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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기간 중 ‘일부’만 근로자?”…법원, 임대차 조사원 근로자성 일부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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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50회 작성일 25-05-1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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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계약서 내용과 회사의 관리 방식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법원이 임대차 조사원의 근로자성을 일부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정회일)는 KB신용정보 퇴직자 A 씨 등 1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위탁계약이라도 상당 지휘ㆍ명령 시 근로자"
 
A 씨 등 퇴직자들은 KB신용정보와 임대차 조사 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임대차 조사원으로 근무했다. 위탁계약은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동일한 내용으로 연장됐다.
 
회사는 조사원들에게 구체적인 업무 절차, 방법을 통지하고 준수하도록 했다. 또 조사원들이 정해진 시간에 회사 통합전산시스템에 로그인하도록 해 근태관리를 했다. 조사원들은 회사의 평가기준에 따라 실적이 평가됐고 실적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랐다. 또 조사원들은 위탁계약 중 다른 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고, 제3자에게 자신의 업무를 위탁하는 계약도 체결할 수 없었다.
 
A 씨 등은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 회사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퇴직금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회사가 임대차 조사 업무를 현장 조사, 대출 사실 조사 등으로 세분화하고 각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사전에 정해 지시했다"며 "업무 수행에 대한 회사의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인정된다"고 했다.
 
법원은 "회사가 조사원들의 보고시간 준수율, 로그인 미등록일 수 등을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차등 결정하고 낮은 등급을 받은 경우 위탁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며 "회사가 조사원들에게 통합전산시스템 로그인 등록을 통해 사실상 근태관리도 해 지시ㆍ감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위탁계약의 전속성과 계속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위탁계약서에 따라 조사원들이 다른 회사와는 계약을 맺을 수 없었고 제3자에게 업무를 위탁할 수도 없었다"며 "계약 내용에 따라 조사원들이 회사가 배정한 업무만 수행하고 스스로 고객을 유치할 수 없어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계속 재계약이 이루어져 근속기간이 10년이 넘는 조사원들도 있다"며 "계속성도 인정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15년 이후엔 근로자성 부정…왜?
 
그러나 법원은 A 씨 등의 계약기간 '일부'에 대해선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법원은 회사가 위탁계약서를 수정하고 관리 방식을 바꾼 2015년 2월 이후 기간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KB신용정보는 2015년 2월 위탁계약서를 개정하고 다른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근태관리와 업무평가도 폐지하고 수수료 차등 지급도 중단했다.

법원은 2015년 2월 이후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나이라며 회사가 2015년 1월 31일까지의 퇴직금 지급 의무만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용종속성이 있는 근로자였더라도 당사자 합의에 따라 위탁관계로 계약이 변경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어도 가능하다"며 "회사가 계약의 내용과 실질을 변경했다면 근로계약에서 위탁계약으로 변경됐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조사원들에게 연수 교재를 배부하고 조사 업무를 일부 공지했지만, 이는 위탁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사 방식 준수 요구를 넘어 회사의 구체적ㆍ일반적 지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근 법원 판결은 신용정보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임대차 조사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추세다. 2018년 대법원은 임대차 조사원이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었더라도 반복적으로 재계약을 해왔고 회사의 구체적 업무 지휘가 인정된다면 근로자라고 판단한 바 있다.
 
2020년 대법원은 KB신용정보 임대차 조사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하기도 했다. 2021년엔 우리신용정보 임대차 조사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도 있었다. 당시 1심 법원은 임대차 조사 업무가 신용정보회사의 핵심적 업무이며 구체적 업무 지시가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정봉수 강남 노무법인 대표공인노무사는 "임대차 조사원들에 대한 사용자의 지휘ㆍ명령이 있고 기본급이 보장되면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판단될 확률이 높다"며 "기업이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무 감사를 실시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임대차 조사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위탁계약서 변경을 이유로 근로자성 판단을 바꾼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은성 샛별 노무사사무소 대표공인노무사는 "계약서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함에도 법원이 이것을 근로자성 부정의 이유로 삼은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현장 근로자들은 계약서가 자신들에게 어떻게 불리하게 바뀌는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해고의 위험이 있어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컨설팅 몇 번으로 계약서를 바꾸고 일부 업무 지시를 수정한다고 근로자성이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문제"라며 "근로자성에 대한 증명책임이 회사가 아닌 근로자에게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계약기간 중 ‘일부’만 근로자?”…법원, 임대차 조사원 근로자성 일부만 인정, 월간노동법률, 2025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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