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쪽잠’에 뇌출혈 요양보호사, 법원 “산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9회 작성일 25-08-07 08:53

본문

주야 교대근무를 하며 만성과로에 시달리다가 뇌출혈을 일으킨 요양보호사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요양보호사는 별도 휴게공간이 없어 병실에서 야간에도 중증의 고령 환자를 돌봐야 했다.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호성호 판사)은 요양보호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항소를 포기해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야간 휴게시간 5시간, 실제는 훨씬 적어

A씨는 2022년 1월부터 경기 성남의 한 요양원에서 근무하다가 6개월 만인 그해 7월 병실 바닥 매트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뇌내출혈을 진단받았다. 조사 결과, A씨는 교대제 근무로 과로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요양원은 중증 노인성 질환자를 상대로 24시간 급식·요양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요양보호사는 이틀간 주간근무(오전 9시~오후 7시)를 한 다음 이틀 야간근무(오후 7시~다음날 오전 9시)를 하고 이틀 쉬는 형태로 3교대 근무했다. A씨 근로계약서에는 휴게시간이 주간 2시간, 야간 5시간으로 기재됐다.

하지만 휴게시간은 근로계약서 내용보다 적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환자 8명의 식사보조·배변 도움·기저귀 교체·목욕 등을 도왔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2시간마다 몸을 뒤집어줘야 했고, 기저귀도 주야간 4시간 간격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별도 휴게공간은 없어 야간에는 담당 병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쉬었다. 자다가 깨서 환자 기저귀를 갈고, 자세를 바꿔줘야 했다.

A씨는 만성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뇌출혈이 생겼다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기존에 고혈압은 있었지만,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단은 뇌출혈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부했다. A씨는 “공단이 휴게시간을 과다하게 보고 업무시간을 잘못 산정했다”며 2023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육체적·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뇌출혈의 원인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실제 휴게시간은 훨씬 짧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호성호 판사는 “휴게시간 동안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없었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원고가 업무에서 완전히 면제돼 휴식을 취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야간 휴게시간에도 방해받지 않는 수면 어려워”

법원은 A씨가 야간에도 2시간 간격으로 환자를 돌보며 ‘쪽잠’을 잤을 것으로 판단했다. 호 판사는 기저귀 교체와 체위 변경 등 야간 업무 시간을 1시간30분으로 평가해 근로계약상 야간 휴게시간인 4시간보다 적은 2시간30분을 실제 휴게시간으로 봤다. 이를 토대로 산정한 A씨의 12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51시간15분으로, 고용노동부의 ‘뇌심혈관 질환의 업무 관련성 인정기준’인 52시간에 근접한다고 판단했다.

또 고령 환자들에 대한 돌봄의 육체적 부담과 정신적 긴장도가 높아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호 판사는 “원고의 업무는 업무시간에서 제외된 야간 휴게시간 동안에도 원고가 방해받지 않는 수면을 취하기 어려웠다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고로서는 업무로 인해 몇 달간에 걸쳐 누적된 육체적·신체적 부담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기존 질병인 고혈압 등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해 뇌내출혈이라는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대표)는 “별도의 휴식 공간이 없고 휴게시간에도 완전히 업무에서 면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해 승소 판결을 끌어냈다”며 “서류를 통해 업무에 대한 근거를 남기기 어려운 요양보호사 업무의 특성을 법원이 이해하고 산재를 인정하게 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홍준표 기자, ‘쪽잠’에 뇌출혈 요양보호사, 법원 “산재”, 매일노동뉴스, 2025년 8월 7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