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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기본권 된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노사정 협의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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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68회 작성일 22-06-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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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노동기본권에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이 포함됐다. 산업안전보건분야 협약 2가지도 기본협약으로 추가됐다. ILO가 새로운 목표와 가치로 산업안전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 정부는 새로 기본협약으로 격상된 2개 협약을 이미 비준해 새로 비준 절차를 밟을 필요는 없다. 다만 기본협약으로 격상돼 이행 점검 주기가 짧아진 만큼 협약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 이 협약들은 노사정 협의를 통해 산업안전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만큼 노사정 협의체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지는 않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ILO는 이달 10일 제110차 국제노동총회를 열고 '1998년 노동 기본원칙과 권리 선언(기본권선언)'을 개정했다. 

기본권선언이 개정되면서 기존 4개 노동기본권에 더해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이 포함됐다. 기본협약에는 산업안전보건분야 협약 중 제155호(산업안전보건과 작업환경)와 제187호(사업안전보건 증진체계) 협약이 추가됐다. 이들 협약은 노사정 협의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마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2008년에 이미 비준을 마쳤다.

이로써 ILO 노동기본권은 5개, 기본협약은 10개로 늘어나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이 소식을 알리면서 "새 정부가 '산업재해 예방 강화'를 고용노동분야 국정과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노사정이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이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00주년 선언에서 기본협약 선정까지...어떤 쟁점 있었나

ILO 노동기본권과 기본협약에 산업안전보건분야가 추가된 건 ILO가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목표를 선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광택 국민대 명예교수는 "ILO가 100주년 선언을 통해 인간 중심 의제를 제시하면서 그 중에서도 인간의 생명과 안전은 핵심 협약이 돼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고 결국 핵심 협약에 2가지가 추가됐다"며 "ILO는 설립 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그 기본적인 사명에 산업안전보건이 추가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이 노동기본권에 오르기 위한 발판이 마련된 건 2019년이다. 당시 ILO에 설치된 '노동의 미래 세계위원회'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10가지 의제와 4가지 세부 정책 과제가 제시됐다. 4가지 정책 과제에는 노동기본권과 적정 생활임금, 근로시간 상한 규제 등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을 노동권으로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ILO 총회가 이 보고서를 토대로 한 '일의 미래를 위한 ILO 100주년 선언(100주년 선언)'을 채택하면서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이 '양질의 일자리'의 기본 요소 중 하나로 인정됐다.

다만 당시 노동기본권에 산업안전보건 분야를 추가하는 것에 대한 법적, 실무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ILO 총회는 100주년 선언과 함께 그 후속 조치로 "이사회가 ILO의 노동기본권에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을 포함하는 제안을 조속히 검토할 것을 요청한다"는 결의안을 함께 채택했다. 

100주년 선언과 결의안으로 산업안전보건분야를 기본협약에 포함시킬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고 후속 논의가 이어졌다. 

후속 논의에서 주요 쟁점이 된 건 노동기본권 문구였다.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과 '근로조건'을 두고 노사정의 대립이 있었다. 근로환경은 너무 모호하고 회원국에 새로운 의무를 생성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게 시용자 측 입장이다. 반면 노동자 측은 작업장에서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근로환경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면서 의견 대립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분야 협약 중 어떤 협약을 기본협약으로 격상할 지도 논의 사항이었다. ILO의 산업안전보건분야 협약은 총 15개로 제155호 협약과 제187호, 제161호(산업안전보건서비스) 협약, 제155호 의정서가 후보에 올랐다. 이 협약들은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도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협약이다.

특히 제155호와 제187호 협약은 산업안전보건분야 협약 중에서도 가장 비준율이 높은 협약이고 제161호 협약은 ILO의 '노동의 미래 핵심으로의 산업안전보건 보고서' 등에서 핵심 문서 중 하나로 꼽혔다.


사용자와 정부는 제161호 협약을 지지하지 않았다. 사용자 측은 제187호 협약만이 기본협약으로 승격하기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이었다. 제155호 협약은 주요 행위주체 간 책임분배가 불균형하고 모호한 조항이 일부 포함돼 있어 비준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제 161호 협약은 두 협약에 비해 비준율이 떨어지고 협약에 대한 일반 조사나 포괄적인 3자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어 기본협약으로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제187호와 제155호 협약을 지지했다. 이 두 협약이 산업안전보건 시스템의 기본 원칙과 성격, 업무상 부상ㆍ질병 예방을 보장하는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기본협약에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제161호 협약은 기본협약으로 승격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반면 노동자 측은 제155호와 제161호 협약을 지지했다. 제187호 협약보다도 제161호 협약을 우선순위에 놨다. 제161호 협약이 규정하는 산업보건서비스는 직장에서의 위험이나 근로자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을 조기에 파악하는 데 더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제187호 협약의 경우 제155호 협약을 재확인하고 보완하는 수준이라는 이유로 후순위가 됐다.

그러나 사용자와 정부 측 지지를 받은 제155호와 제187호 협약이 선정됐고 이 협약을 미리 비준한 우리 정부는 추가 비준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다.

이번 기본권선언에서는 ILO 기본협약이 무역제재 등 추가 국제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총회에서는 다른 협약과의 관계에 관한 유보조항이 함께 채택됐다. 유보조항은 기본권 선언이 기존에 체결된 국가 간 무역이나 투자협정에 의도하지 않은 효력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국제노동기준과 기본협약 준수 문제는 무역 분쟁과 얽혀있기도 한다. 국제노동기준은 ILO 회원국이나 협약 비준국들이 자주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영역이다. 강제력이 없는 까닭에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경제나 무역 제재로 압박을 가하는 등 간접적인 수단이 이용된다. 각 국가 간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국제노동기준 준수 의무가 포함되는 경우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노동기본권과 기본협약을 추가하게 되면서 이미 체결한 FTA 등 각종 협약에 국제노동기준 준수 의무가 있는 경우 협약을 체결한 국가는 새로 추가되는 기본협약까지 준수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지가 문제 됐다.

ILO는 유보조항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잠재웠다. 사용자와 정부 측은 모두 동의했고 노동자 측은 유보조항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 노사정이 의견 합치를 봤다. 

오상호 창원대 법학과 부교수는 "결의안 초안에 구제조항(유보조항)이 포함된 것은 FTA 당사자 국가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는 협정에 따라 수행되는 의무를 수정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노동의 기본원칙과 권리는 FTA 체결 시점이 아닌 해석 시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이와 같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배제하기 위해 이 조항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ILO 산업안전보건 협약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속성을 내재하고 있는 점과 후속 합의나 관행 등에 의해 구속력 있는 문서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유보조항을 통해 사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 해야한다는 데 노사정 모두 직간접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새로 추가된 기본협약으로 인한 국제 분쟁은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도 "유보조항 채택으로 개정 기본권선언이 FTA 등 개별 협약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에는 어떤 영향 있을까..."노사정 협의 주목해야"

우리나라는 기본협약에 새롭게 추가된 제155호 협약과 제187호 협약은 이미 비준했다. 지금으로서는 추가로 협약 비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협약이 기본협약으로 격상된 만큼 협약 이행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본협약은 이행 점검 주기가 6년에서 3년으로 단축돼 ILO로부터 엄격한 점검을 받게 된다.

특히 협약 이행이 문제될 경우 ILO 진정 절차를 통해 국내 산업안전 분쟁이 국제적으로 공론화 될 가능성도 나온다.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도 올해 발효된 이후로 노동계의 ILO 제소가 이어진 바 있다.

새로 추가된 협약은 노사정 협의를 통해 산업안전보건정책이나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제155호 협약은 노사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산업안전ㆍ보건과 작업환경에 관한 일관된 국가 정책을 수립ㆍ이행하고 검토하도록 규정한다. 제187호 협약은 노사 단체와 협의해 국가정책 등을 개발해 산업안전보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및예방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산재 정책에 관한 노사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당장 예상되는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이 사안에 관해서는 특별히 주목할 쟁점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노사정 협의를 더 강력하게 요구하게 될 수 있다. 임재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비준한 협약들은 노동자와 협의를 통해 정책을 마련하는 내용인데 정부가 위원회 등을 가동하고 있더라도 이런 부분들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노사정 협의는 노동계 쪽에서 정부에 더 강화해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미 비준한 협약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분야 협약 추가 비준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ILO의 산업안전보건분야 협약은 총 15개로 정부는 이 중 6개 협약을 비준한 상태다. 추가 비준을 검토할 만한 협약으로는 기본협약 격상 후보에 올랐던 제161호 협약이 거론된다.

이광택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제155호와 제187호 협약을 비준하긴 했지만 이 협약들이 기본협약으로 추가된 만큼 잘 이행되고 있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고 비준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분야 협약 중에서도 제161호 협약이나 중대재해 관련 협약인 제174호 협약 추가 비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상호 교수도 "질병을 예방하거나 관리하는 영역은 전문성이 높게 요구되고 관련 조직 간 연계를 통한 협업이 중요하다"며 "161호 협약이 기본협약에 포함되지 못했더라도 별도 비준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ILO가 새로운 목표로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을 제시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광택 교수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에 무리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ILO가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을 새로운 목표로 선언한 이상 중대재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2022년 06월 27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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