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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벽보’ 했다고 강제 안전교육 이케아, 법원은 “부당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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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72회 작성일 22-07-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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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유니폼 외 다른 사복·조끼 등을 착용해 고객과의 구분을 어렵게 함으로써 다른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회사의 이미지 훼손 행위, 고객 및 직원의 안전과 위생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처할 것이다.”

글로벌 가구기업인 이케아(IKEA) 한국법인이 2020년 11월 조끼에 ‘등벽보’를 부착하고 근무한 노조 조합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보낸 ‘경고’ 메시지다. 노조 조끼와 옷핀으로 고정한 등벽보의 ‘안전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위생이 저하된다는 이유였다. 이후 회사는 등벽보를 부착한 조합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채 회의실에서 컴퓨터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옷핀 부착 위험·반사판 가림 ‘트집’
등벽보 부착 조합원에 소독제 뿌려

하지만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이케아코리아의 ‘안전교육’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이케아코리아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마트산업노조 이케아코리아지회가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노사는 2020년 4월 단체교섭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다음 약 6개월간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이후 지회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지만, 조정 종료 결정이 내려지자 그해 11월3월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지회는 쟁의행위를 시작하며 “전 조합원은 11월4일부터 등벽보를 부착하고 근무한다. 모든 간부는 노조 조끼를 착용하고 근무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그러자 사측은 “물류와 레스토랑 직원은 강도 높은 유니폼 규정의 준수가 요구되고 특히 물류팀은 안전조끼 착용이 필수”라며 유니폼 미착용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쟁위행위 참가자 명단도 작성했다.

이케아의 조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11월5일 등벽보 조끼를 입은 식품·물류부서 조합원들을 회의실에 분리했다. 업무에서 배제된 조합원들은 8시간가량 안전교육을 받았다. 239명의 조합원 중 광명점·고양점·기흥점 직원 63명이 교육 대상자로 분류됐다. 심지어 등벽보를 부착한 조합원에게 위생상 문제가 있다며 소독제를 뿌렸다.

이에 지회는 사측의 △이메일 발송 △쟁의행위 참가자 명단 작성 △등벽보 부착 조합원 대상 안전교육이 부당노동행위라며 경기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노위는 ‘등벽보 부착 조합원 대상 안전교육’ 행위만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고,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했다.

그러자 이케아코리아는 지난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식품·물류부서 조합원들이 위험한 물건인 옷핀으로 등벽보를 고정하거나 물류 이동시 반사판을 가리는 방법으로 등벽보를 부착해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항변했다. 빛을 반사해 작업자의 위치를 알리는 반사판을 등벽보가 가린다는 취지다.


▲ 이케아코리아가 2020년 11월 ‘등벽보’를 부착한 조합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모습. <마트산업노조 이케아코리아지회 >
법원 “쟁의행위 참가 방해 목적”
노동자 “재판 방해 전략, 반성 없어”

법원은 안전교육 실시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며 사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교육 대상자 중에는 바느질이나 벨크로 방식으로 등벽보를 부착하거나 반사판을 가리지 않은 조합원도 일부 포함됐다”며 “안전교육 실시 경위에 관한 회사의 주장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교육이 회의실에서 이뤄진 점을 볼 때, 안전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케아코리아가 교육을 강행했다”고 질타했다. 쟁의행위에 개입할 의사가 충분하다는 취지다.

특히 등벽보 자체가 위생·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측이 문제 삼은 ‘옷핀’에 대해 재판부는 “등에 밀착된 등벽보는 A4 용지와 크기가 비슷하고 얇아 특정 물체에 걸려 분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설령 등벽보가 떨어지더라도 쉽게 재부착할 수 있고, 옷핀 형태를 보더라도 잘 떨어질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물류부서 조합원이 착용한 ‘반사판’도 등벽보가 일부만 가려 남은 부분으로 충분히 작업자를 인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등벽보 부착을 이유로 근무시간 전체를 할애해 안전교육을 받을 만큼 안전과 위생을 해할 우려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육내용도 일반적인 안전보건 사항, 지게차 운전 트레이닝, 레스토랑 기본 제품군 관련 지식 등으로 등벽보 부착과 관련성이 적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은 회의실에서 나오지 못한 채 근로시간 내내 교육받아 현장에서 배제돼 고객 또는 동료를 향한 공적 의사표명을 할 수 없게 됐다”며 “교육으로 인해 해당 조합원들이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게 됐음은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이케아 노동자들은 회사측이 재판 지연 전략을 썼는데도 재판부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데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박혜현 지회 기흥점분회장은 “쟁의행위 당시 뜨거웠던 여론의 관심에 비해 회사는 반성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비공식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사측은 말단 관리자에게 시키는 대로 사실확인서를 쓰게 했고, 재판 전날 서면을 내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진실을 그대로 인정해 판결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출처 : 2022년 07월 19일 화요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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