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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후 복직한 아나운서에 편집업무 맡긴 방송국···법원 “부당”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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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12-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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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업무를 맡아온 아나운서를 본래 직무와 무관한 편집요원으로 발령한 방송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양상윤)는 UBC울산방송 아나운서 이산하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지난 14일 판결했다.


이씨는 2015년 울산방송에 입사 후 기상캐스터·라디오DJ·아나운서·리포터 등을 맡아왔다. 근로계약서조차 없이 ‘무늬만 프리랜서’ 형태로 일해오던 그는 2020년 팀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뒤 2021년 4월 해고됐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그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며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고, 2022년 12월 서울행정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2021년 11월 회사에 복직했으나, 사측은 그에게 4~6시간 단시간 근무를 하도록 했다. 월급은 140만~170만원 정도로 줄었다. 적은 분량의 날씨 안내 및 라디오 방송을 해오던 중 회사는 해당 프로그램들을 폐지시켰고, 지난해 1월 이씨는 본래 업무와는 거리가 먼 편집요원으로 발령됐다. 이에 이씨는 전직이 부당하다며 같은 해 3월 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지노위와 중노위는 전직할 업무 필요성 등이 인정된다며 모두 기각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전직의 업무상 필요성과 원고가 입는 불이익을 비교하면, 방송국의 정당한 인사권 범위를 벗어난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측이 내세운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프로그램 축소 및 폐지, 원고의 역량 미달, 편집인력 부족 등으로 인한 전직의 업무상 필요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울산방송은 2023년, 2024년 결원이 생길 때마다 신입 및 경력 기자와 아나운서를 채용하거나 기간제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인력을 충원했고, 프로그램도 추가로 신설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약 8년간 방송 업무를 수행해왔고, 홈페이지에도 아나운서로 소개된 점 등을 들어 “방송 관련 업무를 계속할 것이란 합리적 기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했다. 또한 보도국장이 이씨가 소송을 제기해 회사 내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의 녹취록이 확인됐는데, 이를 토대로 “부당해고 및 임금소송 제기 등으로 인해 기존 방송 업무에서 배제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는 판결 결과를 접한 후에 “그동안 회사에서 나가라는 압박을 계속 느꼈다”며 “5년 동안 싸움이 끝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이번엔 또 어떻게 대응을 하고, 괴롭히진 않을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편집 업무를 시킨 건 제 일을 빼앗고, 보복성 괴롭힘으로 느껴졌다”며 “온전하게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차별없이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방송하는 사람들의 노동환경이 너무 취약하다”며 “방송국에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 취급되는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 등의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정일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시선)는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훈련받고 채용되고 꾸준히 출연한 사람을 업무상 필요성 없이 방송에서 배제하기 위한 조치를 한 것”이라며 “회사는 이에 대해 반성하고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최서은 기자, 부당해고 후 복직한 아나운서에 편집업무 맡긴 방송국···법원 “부당” 판결, 경향신문, 2025년 1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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