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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받다가’ 급성 심장사,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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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77회 작성일 22-07-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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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과정에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다가 급성 심장사한 지역농협 직원이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원은 일반인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으면 심적 부담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내부 징계 가능성으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 출석 전날 ‘심장 두근거림’
1심 “변호인 선임, 부담감 적어”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행정2부(재판장 김유진 부장판사)는 농협 직원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최근 판결했다.

1996년 한 지역농협에 입사한 A씨는 2015년 4월부터 충북 제천지역의 농협에서 근무했다. 이듬해 5월에는 농협 자원화센터의 관리소장을 맡았다. 2018년 3월까지 약 2년간 일하며 거래처와 센터 임대 및 매각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조합장인 B씨가 2018년 1월께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A씨는 B씨와 함께 경찰서에 불려 갔고, 다음날 재차 출석해 참고인으로 조사받았다. 그는 수첩에 수사 결과로 인한 보조금 반환, 감사 등이 두렵다고 적었다. 출석 전날에는 심장 두근거림으로 병원에 가기도 했다.

2018년 3월 여신·신용담당 부서로 자리를 옮겼지만, 한 달여 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지고 말았다. 급성 심장사가 사인이었다. A씨가 숨진 다음날 B씨는 무혐의로 불기소 결정됐다.

이에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업무상 과로라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발작성 심방세동으로 여러 차례 진료를 받고 심장병 진단 이력이 있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자 A씨 아내는 2020년 5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공단의 판정이 옳다고 판단했다. 업무시간이 주당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고 육체적 노동도 심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수사 대응 과정에서 변호인이 선임돼 업무상 부담이 가중될 상황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2심 “경찰 수사 스트레스 주원인”
세상 떠나고 나서야 불기소 결정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자원화센터는 기피 부서로 소문난 데다 A씨가 일하던 시기는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아 업무 압박이 상당히 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 조사 과정에) 변호사가 대동했더라도 조사를 위해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일은 일반인 입장에서 충분히 부담되는 일”이라며 “망인은 피의자는 아니었으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는 경우 계약 담당자로서 징계받을 수도 있는 위치에 있어 일반적인 업무로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판시했다.

특히 A씨가 경찰 출석 무렵 고혈압성 심장병 진단을 추가로 받은 부분도 업무상 재해의 근거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수사 관련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불기소 결정이 망인의 사망 이후에야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사망 직전까지 상당한 정신적 압박감을 느꼈고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자원화센터로 발령받은 지 약 7개월이 된 시점부터 심방세동으로 여러 차례 진료받은 사실을 토대로 업무와 관련해 정신적 압박을 받아 심장에 안 좋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족을 대리한 송도인 변호사(법무법인 이안)는 “일반인이 참고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변호인이 선임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형식적인 판단이 아니라 합리적인 관점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로 망인과 유족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리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출처 : 2022년 07월 25일 월요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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