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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차주 아닌 화물기사도 근로자?...“법원, 전속성 넓게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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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53회 작성일 22-07-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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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유의 트럭으로 직접 화물운송 계약을 맺고 업무를 수행하는 기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판결이 최근 서울고법에서 연달아 나오고 있다. 관련 사건 모두 대법원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대법원이 앞서 지입차주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던 앞선 판결을 확장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지입차주는 영업용 면허(차량번호)가 없어 운수회사를 통해 화주의 물건을 나르는 차주를 말한다. 운수회사의 영업용 번호를 빌리는 대신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최근 잇따르는 판결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 화물차주는 화주와 직접 운송계약을 맺고 업무를 수행한 사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9-1행정부(재판장 강문경)는 식자재 운송을 하다 숨진 트럭기사 A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ㆍ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1년 식자재 유통업체인 실로암푸드시스템과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거래처에 식자재를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2018년 도로 위에서 자신이 소유한 1톤 포터 화물차량을 운전하다 흉부 통증을 호소하면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끝내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A 씨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밝혀졌다. 이에 A 씨 유족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한 만큼 공단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A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실로암푸드시스템 트럭기사, 항소심서 '근로자성' 인정
 
1심은 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월 운송료가 고정돼 있었지만 운행 여부에 따라 금액이 공제되거나 추가됐기 때문에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오히려 결행 등의 운송 변화로 발생하는 손해를 스스로 부담해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A 씨의 운송 일정이나 경로가 일정하기는 했지만 1심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요일별로 거래처에 식자재를 납품해야 하는 계약 목적상 불가피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오히려 A 씨는 실로암푸드시스템 직원들과 달리 별도의 업무일지나 운행일지를 작성하지 않았다"며 "A 씨가 운행시간 내에 배송을 완료한 경우 이후 일정이나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식 등에 관해 실로암푸드시스템이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행사했다거나 A 씨가 근무시간ㆍ근무장소에 구속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A 씨가 계약기간에 특정 앱을 이용해 다른 업체의 운송 업무를 수행한 점도 1심 판단에 힘을 실었다. 운송횟수나 운송료 수입 규모 등을 보면 A 씨가 실로암푸드시스템과 전속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 씨 업무가 실로암푸드시스템 핵심 사업의 일부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A 씨가 핵심 사업의 일부를 수행했다면 실로암푸드시스템이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려는 유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로암푸드시스템은 기업체나 호텔, 학교, 리조트, 병원 등에 있는 식당으로 식자재를 배송하는 사업을 하는 회시다. A 씨는 시장에서 식자재를 수거해 사무실로 운송하고 거래처에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2심 재판부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신선한 식자재를 적정하게 배송해야 하는 업무 내용의 특성, 신속ㆍ신선ㆍ적시 배송을 통해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실로암푸드시스템에 매우 중요했다"며 "실로암푸드시스템으로서는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에 대해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로암푸드시스템 정직원들이 A 씨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식자재 배송업무를 수행했던 사실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A 씨가 다른 업체 배송업무를 수행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상적인 근무시간에도 다른 업체 배송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A 씨와 실로암푸드시스템이 체결한 계약에 '회사가 A 씨의 업무를 정하고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실이 공단 측 발목을 잡았다.
 
2심 재판부는 "근로자성의 중요 징표인 사용종속성을 판단할 때는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나 행동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근로제공자의 관계, 특히 근로제공자의 사용자에 대한 경제적 종속성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공단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기 때문이다.
 
"지입차주 아닌 화물기사도 근로자"...잇따르는 판결

A 씨처럼 지입차주가 아닌 화물기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서울고법에서 연달아 나오고 있다. 관련 사건 모두 당사자들이 상고하면서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고법 제38-1민사부(재판장 정경근)는 앞서 화물기사 B 씨 등 6명이 자동차 전장품 제조업체 계양전기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B 씨 등은 계양전기와 1년 단위로 운송계약을 맺고 자동차 전장품을 거래처에 운송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계양전기는 B 씨 등이 독립적인 사업자라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이들을 근로자로 봤다.
 
이 재판부는 "B 씨 등의 배송업무는 계양전기 직원이 내부적으로 정한 매뉴얼에 따라 작성한 배차표에 의해 배정됐다"며 "B 씨 등이 배송업무 배정과 관련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고 계양전기는 배차표를 통해 배송업무를 배정하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계양전기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상고장을 제출했다.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됐다.
 
화물기사들 입장에서는 최근 잇따른 판결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동원 화물연대 전략조직국장은 "화물노동자가 화주와 직계약하는 사례들의 경우 지시ㆍ종속관계가 명확하다면 근로자성을 다투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화물노동자들에게) 긍정적인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속성 넓게 해석...심야운전 화물기사들에게도 긍정적"
 

실로암푸드시스템 판결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인 전속성을 넓게 해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또한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화물기사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정훈 서도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실로암푸드시스템 항소심에서는 A 씨가 이 회사 이외의 배송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횟수나 보수의 정도에 비춰 전속성을 부인할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전속성을 부정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A 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인 만큼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전속성의 범위가 확장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야간이나 새벽에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화물기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 변호사는 "실로암푸드시스템 항소심은 A 씨가 주로 심야나 새벽 운송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업무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근로자로서의 보호 필요성을 판단 요소로 제시했다"며 "이는 회사와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야간이나 새벽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화물기사들이 근로자로 인정되는데 긍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2022년 07월 20일 수요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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