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대법원 “형식 불과한 소정근로시간은 최저임금 지급 의무 없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84회 작성일 25-08-05 08:52

본문

노사 간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있었더라도 형식에 불과하다면 최저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무사고 조건'이 붙은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판결도 함께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8일 G 택시회사 퇴직자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원심, 노사 합의 소정근로시간 중 일부만 '실근로 인정'

경남 김해시에 위치한 G 택시회사는 2003년 노사 합의로 택시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을 1일 17시간으로 합의했다. 회사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고정급을 임금으로 지급했다. 노사는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고 중대한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으면 상여금을 지급하는 무사고 조건 상여금도 합의했다.

이후 2007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돼 하루 운송수입금 중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이 최저임금에서 제외되는 특례조항이 신설됐다.

특례조항은 택시회사가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한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납금제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택시 기사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도입됐다.
 
김해시에는 특례조항이 2010년부터 시행됐다. 이에 G 택시회사 노사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소정근로시간을 17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했다.

A 씨는 단축 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최저임금과 퇴직연금 부담금 차액을 청구하는 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씨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노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잠탈 목적으로 이루어져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저임금법 개정의 취지는 택시 운전기사들의 안정적인 생활 영위를 통해 무리한 운행을 방지하는 것에 있다"며 "법 개정 취지를 잠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노사 합의는 노사 자치의 영역에 둘 수 없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1심은 최저임금 지급 의무가 있는 소정근로시간이 노사 합의에 따른 1일 17시간이라고 봤다. 법원은 "개정 노사 합의가 무효여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1일 17시간뿐"이라며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하지만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회사가 모두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2심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최저임금 지급 의무가 있는 근로시간은 1일 17시간이 아닌 8시간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은 1일 17시간이지만 이를 모두 최저임금 지급 의무가 있는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문언상의 소정근로시간 17시간은 업무 시작ㆍ종료시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지급 의무가 있는 실제 근로시간은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산정돼야 한다"며 "실제 인정되는 근로시간은 1일 8시간"이라고 판단했다.

2심에서는 무사고 조건 상여금의 통상임금성도 쟁점이 됐다. A 씨는 회사가 무사고 조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이 위법하다며 퇴직연금 부담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무사고 조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중대한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은 근로자가 불법적으로 운행을 하는 등의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당연히 지급이 예정된 것"이라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도 일부 시간만 인정…무사고 수당은 통상임금 '제외'
 
대법원도 최저임금 지급 의무가 있는 실제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노사의 2010년 이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라면서도 "2003년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중 1일 8시간 부분만이 최저임금 지급 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이라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법리 오해가 없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무사고 수당의 통상임금성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상여금이 일정 근무일수 충족만을 조건으로 한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도 "중대한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은 근로자가 소정근로 제공 외에 추가적인 자격 요건을 달성해야 지급되는 것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사 간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법을 잠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지거나 합의가 형식에 불과할 경우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정동일 법률사무소 해방 대표변호사는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법을 잠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지거나 형식에 불과한 경우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 경향"이라며 "이번 사건도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이 일치하지 않아 대법원이 최저임금 지급 의무가 있는 시간을 8시간만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무사고 조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 경향도 이어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제외하면서 무사고 조건 상여금은 고정성과 관계없이 무사고라는 소정근로 외의 추가적인 조건 달성이 필요해 소정근로대가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무사고 조건 상여금에 대해 원심을 파기한 것은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경향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며 "대법원이 일관되게 무사고 조건 수당은 추가적인 자격요건 달성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것이어서 소정근로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대법원 “형식 불과한 소정근로시간은 최저임금 지급 의무 없다”, 월간노동법률, 2025년 8월 1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