로 고용승계됐거나 신규 채용된 근로자들이다.
A 씨 등은 이전 용역업체에서 휴게시간 1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아 임금을 지급받은 관행이 있었다. 이 관행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엔 없는 내용이었다. 케이에프앤에스는 이 관행을 인정하지 않아 휴게시간 1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했다.
또, 회사는 실제 근로시간이 월 174시간에 미달하면 결근ㆍ조퇴한 것으로 처리해 임금을 공제했다. 근로자들은 경비업법에 따라 매월 2시간 이상의 직무교육을 이수해야 했는데, 회사는 이 직무교육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했다.
A 씨 등은 ▲휴게시간 제외로 인한 미지급 임금 ▲결근공제로 인한 미지급 임금 ▲직무교육시간 제외로 인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회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전 업체에서의 노동관행을 인정했다. 노 판사는 "휴게시간 1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해 산정한 임금은 노동관행에 따라 지급의무가 있는 근로의 대상에 해당하고, 회사는 종전 업체들과 근로자들 사이의 노동관행으로 확립된 근로조건을 승계한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회사가 결근공제에 대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며 결근공제로 인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노 판사는 "결근ㆍ조퇴로 인한 임금 일부의 공제가 허용되기 위해선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근로자들과의 개별 근로계약을 이유로 한 결근공제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 전액 지급원칙에 반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직무교육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노 판사는 "A 씨 등은 근로시간 외에 온라인 직무교육을 수강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 직무교육시간은 법령 또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소정근로시간 외에 이루어진 교육시간으로서의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 측 대리를 맡은 우지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관계가 승계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있어 영업양도 시 근로조건의 포괄적 승계 법리가 적용돼야 한다고 보고, 과거 용역업체들이 근로자들에게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해 산정한 임금을 지급'해 오던 내용을 노동관행인 근로조건으로 인정해 해당 근로조건이 변경된 용역업체에도 승계된다고 판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문제웅 주한미국대사관 경비원노동조합 위원장은 "1985년경부터 2020년 5월까진 주한미국대사관과 보안ㆍ경비업무 계약을 체결했던 용역업체들은 모두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해 산정한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해 왔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이러한 관행을 파기하자 근로자들은 노조를 결성해 이 사건 소송에 이르게 됐고, 노조는 용역근로자의 노동관행을 근로조건으로 확인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출처: 2025년 02월 25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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