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업장 폐업했다면 부당해고 다툴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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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으로 근로계약이 종료됐다면 부당해고 여부를 다툴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당해고 소송 도중 정년에 도달해 원직 복직이 어렵더라도 소송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육군 간부이발소 미용사로 일하다 해고된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 만료, 폐업 등의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해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전합 판결, 폐업한 사례에는 적용 못 해
A 씨는 육군 간부이발소에서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다 수익성이 악화돼 간부이발소를 폐쇄하기로 했다는 육군 측 방침에 따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간부이발소는 폐쇄됐다.
A 씨는 노동위원회로 향했다. 그러나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A 씨를 복직시킬 사업장이 없어져 구제이익이 소멸했다면서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중노위도 같은 이유로 A 씨의 재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노위, 중노위 모두 각하 판정을 하면서 해고가 정당했는지 여부는 다뤄지지 못했다.
1심도 각하 판결을 내렸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토대로 A 씨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2월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해 해고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도달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 복직이 불가능하더라도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해고 기간 중 일을 했더라면 받았을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시 전합 판결이 A 씨 사례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설명은 이렇다.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은 민사소송보다 신속하고 간편한 권리구제 수단이다. 따라서 이미 근로자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라면 과거 부당해고 등에 따른 손해를 보상받을 목적으로 행정적 구제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구제명령 제도의 보호범위를 벗어난다.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됐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근로자' 지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원직 복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제명령이 확정되고 사용자에게 이행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전합 판결과 관련해서는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 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해고 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구제명령을 받을 소의 이익이 유지된다는 취지"라며 "근로자가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까지 전합 판결과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행정적 구제절차를 이용했는데 중간에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됐다는 이유로 신청인을 구제절차에서 배제하거나 노동위원회 조사와 판정을 모두 무위로 돌리는 것은 바람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는 그러한 고려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시점을 구제신청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구제명령을 구할 이익의 판단을 달리 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봤다.
개정법도 근거 안 돼...A 씨 측 '반발'
개정된 근로기준법도 대법원 판단을 바꾸지는 못했다. 지난해 5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등의 이유로 원직 복직이 불가능하더라도 구제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조항은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소멸해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까지 구제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 씨는 간부이발소 사업 폐지를 '폐업'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 씨는 "2017년 1~12월 적자는 월 12만 원이었고 미납 회원비를 받으면 적자가 해소되는 상태였는데 적자를 이유로 폐쇄한 건 말이 안 된다"며 "사단 측은 이발소를 폐쇄하기 전부터 근로계약 해지가 가능한지 법무참모부에 계약해지 통보 여부를 질의했고 '경영악화를 이유로 이발소를 폐쇄하면서 해고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정당한 해고를 위해 이발소를 폐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은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했다면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 간부이발소 폐쇄로 해고됐고 해고 후에 구제신청을 밟게 된 것인 만큼 구제절차가 앞설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근로관계가 부당해고로 종료되지 않았다면 구제절차를 밟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 2022년 07월 21일 목요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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