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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파견 발령’에 퇴사했지만…법원, “사이닝 보너스 전액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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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5회 작성일 25-08-0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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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일방적인 파견 발령을 했더라도 근로자가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사했다면 사이닝 보너스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약정 불이행에 사용자 귀책 사유가 인정되려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5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김두홍 판사는 지난 5월 27일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근로자 A 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일방 파견해도 퇴직 시 사이닝 보너스 '전액' 반환
 
A 씨는 연구원과 사이닝 보너스 3000만 원과 의무복무기간 3년을 약정하고 입사해 이차전지 연구 업무를 담당했다. A 씨와 연구원의 약정에는 근로자 귀책 사유로 의무복무기간 전 퇴사 시 사이닝 보너스 전액을 반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A 씨가 근무한지 2년이 지난 시점에 이차전지 연구 업무가 타 기관으로 이전되자 연구원은 A 씨를 일방적으로 타 기관으로 파견 발령했다. 그러자 A 씨는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연구원을 퇴사해 B 대학교로 이직했다.
 
연구원은 A 씨가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사해 사이닝 보너스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가 사이닝 보너스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연구원이 자신을 동의 없이 타 기관으로 파견 발령했고, 발령에 응하지 않으면 이차전지 연구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연구원에 퇴사 귀책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연구원이 A 씨의 동의 없이 타 기관으로 파견 발령했지만 여전히 A 씨의 소속은 연구원이고 근로조건과 근무지도 종전과 동일했다"며 "A 씨의 주장과는 달리 연구원에 잔류하더라도 연구원에서 이차전지 연구 업무 수행이 가능해 퇴사가 연구원 귀책 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연구원이 A 씨를 파견 발령하며 오히려 직급과 급여에서 우대 조치해 불이익이 없었던 점도 고려했다. 김 판사는 "연구원은 타 기관으로 파견된 근로자들에 대해 직급ㆍ급여에서 우대 조치를 해왔다"며 "A 씨가 파견 발령으로 어떤 불이익을 입었는지 구체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약정 불이행에 대한 연구원의 귀책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 씨가 B 대학교로 이직하며 연구원과 나눈 대화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A 씨는 파견 발령과 관련한 면담에서 "사이닝 보너스 의무복무기간을 없애달라", "우선 인적 교류로 업무를 하다가 수도권 연구소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법원은 "A 씨가 파견 발령에 따를 것인지를 두고 연구원과 면담을 하면서 나온 발언을 고려하면 파견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 B 대학교 임용에 합격해 의무복무기간 전 이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원의 일방적 파견 발령에 따른 의무복무기간 전 퇴사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A 씨는 사이닝 보너스 반환 의무가 있더라도 이미 의무복무기간의 3분의 2를 근무해 전액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연구원이 A 씨의 퇴사에 관해 어떠한 귀책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A 씨는 연구원에게 약정 내용에 따른 사이닝 보너스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용자 귀책 인정되려면 '근로자 불이익' 필요
 
이번 판결은 사이닝 보너스 반환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약정에 따라 사이닝 보너스 전액 반환을 인정했다. 사이닝 보너스 사건의 경우 약정의 유효성이 제일 먼저 쟁점이 되지만, 이번 판결에선 의무복무기간과 약정 금액이 과도하지 않아 쟁점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봉수 강남노무법인 대표공인노무사는 "사이닝 보너스 사건은 금액과 의무복무기간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약정 내용이 의무복무기간 3년, 위약예정액 3000만 원으로 강제 근로가 문제될 수준이 아니어서 약정 자체는 유효하게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의무복무기간이 3년 이하이고, 지급한 사이닝 보너스 이하 금액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의 경우 사용자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 이를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파견 발령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의 귀책 사유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근로자에 대한 회사의 일방적인 발령이 있었더라도 근로조건 등 불이익이 없을 경우 사용자의 귀책 사유가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노무사는 "일방적인 발령이 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악화되지 않으면 사용자의 귀책 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사이닝 보너스 반환 약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해 구체적 판결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기도 하다. 향후 사이닝 보너스 관련 판결과 실무상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법원에서 사이닝 보너스 약정이 무효로 판단 받지 않기 위해 약정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정 노무사는 "이번 사건처럼 근로자가 약정을 어겼을 경우 약정 내용대로 기업이 사이닝 보너스를 반환받기 위해서는 계약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며 "근로자의 이직을 예방하기 위해 사이닝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일방적 파견 발령’에 퇴사했지만…법원, “사이닝 보너스 전액 반환”, 월간노동법률, 2025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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