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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사 속이고 비종사자 출입시켜도 징계 ‘부당’...노조 ‘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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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02회 작성일 22-07-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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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다르게 출입 목적을 보고하고 해당 사업장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비종사 조합원)을 출입시킨 노조 조합원을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노동위원회와 1심은 해당 조합원이 내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정당한 노조 활동의 일환이었다면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최근 회사 측이 출입 금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더라도 비종사 조합원의 출입이 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계는 이러한 판결 경향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2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김대웅)는 한국남부발전 근로자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견책ㆍ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중 부당견책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의 행위가 회사의 규정이나 지시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견책은 부당징계에는 해당하지만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남부발전 노조 조합원인 A 씨는 2018년 견책 징계 처분을 받았다. 방문 목적을 거짓으로 보고하고 같은 사업장 근로자가 아닌 비종사 조합원을 출입시켰다는 이유다.

A 씨가 소속된 노조는 남부발전을 포함해 한전에서 분사된 5개 발전사의 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한다. A 씨는 노조 사무실만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남부발전 직원이 아닌 노조 조합원 4명을 사업장 내부로 데리고 왔다. 이들은 방문 목적과 달리 이사회가 개최되는 장소로 이동해 인근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회사는 A 씨가 인솔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했다.

A 씨와 노조 측은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행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정당한 징계라고 봤다. 1심 판단도 같았다. 회사가 노조 운영에 지배ㆍ개입하려 한 정황이 없고 징계 수위도 적정하다는 것이다.

1심 판결 변경한 2심...'정당한 노조 활동'에 주목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A 씨의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A 씨가 방문 목적을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고 다른 노조원들의 출입을 도운 것은 맞지만 정당한 조합 활동의 일환이었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출입자들이 사업장 내에서 한 행위의 내용, 태양, 참가인의 업무에 지장을 준 정도, 노조 홍보ㆍ선전활동에 관한 사업장 내 관행 등에 비춰 봤을 때 이들의 행위는 종사근로자가 아닌 노조 본부나 상급단체 조합원에게도 허용되는 조합 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입자들이 남부발전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본관 건물 앞으로 진입하려 했다거나 참가인의 업무에 지장을 주는 행동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 씨가 거짓으로 방문 목적을 보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의 과도한 제재에 대응하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회사는 이전에도 노조 조합원들이 종사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노조 활동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A 씨가 비종사 조합원들과 함께 출입하려 했을 때도 노조 사무실을 벗어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이를 약속하지 않으면 출입을 허가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방문 장소를 거짓으로 보고한 것은 회사의 과도한 출입 제한에 대응해 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며 "A 씨의 거짓 보고를 야기한 참가인이, 거짓보고를 이유로 A 씨를 징계하는 것은 정당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해당 사업장이 산업통상자원부훈령과 국방부훈령상 보안이 강조되는 중요시설에 해당하더라도 노조 출입을 제재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중요시설의 보호를 이유로 종사근로자가 아닌 노조원의 출입을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고 다만 출입자의 수, 출입 장소, 조합활동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중요시설의 보호에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이 있는 경우 이를 불허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 출입자들이 본관 건물 앞에서 한 선전활동은 그 내용, 태양, 노사 관행 등에 비춰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 씨 측을 대리한 문은영 법률사무소 문율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상급단체 조합원 출입을 도와준 것을 이유로 개인을 징계한 사건이 아니라 노조 활동 범위에 관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5개 발전사로 쪼개지면서 노조도 나뉘게 됐다. 노조 활동을 하려면 사업장 간 이동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발전사들은 2006년에도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일부만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건물의 점거, 재물 손괴, 소음 발생 행위는 할 수 없지만 본사나 발전소 건물 등에 출입하는 행위와 퇴거 요구에 불응하는 행위, 건물 등에 현수막ㆍ선전물을 게시하는 행위 등은 가능하다고 봤다. 회사의 본질적인 시설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도 노조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문 변호사는 "1심은 A 씨가 보안 규정을 어겼다는 것에 주목해 징계가 정당하다고 본 반면 2심은 문제가 된 행동이 정당한 조합 활동이었는지 주목해 판단하면서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비종사 조합원 출입 가능" 판단 연이어...경영계 '우려'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문제는 노동조합법 개정 이후 경영계가 우려하던 대목 중 하나다. 노동조합법이 개정될 당시 비종사 조합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장 출입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직원이 아닌 사람도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사업장 출입을 하는 데 대해 경영계의 우려가 컸다.

비종사 조합원의 경우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 한해 노조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이 어떤 경우에 제한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사용자의 의사에 반해 비종사 조합원이 사업장을 출입하더라도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면 노동계는 비종사 조합원이라고 해서 사업장 출입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면 산별노조의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 어렵게 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판결을 종합해 보면 노동계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포착된다.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창원지법에서는 비종사 조합원인 산별노조 간부가 대우조선 사업장에 출입해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우조선 측이 명시적으로 출입 금지 조치를 했는데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창원지법 재판부도 산별노조 간부의 출입이 정당한 노조 활동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조 활동으로 인해 회사 운영이나 업무수행, 시설관리 등에 실질적인 지장이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같은 달 서울행정법원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벌어진 집회에 대전공장 조합원이 참여한 데 대해 불법 침입이라며 징계 처분을 한 사건에서 회사가 부당징계를 했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회사는 단체협약에 따라 보장되는 범위 내의 노조 활동(집회)에 대해 부당한 참여 인원 제약을 가하고, 회사가 출입을 불허했다"며 "이러한 부당한 제약에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하지 못한 노조 활동이 되거나 '불법 침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금산공장 보안관리규정이 정당한 노조 활동을 목적으로 한 출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집회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에서 질서정연하게 이뤄져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사내질서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었던 상황도 고려됐다.

세 가지 판결 모두 정당한 조합 활동이라면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공통된 판단을 내놨다.

경영계는 최근 판결 경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은 "남부발전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 판결은 판결의 내용이나 경향이 특별히 이전과 다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전형적인 판결"이라면서도 "다만, 시설관리권의 주체인 사용자의 의도와 명시적인 요구사항을 알았음에도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진술하고 이후 약속한 내용과 뚜렷하게 다른 행위를 한 것은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원고에게 견책이라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렸고 이는 징계 과정에서 회사가 노조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한 결과라고 생각된다"며 "이러한 경징계 조치마저 허용되지 않는다면 장차 사용자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사업장 시설에 대한 안전과 질서유지가 심각하게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출처 : 2022년 07월 21일 목요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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